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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진보 목소리 높이며’ 돌아온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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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정 중단 5일 만에 대국민 기자회견 “무한 책임, 포기 없다”
‘조국 사태’ 침묵한 것을 두고 “뼈아픈 오판을 겸허히 인정”
“노동·여성·기후위기 등 공론화…국민들께 재신임 구할 것”

경향신문

“진보 의제 더 집중”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7일 공개 일정을 중단한 지 5일 만에 공식 복귀하면서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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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하지 않겠습니다. 저 심상정은 불평등 사회를 만들어온 정치의 일부입니다. 무한 책임을 느낍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7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대선 레이스에 복귀했다. 지난 12일 밤 돌연 일정 중단을 선언하고 숙고에 들어간 지 5일 만이다. 심 후보는 당대표 시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협상하는 차원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침묵한 것을 두고 “뼈아픈 오판”이라고 사과했다. 앞으로 노동·여성·기후위기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진보적 의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심 후보는 각각 기후위기와 당을 상징하는 초록색의 목폴라와 노란색 운동화 차림으로 국회 대표실에 등장했다. 머리 스타일은 단발에서 쇼트커트로 바뀌었다. 뒷벽에 붙은 ‘심상정’ 세 글자에는 ‘운동권’ ‘노회찬 없는 정의당’ ‘민주당 2중대’ ‘내로남불’ ‘욕심쟁이’ ‘엄숙주의’ 등 심 후보와 정의당에 딱지처럼 붙은 단어들이 나열돼 있었다.

심 후보는 5일간 성찰한 내용을 담담히 밝혔다. 2000자에 가까운 메시지를 준비한 원고 한 번 들여다보지 않고 말했다. 심 후보는 “선거운동 일정을 중단한 것은 단지 지지율 때문이 아니었다”며 “선거운동 과정에서 시민들의 마음이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20년간 진보정치를 해왔지만 불평등이 심해진 현실을 두고 “거대 양당의 횡포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당이 작아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겠다”며 “시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민주당 2중대’ 논란을 자초한 것에는 “뼈아픈 저의 오판을 겸허하게 인정한다.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한층 심각해진 불평등과 더욱 공고해진 기득권의 현실 앞에 약자를 위한 진보정치가 더욱 절실하기에 아무리 힘든 길이라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며 “다음 세대의 진보가 심상정의 20년을 딛고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과 정의당의 재신임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노동·여성·기후위기 등 이번 대선에서 사라진 의제를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금개혁, 정년연장 등 진보진영이 금기시하는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전날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현장을 찾았고, 이날 오전에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사고 희생자 빈소를 방문했다. 기자회견 이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 현장과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이었던 강남역 10번 출구를 찾았다.

심 후보는 18일 구체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운영 방향을 밝힌다. 심 후보는 “집행 중심으로 슬림하게 구성할 것”이라며 “외부 인사 영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평생 처음으로 커트를 해봤는데 그런 마음으로 최대한 다 내려놓고 비우고 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의 과제는 만만치 않다. 당장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설연휴 전 TV토론 진행을 합의했다. 심 후보는 “키가 작다고 학교 시험장에서 내쫓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말살한 민주주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그는 “(양당 합의대로) TV토론이 이뤄지면 두 후보가 공정을 말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당 의원단은 18일 지상파 방송 3사 앞에서 다자 토론 개최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한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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