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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바이든 '美 돌아왔다' 외쳤지만, 아프간 철군으로 리더십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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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우선주의' 외친 트럼프와 달리 다자주의·동맹복원 강조

대중·대러 강경대응 기조 유지…아프간 혼란스러운 철군은 실책

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월20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마치고 한 연설에서 "민주주의가 이겼다. 통합 없이는 어떤 평화도 없다"고 밝히고 있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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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이 돌아왔다"

오는 2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때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 어디에서나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사적 역할을 재확인해주기를 동맹국들이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우선(America First)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불만이 쌓여 왔던 세계 각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선언에 상당한 호응을 보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정책에 있어선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미국과 중·러간 갈등 격화로 국제사회 정세의 불안정한 상황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음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년을 맞은 현 시점에선 '미국이 돌아왔다'는 그의 선언에 의문을 품는 시선들이 늘고 있다.

◇ 바이든, '다자주의·동맹복원' 강조…美리더십 복원 주력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외적으로 '다자주의'를 기치로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하는데 공을 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1호 행정명령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에 서명했고, 세계보건기구(WHO)에도 곧바로 복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했던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귀를 위한 협상도 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기부 및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공론화 등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 공조를 주도했다.

아울러 지난해 2월 화상으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Δ4월 기후정상회의 Δ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Δ7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화상 특별정상회의 Δ9월 유엔총회 및 기후변화 주요경제국포럼(MEF), 백신 정상회의 Δ지난 10월말~11월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및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 국제회의를 주최 또는 참석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얼라이언스 퍼스트'(Alliance First·동맹 우선주의) 외교정책을 앞세워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삐걱거렸던 동맹 복원에도 신경을 썼다.

그는 취임 후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 정상들과의 화상회의,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등을 가지며 전통적인 서방 우방국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했다. 지난해 4월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와 첫 대면 정상회의를 가진 데 이어 5월 문재인 대통령과 2번째 대면 회담을 갖는 등 아시아의 동맹국들과의 동맹 강화에도 정성을 쏟았다.

이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좌충우돌 행보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안정적 대외정책 기조는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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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해 6월11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 베이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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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대러 강경책, 트럼프 행정부 사실상 승계…전운 고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라이벌인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한 접근법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정책을 사실상 승계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차례 전화통화 및 지난 11월 첫 화상 정상회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지난 6월 대면 정상회담과 지난 12월 화상 회담 및 전화 통화 등을 가졌다.

그러나 정상들간 소통 이후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독재자들"이라고 직격하면서 등 중·러와의 관계는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군사·안보·인권 문제는 물론 경제·통상·첨단기술 등의 영역까지 전방위적으로 대중국 견제에 집중했다.

그는 대만 및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강하게 경고했고, 신장과 홍콩 등에서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았다. 중국의 일방적인 무역 관행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중국 유출엔 확실하게 제동을 걸었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인 특유의 돌발적 행보로 중국과 충돌했던 것과는 달리 동맹을 중심으로 그물망식 대중국 포위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대중국 견제 성격이 짙은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를 장관급에서 정상급 회의로 격상했고, 지난해 3월(화상)과 9월(대면) 2차례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9월엔 영국·호주와 새로운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고,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6일엔 신장 지역 등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를 지적하며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했다.

이같은 조치들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고, 양국간 갈등은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도 미국에 대한 사이버공격과 인권 문제 등을 앞세워 추가 제재를 단행하는 등 강공책을 이어왔다.

특히 최근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커지자 사상 최대의 경제 제재를 경고하면서 압박 강도를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러시아가 요구한 안보보장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0일 미·러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서방과 러시아간 연쇄회담을 가졌지만, 양측의 입장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끝나면서 전쟁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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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3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철군 종료 관련 대국민 연설을 마치고 떠나고 있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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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아프간 철군…비판론에 지지율 하락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1년간 최대 실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이다. 당초 아프간 미군 철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끝내겠다면서 동맹국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군 철수를 지난해 8월말로 시한을 잡고 밀어붙였다.

그러나 탈레반은 미국의 예상보다도 빨리 아프간을 장악해 나갔고, 미국의 지원을 받던 아프간 정부는 힘 한 번 제대로 못쓰고 모래알처럼 무너져 버렸다.

여기에 카불 공항에서 미국인 및 미군에 협조했던 아프간인들이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충격적인 장면은 미국에게는 뼈아픈 과거 베트남전 철수의 기억을 되살렸고, 13명의 미군이 사망한 폭탄 테러 발생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아프간에서의 혼란스러운 철군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론조사 분석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에 따르면, 임기 초 50%대를 유지하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아프간 철군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 8월16일 처음으로 50%가 붕괴됐고, 철군이 마무리된 8월30일엔 부정론(47.5%)이 긍정론(47.2%)을 처음으로 앞서면서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미국 퀴니피액대학이 지난 7~10일(현지시간) 전국 성인 1313명을 상대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지난해 2월3일엔 61%)만이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가운데, 응답자의 54%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제라드 베이커 전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장은 최근 기고문에서 "미국의 동맹 회복을 약속하며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의 아이러니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사가 유럽 지도자들에게 때때로 경각심을 주었듯이,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는 아프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실제로 더 무서운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커 전 편집장은 "세계의 다른 곳에선 미국의 리더십에 의해 남겨진 공백이 미국의 이익을 증진할 가능성이 없는 방식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철군 결정에 따른 여파로 세계 각국에서 예상치 못한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 해밀턴 전 우드로윌슨센터 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한 낮은 평가가 아프간에서의 성급한 철수라는 심각한 외교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두 번째 해는 더 많은 외교정책 도전 과제들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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