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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자수첩] 금융위와 금감원의 ‘정반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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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7년 만에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을 방문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신년 회동을 하기 위해서다.

고 위원장은 이날 “금감원과 금융위는 과거에 갈등도 있고, 의견 대립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회동이 끝난 후 두 수장은 얼싸안고 서로를 다독였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상호 견제 관계에 있다. 금융위가 금융감독의 큰 틀을 잡고 있지만, 본연의 기능은 입법·정책 집행이다. 정책은 곧 산업 육성과 연결된다. 금감원은 이름 그대로 감독하는 곳이다.

두 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한다면 ‘건전한 갈등’, ‘생산적 의견 대립’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한쪽의 의견만 무조건 수용한다면 금융당국의 균형은 무너진다.

금융당국 수장간 호흡은 역대급이란 얘기가 나온다. 두 수장의 끈끈한 관계가 사적인 친분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과 감독의 균형을 찾았다는 인정을 받으려면 기관 간 업무에서 ‘정반합’ 결과를 내야 한다.

‘정(산업 정책)-반(금융감독)’이 어우러져서 ‘합(시장 성장과 감독·질서를 유도하는 최적의 안)’을 내야 한다. 정책이 감독에 막힌다고 해서 그 정책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반대로 감독이 정책에 밀린다고 해서 감독이 필요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건전한 갈등, 생산적 의견 대립 과정이 있어야 한다.

“정반합이 가장 좋지만, 지금까지는 금융위가 주도하는 ‘정합’ 뿐이었죠.” 금감원의 한 직원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내뱉은 말이다.

지난 2005년 고 위원장이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전신) 감독정책과장을 맡아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 방안 대책을 맡았을 당시 ‘정반합’ 결과가 나온 사례를 접했다.

당시 청와대는 대출 중단을, 금융위는 대출 중단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금감원은 대출 중단이 아닌 자본금 확충을 요구해야 한다고 각각 주장했다. 격론 끝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이란 제도가 마련됐다.

금융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도 필요하고, 동시에 시장 리스크를 더욱 관리·감독해야 할 때다. 두 기관이 상·하위란 체계상 관계에서 벗어나 정반합 결과를 도출한다면 찬사가 쏟아질 것이다. 반면 ‘정합’ 관계로만 끝난다면 두 수장 간 ‘케미’는 그저 동기간의 우애로 평가받을 것이다.

[이투데이/서지희 기자 (jhsse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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