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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유감" "강한 유감" "매우 유감"...정부, 北 미사일 12번에 '유감 시리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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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총 네 차레에 걸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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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우려를 표명한다”→“유감을 표명한다”→“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매우 유감스럽다”

지난 1년 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입장 변화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1월 20일(현지시간) 이후 북한은 총 12차례에 걸쳐 미사일(순항미사일 포함)을 발사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우려" "유감" 등만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물론 깊은 유감→강한 유감→매우 유감 순으로 점차 표현 수위를 올렸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는 표현은 한 차례도 없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9월 '도발'을 문제삼은 뒤로는 NSC 입장에서 그나마 전에는 간혹 등장하던 도발이라는 표현조차 사라졌다.

12차례에 걸쳐 미사일 위협이 이뤄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NSC 회의를 직접 주재하지 않았다. NSC 긴급회의는 매번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해 상임위원회로만 열렸는데,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北 미사일 하루 뒤 文 "종전선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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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하루 뒤인 지난해 10월 1일 경북 포항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종전선언 추진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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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하루 뒤인 지난해 10월 1일엔 국군의날 기념사를 통해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기념사에는 ‘북한’과 ‘미사일’이라는 표현조차 나오지 않았다.





같은 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제는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정작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과 항의는 없었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미사일 발사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사거리, 속도, 정밀도 등 측면에서 한층 진화했다. 지난 11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비행 속도가 마하 10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단순한 무력시위를 넘어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대두한 것이다.

특히 북한은 이달 들어서만 총 4차례에 걸쳐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단호한 대응과는 거리가 먼 ‘유감 표명’만 반복하고 있다.



공동성명 빠지고 안보리 제재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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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지난 10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 앞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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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국제사회 움직임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앞서 미국 등 6개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복수의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국제적인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라고 규탄했는데, 한국은 여기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이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대상 추가 지정을 제안한 데 대해서도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3일 미국의 제안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한‧미는 긴밀한 수시 소통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는 동문서답을 남겼다.

북한이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버젓이 계속 하는데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입장조차 표명하지 못할 정도로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식 자료에도 빠진 '北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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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5일 전화통화를 갖고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 자료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정 장관의 이름이 빠졌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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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에서 “한·미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하는 시선들이 있다. 북한 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미 간 협의 내용을 두고 양국의 보도자료에 오히려 입장 차가 부각되는 듯한 내용이 담겨서다.

지난 15일 한·미 외교장관 통화와 관련, 미 국무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엔 주어가 ‘양 장관(they)’인 내용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 및 코로나19 대응 협력을 “논의했다”는 내용 뿐이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는 발언의 주어는 블링컨 장관이었다. 이는 정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지 않았거나, 블링컨 장관의 규탄에 동의했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는 원치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전화 협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자료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비판하는 모든 내용의 주어는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였다. ‘3국 수석대표(the three officials)’가 주어인 문장은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 향후 긴밀히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는 내용 뿐이었다.

한국 외교부가 발표한 자료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일체의 평가나 규탄 없이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분석 및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했다”는 내용만 담겼다. 실제로 북한 미사일 대응과 관련해 3국의 의견이 일치한 부분이 거의 없었다는 뜻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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