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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투명인간’된 여섯살 조나단[히어로콘텐츠/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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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그들과 우리가 되려면]

〈2〉이주민들 ‘떠나지 못하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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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경기 안산시의 빌라 2층에 사는 조나단이 바로 아래층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한국인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세탁기와 신발장, 빨래 건조대로 발 디딜 틈 없는 좁은 베란다가 세상을 알아가는 통로다. 히어로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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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아이가 있는데 받아줄 수 있나요?”

“미등록이 뭐예요?”

“부모님이 불법 체류하는 분의 아이요.”

“어휴, 저희는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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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은 미등록 이주아동이란 이유로 어린이집 입소를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경기 수원에서 조나단의 입소를 거부한 어린이집은 10곳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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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인 부부가 한국에서 낳은 조나단(가명·6)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어린이집을 가지 못했다. 국내에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미등록 이주아동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비자 갱신에 실패하면서 영문도 모른채 미등록 신분을 물려받았다. 태어났다는 사실조차 증명하기 어려운 ‘투명인간’이 된 셈이다.

조나단은 미등록 신분 탓에 어린이집도, 문화센터도, 그 어디에도 가기 힘들었다. 조나단에겐 경기 수원시의 두 평(약 7m²) 남짓한 원룸이 거의 유일한 세계였다. 조나단이 자라며 집은 점점 좁게 느껴졌다.

조나단이 돌이 지났을 무렵 엄마 와티(가명·39) 씨는 어쩔 수 없이 조나단을 데리고 뒷산으로, 시장으로 외출을 시작했다.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러웠다. 미등록 아동은 병원 치료조차 거부당할 수 있어 걱정이 컸다.

“어디를 데리고 가든 다칠까 봐 겁이 났어요. 비자 만료 후엔 보건소에서 예방 접종조차 거부당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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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의 어린이집 인근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조나단. 엄마가 등을 밀어줄 때마다 한국어로 숫자를 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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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나단의 두 평 세계

와티 씨는 아이를 언제까지 방치할 순 없었다. 아이가 만 세 살이 지난 2019년 말 와티 씨 부부는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 ‘내년 봄에 돌아가 애를 적응시켜 2학기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야지.’ 비행기편을 알아보고 짐도 쌌다.

그런데 이듬해 초 돌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었다. 부부는 방역이 불안한 모국으로 아들을 보내기가 두려웠다. 코로나19가 야속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생계까지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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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의 원룸에 있는 조나단과 와티 씨. 미등록 신분 탓에 대부분 집에서만 생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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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동자인 남편은 월급이 일정치 않았다. 와티 씨도 돈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조나단을 맡길 어린이집이 없으니 난감했다.

2019년 겨울, 식당 청소 일을 구한 적은 있다.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식당이 문을 열기 전이라 조나단을 데려가 일할 수 있었다. 새벽부터 겨울옷으로 꽁꽁 싸맨 조나단을 유모차에 태우고 일터로 향했다. 걸어서 30분 거리를 찬바람 맞으며 오가면서도 일감이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져 이마저도 그만둬야 했다. 생계를 이으려면 조나단을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집에서 인도네시아 음식을 만들어 이주민들에게 팔기 시작했지만 생활비는 여전히 부족하다.

어린이집이 조나단을 받아줄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한국인 아동이 많은 어린이집은 여지를 안 주는 편이다. 학부모들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더군다나 경기 수원시 이주아동은 비자가 있든 없든 보육비를 전혀 지원받지 못한다. 부모가 보육료 전액을 내야 한다. 어린이집은 이주노동자 부모들의 일자리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안다. 보육료가 밀릴까 봐 걱정돼 입소를 거부하는 것이다. 수원어린이집협의회 측은 “수원시청이 외국인 아동을 전산에 등록해야 입소할 수 있다. 미등록 아동은 단체 상해보험 가입도 안 돼 혹시라도 다치면 보상을 못 받는 점도 부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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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간 어린이집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조나단의 등원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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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안산 밖엔 답이 없다

미등록 이주아동, 어린이집-학교서 받고 진학-비자 상담 선생님들도 있어 돌아와
○ 이주 속의 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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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간판들이 눈에 띄는 안산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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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아동을 받아주는 어린이집이 안산에 있대요.”

조나단을 거부한 어린이집이 10곳이 넘었을까. 조나단을 안타깝게 여긴 수원의 한 교회 교사가 지난해 와티 씨에게 안산행을 제안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수원으로 이주해 겨우 정착했는데….’

이주에 이은 이주는 버거웠다. 와티 씨는 수원에서 쌓아온 걸 모두 버려야 했다. 미등록인 조나단을 선뜻 받아준 병원, 육아용품을 물려주던 집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그래도 와티 씨는 5년째 살던 수원을 떠날 용기를 냈다. 조나단을 위해서. 다행히 안산의 한 어린이집이 그해 5월 조나단을 받아주기로 결정했다. 조나단 부모의 여권과 조나단의 병원 출생증명서만 확인하고 입소를 허락했다. 어린이집 전체 아동의 90% 이상이 이주 배경 아동이어서 별다른 선입견이 없었다. 보육료를 미납한 외국인 부모들을 독려해 본 경험도 있었다.

안산의 이러한 보육 환경 뒤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있었다. 안산시는 2018년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자체 예산으로 등록 외국인에게 보육비를 주기 시작했다. 보육비 지원 덕에 안산 어린이집들은 이주아동들을 수월하게 받게 됐다. 경험이 쌓이면서 이주민 학부모들의 자녀 보육료가 밀릴 것이란 선입견도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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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등원이 중단된 안산 어린이집. 지난해 11월 넉 달 만에 공사 중인 어린이집을 찾은 조나단은 낯선 풍경에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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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티 씨는 이사까지 열흘이 남았는데도 일단 등원을 시작했다. 조나단 손을 잡고 수원에서 안산까지 지하철과 도보로 1시간씩, 왕복 2시간을 오갔다. 조나단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곤 근처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제가 좀 길치거든요. 새로운 집과 어린이집 근처 길을 영상으로 찍어서 외웠어요.”

와티 씨는 등원과 하원을 매일 반복하기 힘겨웠지만 뿌듯했다. 조나단은 새로운 한국어 단어와 표현을 금방 배워오곤 했다. 엄마와 헤어질 때도 떼쓰지 않았다. 오히려 인도네시아어로 이렇게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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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마침내 임시로 등원이 가능해졌지만 같은 해 6월 한 달밖에 못 다닌 어린이집이 어색해진 조나단은 ‘들어가기 싫다’며 엄마 팔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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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너무 빨리 데리러 오지 마. 나 7시간 정도는 있어야 해.”

안산에 정착하는가 싶었다. 조나단이 어린이집을 한 달 다녔을 무렵, 또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안산 어린이집마저 등원이 중단됐다. 맞벌이 부모 등 특수한 경우에만 아이를 돌봐주는 긴급 보육이 시작됐다. 어린이집에선 긴급 보육을 신청하려면 부모의 재직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비자가 만료돼 일용직으로 일하는 조나단 아빠는 재직증명서를 낼 수 없었다. 매월 소득이 일정치 않으니 월급 명세서도 내질 못했다.

게다가 와티 씨는 둘째를 임신했다. 입덧이 심해졌다. 병원 진단서까지 받아 어린이집에 냈다. ‘제발, 잠시만이라도 아이를 받아주세요.’ 간절한 마음이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시 매뉴얼을 따라야 했어요. 여긴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지역이라 (시 측에) 저희만 봐달라며 (입소를 허용)할 수가 없었어요.”(안산 어린이집 원장)

여섯살 조나단-열여섯 아딜벡
한국이 자신의 집이라는 조나단
어린이집 찾아 수원서 안산으로 이주
청주로 이사갔던 아딜벡, 다시 유턴

○ 언어를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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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의 원룸에서만 생활하는 조나단은 유일한 친구인 엄마에게 인도네시아어로 쉴 틈 없이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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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은 수원에 이어 안산의 원룸에 다시 고립됐다. 성인 네 명이 앉으면 꽉 차는 공간. 조나단은 먹고 자는 건 물론이고 공부와 놀이까지 이곳에서 다 해결해야 한다. 친구는 결국 엄마뿐이다.

와티 씨는 조나단이 수원에서보다 더 걱정됐다. 한국어 실력이 제자리걸음도 아닌, 뒷걸음질이기 때문이다. 원래 조나단은 인도네시아어로는 말이 많은 아이다. 주변 이웃들이 ‘짹짹이’란 별명을 붙여줄 정도다. 하지만 놀이터에서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섣불리 다가가질 못한다.

조나단 가족을 돕고 있는 수원 교회의 인도네시아인 목사 아구스(가명) 씨도 이 점을 심각하게 여긴다. 한국어는 한국에서 살기 위한 기본 중 기본이기 때문이다.

“조나단이 여섯 살인데 한국어 수준은 두 살 정도로 보여요. 단어들만 말해요.”

엄마마저 한국어를 거의 못해 악순환이다. 조나단은 엄마의 서툰 한국어를 듣고 자랄 수밖에 없다.

갈 곳이 없다 보니 사회성도 떨어진다. 조나단은 때때로 화를 못 참고 모든 걸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애들은 화가 나면 울거나 떼를 쓰기 마련이지만 조나단은 어른들의 화난 표정을 따라 한다.

조나단이 한국을 떠나 인도네시아로 가면 모든 게 해결될까. 조나단은 단 한 번도 인도네시아를 가본 적이 없다.

“조나단, 보고 싶어. 인도네시아로 와.”(조나단 할아버지)

“제 집은 한국이에요. 인도네시아 안 가요.”(조나단)

조나단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영상으로만 만나봤다. 많게는 이틀에 한 번 인도네시아어로 통화한다.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조나단은 분명히 선을 긋는다.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와티 씨는 굴레를 언제 벗어날지 알 수 없다. 방역 여건을 생각하면 인도네시아로 돌아가기도 어렵다. 그러는 동안 아이는 말을 배우고 친구를 사귈 시간을 놓쳐버린다. 미등록 아동을 구제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법무부는 지난해 4월 “국내에서 태어나 15년 이상 거주하고 국내 중·고교를 다닌 아동에게 체류를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2025년 2월까지만 시행된다. 조나단은 여섯 살. 9년을 채우고 나면 2031년이 된다. 제도가 종료된 지 한참 뒤일 것이다.

조나단은 지난해 11월 말 간신히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다. 부모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해 등원 허가를 받았다. 잠시 구제는 받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임시로 허가를 받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미등록 이주아동의 보육을 보장하는 제도는 여전히 없다.
○ 안산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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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선일중 3학년 누르가셰프아딜벡은 청주로 이사 갔다 지난해 안산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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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으로 모여드는 이주민은 조나단 같은 영유아만이 아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누르가셰프 아딜벡(16)은 카자흐스탄에서 왔다. 아홉 살 때인 2015년, 고려인 3세인 어머니를 따라 안산에 왔다. 카자흐스탄 경제가 악화돼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아딜벡 가족은 4년 만에 아버지 직장을 따라 안산시에서 충북 청주시로 이사했다. 아딜벡은 안산에 남으려면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주민이 많은 안산을 떠나 한국인이 많은 곳에서 자신의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아딜벡이 다니던 안산 선일중은 이주배경 학생이 전체의 50%를 넘는다. 하지만 청주의 학교에선 한 학년에 서너 명 정도뿐이다.

“처음에 애들이 엉덩이를 툭툭 치며 장난을 거는 거예요. 카자흐스탄에선 절대 남자들끼리 밀접 접촉을 안 하거든요. 안산에선 한국 애들도 그런 장난 안 쳐요. 우리가 싫어하는 걸 아니까요.”

아딜벡은 문화적 차이에 당황했다. 성적도 갑자기 떨어졌다. 청주 학교에서 본 첫 중간고사 점수는 평균 60점대였다. ‘원래 반에서 3등 밑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는데….’

아딜벡은 정신이 번쩍 들어 공부에 매달렸다. 다행히 이듬해에는 평균 80점대 후반까지 점수를 끌어올렸다. 이번엔 고등학교 진학이 문제였다.

아딜벡은 카자흐스탄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였던 아버지처럼 금융계 진출을 꿈꾸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주식 공부를 시작할 정도로 금융에 관심이 많다. 경영과 금융에 특화된 특성화고 진학이 목표다. 하지만 청주에선 이런 특성화고를 찾을 수 없었다.

진로나 비자 문제를 상담할 곳이 없는 점도 난관이었다. 안산의 선일중엔 다문화부가 따로 있었다. 러시아어에 능통한 선생님이 비자 문제를 상세히 안내해줬다. 다른 선생님들도 이주배경 학생들 처지를 워낙 잘 이해해 ‘맞춤형 진로 상담’을 해주곤 했다. 동네엔 고교 진학을 조언해줄 고교생 이주배경 선배들도 많았다. 하지만 청주에선 이 모든 걸 아딜벡이 알아서 해야 했다.

‘안산밖에 답이 없다.’ 아딜벡 가족은 결국 1년도 채 되지 않아 안산으로 돌아왔다.

여전한 냉대에 좌절하는 ‘그들’
안산, 이주민 가족의 보육 환경 월등
경기도 차원 지원 늘리려하자 거센 반발
日-獨은 국적 상관없이 아동 복지 혜택

○ 섬을 징검다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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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경기돋 이주아동 조례’가 경기도의회에 발의되자 외국인 반대 단체 회원들은 안산시 중앙역 인근에서 집회를 벌였다. 난민대책국민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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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의 이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수월하게 건너가도록 징검다리를 놓는 시도도 있었다. 2019년 경기도의회에서는 ‘경기도 이주아동 조례안’이 발의됐다. 조례안은 이주아동을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18세 미만의 사람’으로 규정해 혜택을 보장했다. 조례안이 통과됐다면 조나단도 수원 어린이집에 갈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조례안을 주도한 김현삼 의원은 물론이고 100명이 넘는 경기도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외국인 반대 단체들이었다. 안산에서는 10차례가 넘는 반대집회가 열렸다. 김 의원 집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반대 단체분들은 이주민들이 아이를 앞세워 한국에 들어오고, 한국인의 자리를 빼앗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더라고요.”

김 의원은 ‘실패한 조례안’을 씁쓸하게 회상했다. 1980, 90년대 반월공단에서 일했던 그는 공단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주노동자가 부족해 주문량을 생산해 내질 못한다고 사장님들이 하소연합니다. 내국인은 채용하고 싶어도 오질 않고요. 그런데도 이주민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아요.”

특히 영유아 보육은 이주민 지원의 사각지대다. 초등학교 때부터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공교육을 받을 수 있다. 보육은 다르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도 외국인에겐 보육비 지원 혜택이 없다.

지난해 경기도의회는 등록 외국인주민 자녀에게 보육비를 직접 지원하도록 명시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경기도 내에서 이주아동에게 보육비를 별도로 지원하는 지자체는 안산, 부천, 시흥, 군포시 등에 그친다. 그마저도 시 자체 예산으로 해결한다.

경기도는 조례 통과 뒤에도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경기도 측은 “외국인 보육비 지원은 예산이 많이 들고,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국가들은 어떨까. 일본은 2019년부터 국적을 묻지 않고 만 3∼5세 어린이에게 무상보육과 부모 대상 육아교육을 시작했다. 독일은 자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에게 출생증명서를 발급한다. 출생등록이 되면 보육 지원이나 예방접종 등 복지 혜택을 받기 수월해진다.

조나단처럼 ‘보육 차별’을 받는 아이들이 많다. 조나단의 수원 친구인 미카엘(가명·3)과 안나(가명·2)도 미등록 이주아동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어린이집에 갈 수가 없다. 아이 부모는 조나단처럼 어린이집을 찾아 수원에서 안산으로 이사할지 고민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은 약 2만 명 규모로 추산된다. 인권단체는 규모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외국 국적 아동은 출생 등록을 하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은 아동들이 있을 수 있다.

와티 씨는 아이들이 부모 탓에 불행으로 삶을 시작하질 않길 간절히 바란다.

“아이는 신이 주신 축복이잖아요. 아이의 미래에 부모가 걸림돌이 되는 안타까움을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았으면 해요.”

히어로콘텐츠팀

▽팀장: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기사 취재: 신희철 김재희 남건우 기자
▽사진·동영상 취재: 양회성 송은석 남건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편집: 한우신 기자
▽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이트 개발: 고민경 임상아 뉴스룸 디벨로퍼
▽동영상 편집: 남건우 기자 박세진 PD 안채원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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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콘텐츠팀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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