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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IPO 삼수생’ 오일뱅크, 몸값 10조원으로 ‘대표 정유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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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가 세 번의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는 가운데, 정제마진이 오르고 사업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설비(HPC)까지 3년 만에 공사가 끝나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1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이르면 다음 달 중 결과를 받아볼 예정이다. 심사에서 통과하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등을 거쳐 상반기 중 상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예상 시가총액은 10조원대다. 2019년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8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는데, 그사이 정유사업 실적이 개선돼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조선비즈

현대오일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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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가 IPO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11년에 처음 IPO를 시도했지만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업황이 악화돼 상장 계획을 접었다. 2017년에 다시 상장을 시도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 사건 여파로 금융당국의 회계 감리가 강화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당시 현대오일뱅크는 감리 과정에서 자회사인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이익을 과다계상한 점이 나타나 경징계를 받았다. 경징계를 받아 상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과정이 지연되는 사이 증시가 침체되면서 중도 포기했다.

정유업계는 올해 현대오일뱅크 IPO가 과거보다는 우호적인 환경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지난 2년간 정유업계를 침체기에 빠트렸던 코로나19 영향이 올해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정제마진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은 이달 둘째주 배럴당 6달러를 기록하며 전주(5.9달러) 대비 상승했다. 1년 전 1.6달러에 비하면 확연히 개선됐다. 정제마진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5월 배럴당 -5.5달러까지 떨어졌고, 지난해에도 상반기까지 1~2달러권에 갇혀 있다가 하반기 들어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의 재고평가이익이 늘어나 도움이 되긴 하지만, 에너지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제마진이 오르지 않아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올해의 경우 휘발유에 이어 항공유 수요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돼 정제마진이 유의미한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현대오일뱅크 투자 심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한 HPC가 최근 시운전에 들어간 점도 IPO 성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HPC는 정유 과정에서 나오는 중질유 등을 활용해 플라스틱과 합성 고무 원료인 폴리에틸렌을 비롯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다. 지금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상승하면서 정유업이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업황이 악화될 경우 석유화학사업인 HPC가 그 손실을 채워줄 수 있다. 정유업 의존도가 줄어드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 매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2030년까지 신사업 매출을 늘려 정유업 비중을 45%로 줄이겠다는 것이 현대오일뱅크의 목표다.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HPC에 총 3조1285억원을 투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상반기 중 상업가동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공장 가동 이후 한동안 손실이 발생하지만, 현대오일뱅크의 HPC는 가동 즉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연간 약 50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는 롯데케미칼(011170)과 합작해 설립한 현대케미칼의 영업이익에 반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블루수소 10만톤(t)을 생산하고, 블루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친환경 관련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예상 몸값 10조원을 인정받는다면 에쓰오일(약 10조5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국내 대표 정유주 자리를 두고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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