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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中 "베이징 오미크론 상륙 캐나다 택배 탓"… '제로 코로나' 흔들리자 덤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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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수령 소포서 오미크론 변이 검출
캐나다 "택배 통한 전파위험 적어" 발끈
"멍완저우 억류 둘러싼 中 뒤끝" 주장도
한국일보

17일 중국 베이징의 코로나19 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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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입 경로로 캐나다발(發) 국제우편물을 지목했다. 자국이 ‘제로(0) 코로나’ 정책으로 감염병 확산을 꽁꽁 틀어막고 있는 만큼, 바이러스가 나라 밖에서 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지만, 캐나다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반발했다.

18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베이징 질병통제센터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역 첫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해외 발송 우편물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감염자는 지난 7일 캐나다에서 출발한 택배를 11일 수령했는데, 여기서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시(市) 보건당국이 국제우편을 ‘원흉’으로 꼽은 것은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해당 감염자는 발병 전 2주간 베이징을 떠난 적이 없는 데다 다른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도 없었다. 택배 상자 외에는 의심할 경로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우편물에 의한 감염 의심 사례도 제시됐다. 이날 광둥성 선전시는 오미크론 변이 양성 판정을 받은 남성이 앞서 12일 북미에서 발송된 택배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이를 감염 경로로 의심했다. 이날 베이징시는 국민들에게 “해외 물품 구매를 최소화하고 고위험 국가에서 온 우편물을 개봉할 때는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고, 중국 우정집단공사는 국제우편물에 대해 검사·소독을 강화하겠다고 발을 맞췄다.

졸지에 감염 진원지로 지목된 캐나다는 발끈했다. 장 이브 뒤클로 캐나다 보건장관은 “(중국의 주장은) 우리가 나라 안팎에서 해온 일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캐나다 우정국 역시 “우편물 표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며칠에 걸쳐 배송되는 택배를 통해 전파될 위험이 작다는 게 우리 공중보건국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냈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중국의 주장에 선을 긋는다. 바이러스가 추운 온도에서 한동안 생존할 수는 있지만, 제품이 출하돼 배송되는 기간과 온도 변화 등을 고려하면 포장지 표면에서 생존해 인체 감염으로 이어질 확률은 희박하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캐나다발 우편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논란은 3년 넘게 해소되지 않은 양국 갈등의 단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캐나다 정부는 2018년 12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을 이란제재법 위반 등 혐의로 억류했고, 이에 중국 정부도 캐나다인 두 명을 간첩혐의로 구금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지난해 9월 양국이 이들을 상대국가로 돌려보내면서 화해하는 듯했지만 앙금이 남았다는 것이다. 매거릿 맥콰이그 존스턴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는 “이번 주장은 멍 부회장 체포를 두고 중국 지도부가 여전히 캐나다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다음 달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제로 코로나 정책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시진핑 정권이 캐나다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가이 생자크 전 주중 캐나다 대사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곤경에 처하자 중국이 그 원인을 외국에 돌리는 것”이라며 “사실 여부를 조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캐나다를 비난하기 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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