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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세계 속의 북한

"이러다 북한처럼 암흑기"…다시 심해지는 동유럽국 언론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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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알렉산다르 부치치 (왼쪽) 세르비아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세르비아,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에서 '언론 길들이기'가 횡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 공산·권위주의 통치 체제에서는 언론인을 살해하는 등의 무자비한 방식을 활용했으나, 최근에는 언론의 신뢰도를 깎아내리거나 기사 자체에 대한 접근을 막는 방식 등으로 언론 통제 수단이 진화했다는 분석이다.

세르비아에서는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부치치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정책에 반론을 제기하는 보도는 독립 뉴스채널인 N1에서만 다뤄지고 있는데, 최근 N1은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N1을 송출하는 케이블 제공업체 SBB가 국영 '텔레콤 세르비아'와 경쟁에 밀려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텔레콤 세르비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시즌의 중계권료로 SBB보다 700% 더 많은 7억 달러(약 8천300억원)를 지불했다. 인구 700만명이 되지 않는 세르비아에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정부 지원이 없다면 사실상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많다.

결국 SBB를 선택하는 시청자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N1 방송의 시청자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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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행보'로 논란을 일으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SBB 모회사인 '유나이티드 그룹'의 드라간 솔라크 회장은 "N1 같은 방송사가 없다면 세르비아가 북한처럼 암흑기에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립 방송 감시단체인 '비로디'의 조란 바브릴로비치는 자국 언론 지형에 대해 "미디어가 여론을 얼마나 선동하고, 선거 결과까지 좌우하는지 알아보는 거대한 실험장 같다"고 했다. 세르비아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폴란드의 상황도 심각하다. 뉴욕타임스는 "폴란드의 여당 '법과정의'가 공영방송 TVP를 정치선전용 확성기로 탈바꿈시켰다"고 전했다.

법과정의당은 미국인이 보유한 독립 뉴스채널 TVN24를 퇴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의 반발을 우려해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신문사들도 폴란드 국영 석유회사에 연이어 인수되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헝가리도 언론 환경이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언론사 수백여 곳을 지주사 한 곳이 싹쓸이 인수해 보유 중이다. 이 지주사는 극우 성향 빅토르 오르반 총리 측근이 운영 중이다.

전국단위 방송사 중엔 한 곳만 오르반 총리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정부 재정에서 독립된 형태였기에 이런 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세르비아의 한 언론사 편집장 출신인 인사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 시절처럼 언론인이 죽어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무도한 통제 없이도 우호적인 기사가 나올 수 있도록 (통제) 수단이 더 업그레이드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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