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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공군 하사 강제추행’ 가해자 징역형 집유…유족 “받아들이기 어려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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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사진은 공군본부가 위치한 충남 계룡시 계룡대 정문의 모습. 2021.6.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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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A하사를 강제추행하고 이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A하사 숙소를 침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 준위에게 1심 재판부가 검찰의 구형과 달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공군보통군사법원 재판2부는 18일 군인 등 강제추행과 공동주거침입, 주거수색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모 준위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준위의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준위는 피해자가 숨진 채로 발견된 지난해 5월 11일 오전 피해자가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 숙소를 찾아가 박모 원사와 방범창을 같이 뜯고 공동으로 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 준위는 그날 오전 7시 33분부터 피해자에게 총 23회 전화를 했다. 오전 8시 9분에 피해자 숙소 앞에서도 전화를 걸어 피해자 숙소 안에서 울리는 벨소리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 준위는 박 원사가 피해자 숙소에 도착한 오전 8시 45분까지 112 또는 119에 신고를 하거나 소속 중대장에게 상황 보고를 하지 않았다.

이 준위는 또 피해자 숙소에 침입한 다음 거실 내부까지 들어가 컴퓨터 모니터가 놓인 책상 위 A4용지와 노트를 집어 들어만지고 살펴보는 등 피해자 주거를 수색한 혐의도 적용됐다.

당시 피해자 노트에서 일부가 찢어진 종이가 발견됐으나 찢겨 나간 종이는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 또 피해자가 구입했던 노트북의 행방 역시 지금까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 준위는 그에 앞서 지난해 3월 말~4월 초 피해자의 볼을 한 손으로 잡은 후 다른 한 손의 손날로 1회 치는 방법으로, 지난해 4월 21일에는 피해자의 볼을 한 손으로 잡는 방법으로 각각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군 검찰은 지난달 2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해자의 상관인 피고인은 피해자가 의지할 수밖에 없는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고, 장기지원을 고민하는 피해자를 상담하며 피해자와 쌓은 신뢰관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이 준위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반면 이 준위는 각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준위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라며 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했다. 또 “현행법은 사자(사망한 사람)를 주거침입 범죄의 객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다른 혐의들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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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임태훈(왼쪽)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이 이모 준위가 지난 5월 A하사가 사망하기 전에 A하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를 피해자 유족에게 제때 알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는 모습. 2021.11.1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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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판부는 이 준위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으로서, 피해자가 생전에 가졌던 사실상의 주거 평온은 (피해자) 사망 후에도 계속 보호되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준위의 주거수색 혐의에 대해 “피고인은 무의식적으로 A4용지와 노트를 만졌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증거들을 종합해서 보면 피고인이 무의식적으로 만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준위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볼을 잡는 행위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도덕적 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봄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대법원 양형기준과 이 준위가 초범인 점 등을 종합하여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과 취업제한 명령은 하지 않았다.

피해자 유족은 이날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족은 “군 수사기관 수사가 초동수사 때부터 미흡했다. 딸이 생활한 숙소 현관문 외시경에 꽂혀 있던 휴지는 무엇인지, 왜 외시경에 휴지가 꽂혀 있었는지가 규명되지 않았고, 딸이 사용한 노트에서 찢겨 나간 종이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이 준위와 박 원사에 대한 소지품 검사, 차량 점검도 초기에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군 수사기관이 지난해 5월 이 준위의 강제추행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정보공개청구 3개월 만인 지난해 9월이었다”고 말했다.

유족은 이어 “부모 입장에서는 의심스러운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어서 이 준위 등의 공소장에 적혀있지 않은 다른 중한 범죄사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유족이 증거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한정돼 있고,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심정이지만 유족이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다”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편 이 준위와 공동으로 피해자 주거를 침입한 혐의(공동주거침입 등)로 불구속 기소된 박 원사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군 검찰은 박 원사에게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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