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돈이 문제가 아니라…공정위가 외국에 철퇴 휘두를 빌미 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머니투데이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서 열린 2022년 공정위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1.3/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징금을 대폭 깎아줬다고는 하지만 무혐의와는 전혀 다르다. 한국 정부가 외국 선사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외국 정부가 한국 선사들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외 23개 선사에 부과한 962억원의 과징금을 놓고 업계에서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 해운업계에서는 백여년 동안 통용되던 공동행위를 담합으로 규정한 공정위의 결정이 선사와 화주의 관계에 대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가 외국 선사를 규제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우리 선사들 역시 외국 정부로부터 규제를 당할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머니투데이



해수부 "외국 정부가 우리 선사 제재할 빌미 준 셈"

공정위는 18일 12개 국내선사, 11개 국외선사에 대해 과징금 962억31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03~2018년 우리나라와 동남아를 오가는 항로의 운임을 담합했다는 혐의다. 당초 공정위가 심사보고서에서 제시한 과징금 액수는 8000억원 가량이었으나 업계의 반발과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과징금 규모를 대폭 줄였다.

그동안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해운업계의 '무혐의'를 주장해온 해양수산부는 과징금의 규모와 관계 없이 이번 결정이 국내 해운업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해수부는 그동안 해운업계의 공동행위가 담합과 다르다며 '무혐의 심사종결'을 요청해왔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해수부의 입장이다. 최근 글로벌 물동량 폭주로 선사가 일시적으로 우위에 섰지만, 전통적으로 물류시장은 물건을 맡기는 화주가 '갑'인 구조였다. 이번 과징금 부과를 통해 그동안 12개 국내 연근해 선사가 화주와 맺어온 계약관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동남아 항로는 HMM, SM상선 등 대형선사가 아닌 중소선사 위주로 선박이 투입되고 있다. 이들은 다른 신규 항로를 개척할 여력도, 이번 과징금을 감당할 재정도 부족한 형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외국 선사들까지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다른 나라들도 자국에 기항하는 우리 선사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제낀 셈"이라며 "금액이 낮아졌다고 해서 선사들의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세계 최대 규모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운업계 "경쟁력 약화·코리아패싱 우려"

업계에서도 이번 공정위 방침이 법 해석의 오류와 함께 국익을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국해운협회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운법과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100여년 이상 지속되고 국제법적으로도 확립된 공동행위의 취지를 무시했다"며 "해운법과 해양수산부의 지도 감독하에 수십년 동안 법과 절차를 지켜온 해운기업들을 제재키로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해운협회는 "선사들은 해운법에 의거, 해수부의 지도감독을 받아 지난 40여년 동안 공동행위를 이행해왔으나 공정위는 이를 무시하고 단지 절차상의 흠결을 이유로 부당공동행위로 판단했다"며 "설사 절차상의 흠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해운법 본연의 취지를 훼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역시 성명서를 통해 "해양업계는 일본 정기선사 3개사(NYK, K-LINE, MOL), 유럽선사 (CMA CGM, 하팍로이드 등) 등 20여개 해외선사를 조사에서 누락하는 등 심사보고서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적했으나 공정위는 이러한 부분도 무시했다"며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공정위에 해운법에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고, 해수부가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근거로 관련부처의 의견을 무시하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냐고 강하게 질타했다"고 밝혔다.

총연합회는 "공정위가 향후 동남아항로와 같이 한일항로와 한중항로에 과징금을 부과한다면, 국적선사의 경쟁력은 더욱 약해지고 외국 대형선사만 유리하게 돼 그 피해는 우리나라 수출입 화주에게 돌아갈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해외선사들이 우리항만을 패싱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지난 10월 부산항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선 모습.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종=최우영 기자 you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