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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한국의 시간이 왔다"…韓공격투자 준비하는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 캐피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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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플레르 팰르랭 코렐리아캐피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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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투자 동맹군'을 만든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털 대표가 올해 국내외 벤처기업에 대한 선제적·공격적 투자를 선언했다. '유니콘'을 넘어선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불)스타트업을 발굴하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다.

펠르랭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네이버를 포함해 주요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다국적 투자연합(K펀드2)의 구성을 완료했고 유럽과 한국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펀드는 단순 투자를 통한 회수로 이익을 내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빅테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해 IT 스타트업 중 옥석을 가려낸다는 구상이다. 펠르랭 대표는 네이버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플랫폼, 인공지능(AI),핀테크 분야 뿐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는 블록체인·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 관련 신생 기업에 집중한다는 투자 전략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코렐리아캐피털은 3억 유로(약 4085억원)규모의 출자금을 목표로 펀드레이징에 돌입해 퍼스트클로징을 마쳤고, 최근 본격적인 투자 집행에 돌입했다. 펠르랭 대표는 "앵커 출자자인 네이버를 비롯해 프랑스 공공투자은행(Bpifrance)와 유럽계 보험사와 패밀리오피스(초고액자산가) 등이 펀드출자자(LP)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쿠팡과 토스, 마켓컬리 등 사례에서 보듯 한국의 창업가들은 매우 민첩(agile)하고 시장 변화를 포착해 사업 모델로 전환하는 능력이 (세계적으로 비교해도)뛰어나다"면서 "투자금의 10%는 한국 스타트업 발굴에 투자하고 이들의 글로벌 진출을 도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태생인 펠르랭 대표는 프랑스로 입양된 뒤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과 통상국무장관을 거쳐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2016년 퇴임 후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하면서 글로벌 투자업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특히 탄탄한 국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키우려는 네이버를 도와 굵직한 인수합병(M&A)과 투자를 주도해 IT업계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근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기사)장을 경제 부문에서 받았다.

팽창하는 메타버스 시장과 관련해 펠르랭 대표는 "메타버스로 인해 '한국의 시간'이 본격화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네이버, 카카오로 설명되는 1세대 창업자부터 시작해 최근의 당근마켓까지 세대(Generation)를 잇는 민간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됐다"면서 "여기에 한류로 설명되는 콘텐츠와 지식재산권(IP)이 매우 강력한데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자체 IT플랫폼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메타버스 핵심인 게임 분야에서도 앞서가는 기업이 다수 있어 메타버스 분야에 매우 큰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펠르랭 대표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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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르 팰르랭 코렐리아캐피털 대표와 기자 간 줌 인터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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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펀드 조성을 마쳤다.

▷네이버를 포함해 주요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펀드(K펀드2) 구성을 완료했고 유럽과 한국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시작했다. 한국과 유럽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양국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유럽 시장 정보를 제공해 글로벌 진출을 돕고 싶다. 향후 펀드를 추가로 조성해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펀드 메인 투자자인 네이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계기가 있었나.

▷이해진 네이버 GIO와는 2015년 프랑스 문화부 장관 재직 시절 처음으로 만났다. 국가의 경제 주권과 디지털 경제 발전에 대한 비전이 일치했다. 빅테크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눴다.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은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 그들의 야망은 끝이 없다.(이 GIO와)한국과 프랑스 모두 우수한 교육 시스템과 인재풀, 훌륭한 산업 기반과 생활방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왜 글로벌 빅테크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지 못하는가에 대해 문제 의식을 공유했다. 네이버·라인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것처럼 양국의 IT 스타트업들이 한 국가를 넘어 한 대륙, 전 세계를 무대로 세계적인 입지를 가지는 회사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생 기업을 위한 기회 창출, 인터넷 생태계 자립 등과 같은 비전에 대해 네이버가 공감하면서 1차 펀드가 구성됐다. 이번 2차 펀드 조성 역시 단순한 사업을 넘어, 이러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이번에 조성하는 펀드에서도 한국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안다.

▷한국의 많은 재벌 오너들을 만났지만 한국을 방문할때마다 가장 가슴 뛰는 이유는 젊은 창업가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여러 유니콘을 배출했고, 세대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특히 고무적이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과 같은 창업 1세대부터 쿠팡과 같은 2세대, 마켓컬리, 비바퍼블리카(토스)등 3세대까지 자연스러운 발전이 있었다. 한국 창업씬의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찾고 이들을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미션이다.

-한국 창업가들만의 엣지가 있을까.

▷한국의 젊은 창업가들은 매우 민첩하다. 매우 빠르게 글로벌 시장 동향을 포착하고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디지털 측면에서 한국 시장은 얼리 어답터 시장이다. 한국의 소비자는 매우 빠르다. 한국의 창업가들은 소비의 모든 영역이나 앱·서비스를 보는 관점이 혁신적이고 빠르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에서 창업의 한계점은 내수 시장이 충분히 크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성장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만나본 한국의 새로운 창업 세대는 이 함정을 완전히 극복했고, 글로벌하고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갖고 있다. 야심차고, 민첩하고,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면, 해외에서도 통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우리가 한국의 새로운 창업 세대에 베팅하는 이유다.

-한국과 프랑스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교한다면.

▷한국과 프랑스 정부 모두 관료주의적 성향이 있고, 일정 부분 규제 장벽이 있다고 생각한다. 양국 모두 매우 재능있고, 성공한 개입 창업가들에 의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국과 프랑스 모두 여러 세대에 걸친 성공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영감을 주는 창업 세대가 생겨났고, 성공한 창업가들이 다음 세대에 투자하는 비즈니스 엔젤이 되는 기업가 정신의 선순환이 만들어진 것이다.특히 한국의 경우 프랑스가 10년에 걸쳐 만들어낸 성과를 5년만에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와 한국 모두에서 볼 수 있는 창업 선순환 구조가 앞으로 기술 분야에서 훨씬 더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이뤄졌다. 반면 버블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유럽 분위기는 어떤가.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유럽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이슈다. 2019년 이후로 미국을 중심으로 특히 기술과 헬스케어 등 일부 분야에서 버블이 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일정 부분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다만 큰 그림에서 올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진 않는다. 투자자는 여전히 충분한 실탄(자금)을 쥐고 있다. 더욱이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등 새로운 분야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기조가 느려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 이유다.

-블록체인·메타버스 분야는 어떻게 전망하나.

▷메타버스, NFT와 같은 분야는 매우 양면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메타버스는 새로운 세대와 함께 발전할 것이고, 기업들은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시도를 시작했다. 앞으로 2년간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분야에서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관련해서 한국 스타트업도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매우 강력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한류로 설명되는 콘텐츠와 지식재산권(IP)이 매우 강력한데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자체 IT플랫폼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메타버스 핵심인 게임 분야에서도 앞서가는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시간'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제로 작년 한해 K콘텐츠가 전 세계를 달궜다.

▷한국은 BTS와 블랙핑크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조용한 게임을 했다. 지금은 '한국의 시간'이 열렸다. 몇년전과도 완전히 달라진 상황이다. K팝, 웹툰 뿐만이 아니다. 한국 문화와 생활 방식에 대해 많은 유럽인들이 매력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럽의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브랜드와 생활방식, 한국의 지식재산권(IP)이 유럽에서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외에 삼성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과 협력도 염두에 두고 있나.

▷물론이다. 네이버 뿐 아니라 삼성과 같은 기업과도 협력할 의사가 있다. 펀드 조성 과정에서 한국의 여러 기관 투자자들과 만났다. 삼성 뿐 아니라 현대차, SK 등 한국의 기업 오너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한국 경제의 핵심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삼성은 혁신적인 회사이고,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한국에 많은 전략적 이점을 가져다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말 한국 국회에서는 애플, 구글 등 빅테크에 대한 국내 플랫폼 기업의 역차별이 지적됐다. 유럽 상황은 어떤가.

▷프랑스 상황은 사실 더 심각하다.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자국 플랫폼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인에겐 행운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인들은 구글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자국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경제라는건 네트워크 경쟁이고 독점적 위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건 새로운 주체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가 탄탄하려면 일부 기업들에게만 힘이 몰려선 안 된다. 국가차원에서 주권의 관점으로 자국의 경제주체를 도와야 하는 이유다. 타국의 인프라를 활용하고 현지인 고용하는 기업들이 혜택을 누리면서 지불하는 것이 없어선 안된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다. 디지털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이러한 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유럽의 경우 세금과 개인 정보 문제에서 약간의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독점 금지와 빅테크의 데이터 소유권과 관리에 대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코로나로 한국 방문이 미뤄진 것으로 안다. 한국에 상주할 계획은 없나.

▷연말부터 한국 방문 계획을 잡고 있었는데, 코로나 상황에 따라 미뤄졌다. 상황이 나아지는대로 한국에 방문할 계획이다. 6개월 이상의 장기 체류도 고려하고 있다.

-관료·정치인에서 벤처 투자라는 전혀 새로운 세계에 뛰어든 이유가 있었나.

▷인생에서 전혀 다른 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소중하다. 혼자서는 결코 벤처투자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네이버라는 파트너를 만났고 함께 비전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사실 2013년 이전에는 한번도 한국에 가본적이 없었다. 그 이후로도 아마 평생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의 뿌리(Root)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나에겐 단순한 비즈니스 이상의 의미가 있는 일이다.

▶▶ 플뢰르 펠르랭…

△1973년생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졸업 △프랑스국립행정학교 행정학 졸업 △프랑스 ESSEC경영대학원 무역학 졸업 △프랑스 중소기업 디지털경제부 장관 △프랑스 통상관광 국무장관 △프랑스 문화부 장관 △코렐리아캐피털 대표

[황순민 기자 /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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