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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장막 뒤의 김건희? 통화 녹취록 공개 뒤 남는 의문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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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인터넷 매체 기자와 50여차례 접촉, 왜?

② 캠프 운영에 실질적으로 개입했나

③ ‘배우자 리스크’ 계속 이어질까


한겨레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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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녹취록’이 공개된 뒤에도 김씨의 발언과 행동에는 의문점이 여전히 남아있다. 여의도 문법과는 거리가 있는 후보 가족의 돌발적 발언, 인터넷 매체 촬영 기자 이아무개씨와 이어온 장기간의 친분 관계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그 배경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17일 해당 녹취 내용을 방송한 <문화방송>(MBC)과 인터넷 매체 ‘열린공감티브이(TV)’, ‘서울의소리’ 등을 향해 “반론권을 보장하라”, “인권과 사생활을 보호하라”고 압박을 이어갔다.

특정 기자와 5개월간 통화하며 친분 관계…왜?


지난달 허위 이력과 관련한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 석상에 처음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씨는 극도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고, 잠행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경쟁 후보들이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에 나서거나, 지역 지지자들을 만나는 데 힘을 보태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씨가 언론에 처음 등장한 때는 지난해 6월 당시 ‘윤석열 엑스(X)’파일에 등장한 의혹에 대해 해명했던 <뉴스버스>가 처음이었다. 이후 6개월 뒤인 지난달 자신의 허위 이력과 관련한 <와이티엔>(YTN) 보도에 대해 강한 어조로 반박하는 목소리가 공개되면서 간헐적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을 뿐이었다. 선대위 내부에서는 김씨의 본격 등판 시기를 저울질하며 ‘배우자포럼’ 등 다양한 방식을 따져보며 준비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총 50여차례에 걸쳐 7시간45분간 이씨와 전화통화를 했고 직접 만나기도 했다는 것이 드러나자, 국민의힘에서도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친여 성향의 인터넷 매체 촬영 기자와 몇 달간 통화하고 직접 만나기도 한 행보는 상식적이지 않다.

국민의힘은 전날 <문화방송> 쪽에 보낸 반론요청서에서 “김건희 대표 어머니가 구속된 직후 이씨가 먼저 접근했고, ‘어머니를 20여년간 온갖 소송으로 괴롭혀 온 정아무개씨에 대한 대응을 도와주겠다’고 했다”며 “이씨는 정씨를 비판하고 최근 근황을 알려주면서 김씨를 위하는 것처럼 해 환심을 샀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에 “왜 관계를 유지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선대위 관리 없이 직접 결정을 해왔고, 사전 조율 없이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등 제어가 안 됐던 부분이 이번 사태로 연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입·강연 요청도 배우자 활동 영역?


공개 석상에서 볼 수 없던 김씨가 선거캠프 운영과 관련 직접 개입한 정황은 녹취록을 통해 여럿 확인됐다. 실제로 당내 경선 과정 때부터 김씨가 윤 후보 선거 업무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관측은 거듭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윤 후보의 ‘전두환 망언’ 사과 직후 에스엔에스에 이른바 ‘개사과’ 사진이 게재됐을 때도 김씨 주변인물이 개입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씨가 이아무개 기자를 자신의 사업체에서 30분 강연을 하도록 주선한 뒤, 강의료 105만원 지불한 것에 대해선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는 이씨와의 통화에서 “한 번 와서 좀 우리 몇명한테 캠프 좀 구성할 때 그런 것 좀 강의해 주면 안 되냐”면서 제안했고, 이후 실제로 코바나컨텐츠 직원 등과 함께 강연을 들었다고 한다. 또 이씨로부터 윤 후보의 의상, 다리를 벌리고 앉는 자세, 좌우 청중을 번갈아 보며 이야기하는 습관 등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선거법 97조 2항은 ‘후보자 또는 그 가족과 관계 있는 회사 등은 선거에 관한 보도·논평이나 대담·토론과 관련하여 당해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 간행물을 경영·관리하거나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 또는 그 보조자에게 금품·향응 기타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의사의 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당 내에서는 배우자의 정상적인 활동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김은혜 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후보의 그런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부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 외에는 그 어떤 것도 개입하거나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윤희석 상임공보특보도 “배우자 입장에서는 배우자 회사도 운영하고 하니 선거를 비공식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과 어떤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뭔가 좋은 부분을 흡수하기 위해 그런 활동을 했다고 본다”며 “그걸 뭐 이해하고 말고의 개념이 아니라, 배우자로서 할 수 있는 활동영역에 속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여론 살피는 국힘…‘등판 시점’ 앞당기나?


이번 녹취록 공개를 기점으로 김씨가 본격적인 정치권에 등장하는 시기가 언제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선대본부 회의 뒤 기자들이 ‘김씨의 선거운동 시점’에 관해 묻자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권 본부장은 그러면서 김씨가 지난달 26일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 회견에서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어느 정도 시간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녹취록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자평하면서, 이제는 김씨가 선거운동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녹취록이 보도되면서 오히려 여당 쪽에 역풍이 불고 있는 모습”이라며 “배우자 리스크의 고비는 넘겼다고 본다. 공개 활동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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