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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사일 시위 벌써 4발…북한 '미국 관심끌기'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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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4번째 미사일 시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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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 모니터에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하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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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7일 새해 들어 네 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한반도 안보 정세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1월 초부터 집중적으로 미사일 발사 시험·훈련을 강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다음달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일정을 고려해 대남·대미 압박을 위한 시간표를 대폭 앞당긴 북측 행보에 전술적인 조급함마저 엿보인다. 우선 북한의 연초 미사일 집중 도발은 미국의 관심을 붙잡아두려는 이른바 '물망초(Forget-Me-Not)' 전략으로 풀이된다. 군사력을 강화해 향후 대남·대미 대화 재개 국면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한편 내부 결속을 챙기겠다는 의도도 감지된다.

◆ '물망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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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연초 일련의 미사일 도발을 통해 미국에 '평양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갈등 △이란 핵협상 복원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 정권 교체 시기였던 2016~2017년에도 미사일 발사를 지속했다. 북한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소극적으로 일관하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조짐을 보이자 고전적인 미사일 집중 도발 전술을 펼치는 모양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발사는) 동계 훈련 중 다양한 미사일 테스트의 일환일 수도 있다"면서도 "연초 몰아치기는 다분히 한미의 대북정책 변화 압박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양 교수는 "미국의 제재 강화에 대한 강한 불만 표시와 이중 잣대(기준) 문제를 올해 초부터 해결하겠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중국에 대해서는 '선 대 선'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당분간 '강 대 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 미사일 전력 강화 기회


북한은 미·중 갈등 격화로 생긴 동북아 안보 지형의 균열을 활용해 미사일 전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잇따른 미사일 시위를 보통국가의 미사일 주권으로 포장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이른바 '이중 기준'을 철회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향후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발전된 미사일 전력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동해상 표적을 선정해서 연속 발사 능력과 정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험 발사로 추정한다"는 초기 판단을 내놨다. 합참 발표를 감안하면 북한은 변칙기동이 가능한 전술 지대지미사일인 북한판 에이테킴스(ATACMS·KN-24)나 이스칸데르(KN-23)를 발사했을 개연성이 크다. 발사 장소와 수단도 북·중 접경지역인 자강도와 평안북도 의주, 평양 순안비행장으로 다변화하고 기동성을 앞세운 열차 발사 카드도 다시 꺼내들었다.

북한은 북·중 접경지역에서 잇달아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중국의 비호를 은근히 과시하는 듯한 인상도 주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직후 외교부 대변인이 나서서 "발사체 특징을 추가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며 북한을 두둔하기도 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에서도 미국의 대북 제재를 비난하며 "툭하면 제재에 나서는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일단 미국은 시간을 갖고 대응하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 미국은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 외교 난제에 북한까지 떠안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미국도 이렇게 모범생 스타일로 외교적 관여만 외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내 결집 수단 활용


북한은 대내적으로는 올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각각 110회·80회 생일을 맞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생일 가운데 5년 단위로 꺾이는 해(정주년)에는 대대적인 군중대회나 열병식 등으로 성대하게 축하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여파로 대규모 행사가 쉽지 않아 극초음속미사일과 신형 탄도미사일 성과로 주민 결집을 도모하는 움직임이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이 다음달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중국을 감안해 발사 시기나 횟수를 다소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확실한 대화 시그널을 발신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미사일 발사 시위를 올해 내내 지속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북한은 과거 미사일 도발에 집중한 후 급격하게 태세를 바꿔 대대적인 대화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미사일 발사를 일시 중단하고 한국에 들어설 새 정부를 상대로 대화전술을 펼칠 수도 있다. 양 교수는 북한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미사일 발사를 자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2월 16일 김정일 위원장 80회 생일을 앞두고는 주민들의 체제 결속을 도모하는 한편 평화 공세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1년 반 만에 운행을 재개했던 북·중 간 화물열차편은 이날 중국 단둥을 출발해 신의주로 되돌아가고 다른 빈 화물열차가 도착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화물열차는 이날 오전 7시(현지시간)께 단둥역을 출발해 중국과 북한을 잇는 중조우의교를 넘어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 열차는 생필품과 의약품 등 긴급물자를 싣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됐다고 확인하면서 정상적인 무역 왕래 지원 의사를 밝혔다.

[김성훈 기자 / 한예경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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