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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만4천원 ‘한국형 상병수당’…아플 때 맘편히 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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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부터 1년 간 6개 시군구

3단계 걸쳐 시범사업한 뒤 추진

“소득 보전 비율 적고, 기간 짧다

…플랫폼노동자 등 대안 필요”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노동·시민 단체가 2020년 5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휴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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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7월부터 노동자에게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소득상실을 보전하는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화두가 된 ‘아프면 쉴 권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으로, 2025년 보편적 도입이 목표다. 하지만 정부 시범사업에선 상병수당으로 하루 4만원대를 지급하고 있어, 아픈 노동자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8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오는 7월부터 3년간 3단계에 거쳐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상병수당은 업무 외 질병, 부상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 소득을 보전해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오는 7월부터 6개 시·군·구 시험…하루 4만4천원


정부는 이중 1단계 시범사업을 오는 7월부터 1년간 6개 시·군·구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기준에 해당되는 이에게 하루 4만3960원의 상병수당 급여를 준다. 올해 최저임금의 60%로 책정된 금액이다. 지급기준은 세가지 모형으로 정했다. 첫째, 둘째 모형은 ‘근로활동 불가 모형’으로, 입원 여부에 관계없이 일하지 못한 기간에 따라 상병수당을 지급한다. 가령 택배 노동자가 골절상을 입었을 경우, 병원에 입원하지 않아도 일을 못하는 기간 동안 상병수당이 지급된다. 다만 두 가지 모형에서 정책효과 분석을 위해 대기기간과 지급기간을 달리했다. 대기기간은 일을 쉰 뒤 상병수당이 지급되기 시작하는 기간으로, 대기기간이 7일이면 8일째부터 수당을 받는 식이다. 첫째 모형은 대기기간 7일, 1년내 최대 90일까지 상병급여를 지급한다. 둘째 모형에서는 대기기간이 14일이고 1년내 최대 120일까지 상병수당을 준다. 셋째 모형은 입원한 경우다. 대기기간이 3일이고, 보장기간은 1년 이내 최대 90일이다.

정부가 1단계 시범사업에 투입하는 전체 예산은 약 110억원이다. 정부는 2단계에서는 보장수준 및 방법에 따른 정책효과를 분석하고, 3단계에서는 본 사업의 모형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제도를 최종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할 안전망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상병수당 도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조사를 보면, 국내 취업자의 51.9%가 10년내 일하기 어려울 정도의 질병과 부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10년 이내 아팠던 노동자의 35.8%가 평균 반년 간 소득 감소를 경험했고, 42.5%는 아프기 전과 견줘 40% 미만으로 소득이 줄어든 경험이 있었다. 또 아픈 노동자들의 약 30%는 제때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직장 분위기, 소득 상실 우려, 실직·폐업 우려 등이 제때 치료받지 못한 이유로 꼽혔다.

국외와 견줘서도 상병수당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한국·미국(일부 주 도입)을 제외한 국가가 상병수당 제도를 두고 있다. 결국 2020년 7월 노·사·정 사회적 협약 체결을 계기로 상병수당 제도에 대한 도입 논의가 이어졌다.

소득 보전율 낮아 정책 실험 유효하지 않을 수도


하지만 전문가와 시민사회·노동계 등에선 상병수당의 소득 보전 금액이 너무 적어, 시범사업의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범사업에서 최저임금의 60%로 책정돼 있는 상병수당을 가지고 쉴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상병수당 제도 사용을 안 하거나, 상병수당을 받으면서 (정부) 모르게 일을 하는 등 상병수당의 정책적 효과가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런 결과를 가지고 새로운 (상병수당) 모형을 만든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110억원에 불과한 예산을 두고 “정부가 상병수당 이야기를 꺼냈고, 팬데믹에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뜻에서 ‘흉내’를 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근로능력 상실 이전의 소득을 기준으로 대부분 60% 이상을 보장하는 외국과 현재 시범사업은 차이가 크다”고 짚었다. 보사연의 <외국의 상병수당제도에 관한 비교 연구>(2021)를 보면, 국외에서는 대체로 아프기 이전 소득의 60∼70% 안팎을 적용한다. 룩셈부르크, 칠레 등은 근로능력 상실 전 소득의 100%까지 보장하기도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상병급여협약(1969년)에서 정한 기준을 보면, 상병수당은 △보장기간 최저 52주 이상 △근로능력상실 전 소득의 60% 이상이 보장돼야 한다고 권고한다.

아울러 프리랜서나 플랫폼노동자 등에게 상병수당을 제대로 지급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호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은 “정부는 고용 형태에 관계 없이 상병수당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본인이 취업자임을 증빙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취업 증빙을 간소화하는 형태로 가지 않으면,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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