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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입학=백퍼 취업”…의‧치‧한 안 부러운 계약학과 신설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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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 신설

기업 취업형 계약학과 신‧증설 이어져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 규제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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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게시판에서 채용정보를 살펴보는 대학생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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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고려대와 손잡고 차세대통신학과를 신설한다고 17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채용을 보장하는 ‘계약학과’다. 이에 따라 고려대는 내년부터 매년 30명의 신입생을 뽑아 6세대(6G) 등 차세대 통신 인재 육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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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과(왼쪽)과 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차세대통신학과 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식을 가진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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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되고, 재학기간 중 등록금 전액과 학비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융합하는 시장 변화에 발맞춰 통신 분야에 특화한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해 고려대와 차세대통신학과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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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도체서 디스플레이·통신으로 확대



대학 입학과 동시에 특정 기업으로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가 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전문인력을 조기에 양성‧확보할 수 있고, 대학은 질 좋은 일자리를 내세워 인재를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다. 전공도 반도체와 배터리, 차세대 통신 등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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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사장(왼쪽)과 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화상 회의를 통해 ‘반도체공학과 협약식’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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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계약학과 5곳으로 늘어



지난해 11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스텍(포항공대)은 각각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반도체학과를 신설키로 했다. 두 대학은 내년부터 각각 신입생 100명(반도체시스템공학과), 40명(반도체공학과)을 선발한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연세대, SK하이닉스와 고려대가 손잡고 반도체학과를 신설해 현재 첫 신입생을 모집 중이다. 이로써 취업 연계형 반도체 계약학과는 5곳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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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왼쪽)과 서승환 연세대학교 총장이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채용연계형 디스플레이 학과 설립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LG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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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플·LG엔솔도 관련 학과 신설



배터리‧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계약학과 신설이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고려대와 함께 배터리-스마트팩토리학과를 설립해 운영한다. 학위 취득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로 석·박사 통합과정, 박사과정을 모집한다.

LG디스플레이는 연세대와 제휴해 디스플레이공학과를 설립, 내년부터 30명의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자동차 분야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이 2016년부터 한양대와 미래모빌리티학과(석사과정)를, 모바일 분야에선 삼성전자가 2011년부터 경북대와 모바일공학전공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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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와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11월 '배터리-스마트팩토리 학과'를 설립에 관한 체결식을 맺었다. 사진은 정진택 고려대 총장(왼쪽)과 김흥식 LG에너지솔루션 CHO(최고 인사 책임자). [사진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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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보장, 등록금 면제…입학 경쟁률 치열



계약학과는 수험생에게 인기가 높다. 입학 경쟁률도 치열하다. 고려대와 성균관대, 연세대 등에 설치된 반도체 관련 학과는 올해 입시에서 13.63~131.92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3개 대학 반도체 학과의 경우 일부 의대나 치대에 들어갈 정도의 점수를 받아야 합격할 수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첨단산업 분야의 계약학과는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표적인 산학협력 모델로 주목받는 데다 신‧증설 수요도 많아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지난해 말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교수 5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60.3%가 반도체 관련 학과 입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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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ON' 프로젝트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계약학과 활성화를 당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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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반발과 수도권 규제가 장벽



하지만 대학 계약학과가 문을 열기까지는 여전히 장벽이 높다. 서울대가 대표적인 예다. 서울대는 2019년부터 삼성전자와 손잡고 반도체학과를 개설하려 했지만, ‘국립대의 설립·운용 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내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수도권 규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에는 계약학과 지원책이 포함됐지만, 업계에서 강력히 요구한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증원은 담기지 않았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 대학은 인구 집중 유발시설로 분류돼 모집 정원을 늘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필요한 인력과 대비해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의 10분 1 수준”이라며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 학부를 신·증설을 할 수 있도록 수도권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약학과를 넘어 기업 부설대학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상길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전략기획본부장은 “기업이 커리큘럼과 학생 선발, 교직원 구성 등 운영 전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형 다이슨대학’ 설립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설립·지원하는 사내대학 혹은 계약학과는 교육 대상과 학위 등 제약 요건이 많아 고급 두뇌 확보 수단으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에서다. 다이슨대학은 2017년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이 설립한 기술중심 대학으로, 신입생 선발·교육·경영의 자율성을 인정받는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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