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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北, 사흘 만에 미사일 또 쐈다... 신년부터 몰아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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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안비행장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
극초음속 2회 후 단거리탄도 2회... 올 4번째
지난 14일과 같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유력
대미압박 지속·이중기준 철회 위한 명분 축적
한국일보

17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발사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의 이날 발사는 지난 5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네 번째 도발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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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7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14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사흘 만이다. 지난 5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로 새해 첫 무력시위를 시작한 후 11일과 14일, 17일까지 새해 들어 벌써 네 번째다. 북한의 '몰아치기식' 미사일 발사는 최근 추가 대북제재 카드를 빼든 미국에 대한 불만 표시인 동시에 북한이 주장해온 '이중기준' 철폐를 위한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라는 명분을 획득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8시 50분과 54분,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의 발사체를 탐지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380㎞, 고도는 42㎞로 최대속도는 마하 5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원을 감안할 때 북한이 14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이나 '에이태킴스' KN-24가 유력하다.

군 당국은 "동해상에 표적을 선정해 연속 발사능력과 정확도를 향상하기 위한 시험발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5일과 11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과 같은 신무기는 아니란 뜻이다. 군 당국이 밝힌 '동해상의 표적'은 함경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에 있는 무인도(알섬)로 추정된다. 여기엔 청와대와 국방부 모형의 표적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빨라지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시간표'는 대미 압박의 수위를 올리려는 성격이 짙다. 이날 도발은 14일 열차에서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란 미국의 경고에도 진행된 것이다.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에 잇단 무력시위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혈맹'인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감안해 개막식(2월 4일) 전인 이달 '정치적 메시지'를 미국에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시기도 미묘하다. 이번 발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을 걸어잠갔던 북한이 중국행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한 시점과도 맞물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국경 문을 일부 개방하면서 대화로 나설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북한은 지속적인 무력 증강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주변국과 교역 및 인도적 협력이 재개되어도 자위력 확보를 위한 '북한식 시간표'는 그대로 작동할 것이란 점을 보여준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행보는 훈련으로 포장된 대미 메시지"라며 "미국의 반발을 감수하면서라도 합법적인 자위권 확보를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고착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잇단 북한의 시위에 '상황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남북대화의 가능성까지는 차단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를 개최하고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거나 '도발'로 규정하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중 철도가 움직이고 있고, 북미 간에도 물밑대화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황이 악화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한미일도 대응에 나섰다.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유선으로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한반도 상황 안정과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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