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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신발도 못 신고...80대 노모, 영하 5도에 집에서 도망 나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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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8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슈퍼마켓 CCTV 영상 중 한 장면. 80대 노모가 신발도 신지 않고(빨간색 원) 아들의 폭력을 피해 슈퍼마켓을 찾았다. 당시 서울 기온은 영하 5였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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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할머니가 영하 날씨에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집에서 도망쳐 나오는 일이 발생했다. 아들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노모의 아들을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노원구의 한 슈퍼마켓에 노인 A씨가 힘겹게 들어왔다. 당시 기온은 영하 5도였다. 노인은 외투도 제대로 입지 않았고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였다.

가게 주인은 노인을 앉힌 뒤 그의 손을 주물러 줬다. 슬리퍼도 새로 꺼내 건넸다. 사정을 묻자 A씨는 인근 아파트에 산다며 술에 취한 50대 아들이 해코지 할까 봐 도망쳤다고 답했다. 이 같은 사연은 18일 KBS 보도로 알려졌다.

허태순 슈퍼마켓 사장은 당시 A씨에 대해 “오늘 밤 내가 (아들과) 같이 잘 수가 없다고 무서워하시더라”며 “다리하고 손을 벌벌 떨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과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노인보호 쉼터에 머물고 있는 A씨는 아들에게 여러 차례 욕설을 듣고 위협을 당했다며 따로 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 내 노인 학대 사건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 학대로 인정받은 사건 수는 2017년 4622건에서 2020년 6259건으로 46%가량 늘었다. 이 중 가정에서 발생한 사건이 90%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5243건)과 비교해서도 19% 늘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양로원 등이 문을 닫으며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 학대의 징후로 집에서 크게 다투는 소리가 자주 들리거나 영양 상태가 좋지 않고 치료를 받지 못한 상처가 보이는 것 등을 꼽았다. 또 알코올 의존증이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자녀와 사는 노인이 위험하다고 전했다.

노인 학대 피해자는 경찰서 외에도 전국 38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또 숙식과 의료가 제공되는 전용 쉼터에서 최대 6개월간 지낼 수 있다.

[송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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