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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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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매출 1조 시대' 화랑-경매사 갈등…상생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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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랑협회, 경매업계 운영 과열 비판하며 자체 경매

협회 "협조 요청 메시지"…양대 경매사 대응 주목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1.10.15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한국 미술시장이 역대 최대 호황기를 맞은 가운데 시장의 두 축인 화랑과 경매업계가 대립하고 있다.

화랑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화랑협회가 국내 양대 경매회사의 무분별한 운영을 비판하며 자체 경매를 열기로 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 화랑협회, 120여점 출품 자체 경매

한국화랑협회는 오는 26일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회원 화랑들만 참가하는 경매를 개최한다.

협회는 18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60여 회원 화랑 중 90여 화랑이 출품을 신청했으며, 심사를 통해 작품 120여 점이 나온다"고 밝혔다.

박수근, 이인성, 손상기, 이우환, 박서보, 김기창, 김창열, 윤형근, 남관 등을 비롯해 국내외 작가 100여 명의 작품이 출품된다.

이번 경매는 경매업계를 향한 화랑들의 항의이자 경고성 조치로 마련됐다.

미술시장이 급격히 과열되던 2007년에도 양대 경매사와 화랑들이 갈등을 빚었다. 협회는 당시 메이저 경매 연 4회로 제한, 경매사가 구매한 국내 작가 작품 출품 제외, 제작연도가 2~3년 이상 지난 작품 출품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사협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협회는 지난 3일 성명에서 2007년 미술계 상생을 위해 체결한 협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국내 주요 미술품 경매사들이 무분별한 운영으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과도한 경매 개최 횟수를 줄이고, 작가들에게 직접 경매 출품 및 판매 의뢰를 하지 말라고 촉구하며 경매 개최라는 '강수'를 꺼냈다.

연합뉴스

경매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 화랑협회 '행동'에 경매업계 응답할까

협회는 이번 경매가 밥그릇 싸움을 위한 '수익사업'이 아니라 화랑의 역할을 재인식시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이번 경매의 가장 큰 목표는 상생"이라며 "한국 미술시장이 홍콩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내 화랑과 경매사가 협조해서 시장을 키워야 하는 사명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매 개최는 수익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경매사 측에 협조와 협의를 요청하는 메시지"라며 "양대 경매사가 과열된 운영을 자제한다면 협회가 경매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경매사들은 협회의 문제 제기에 아직 직접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물밑에서 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활히 협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경매업체 2곳의 대응 기조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큰 틀에서 전체 미술시장 성장을 위해 각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상충하는 부분이 있으면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충분한 협의를 통해 화랑과 경매업계가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협회의 요구에 대해 밝힐 만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지난해 낙찰 규모 합계는 약 2천951억원으로 전체 경매 시장의 91%를 차지했다.

◇ 미술시장 급성장 속 불거진 갈등

한국 미술시장은 최근 급격히 팽창해 매출 1조원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약 9천157억원에 달했다.

화랑 판매액이 절반에 가까운 4천372억원을 기록했으며, 국내 주요 경매사 낙찰총액이 3천242억원이었다. 아트페어 매출은 1천543억원 규모였다.

이는 공공 영역을 제외한 주요 유통 영역 시장 규모를 추산한 수치이다.

2020년 시장 규모 3천277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시장이 확대됐다.

영역별로도 눈에 띄게 매출이 늘었다. 2020년 화랑, 경매사, 아트페어 판매액은 각각 1천657억원, 1천152억원, 468억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가 서울에서 공동 개최되는 등의 호재로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미술시장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까지 나오는 시점에서 역설적으로 시장의 주요 주체 간 충돌이 발생한 셈이다. 집안 분위기는 처지가 어려울 때도 좋지 않지만, 갑자기 '대박'이 터졌을 때 갈등이 불거지곤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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