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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불복' 화이트리스트 D-7, 가상자산 시장 쏠림 우려..."문제는 은행-거래소 갑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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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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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원의 가상자산 지갑 '화이트리스트' 시행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화이트리스트가 시작되면 본인 소유가 입증되지 않은 외부 가상자산 지갑에 가상자산을 전송할 수 없게 된다.

업계에선 이용자 불편 국내 거래소 고립 가능성에 더해 특정 가상자산 거래소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코인원과 더불어 빗썸, 코빗은 이달내 화이트리스트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화이트리스트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규제에 나선 것이 아닌데도 시중은행의 판단에 따라 일부 거래소에만 화이트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는 것. 전문가들은 실명확인 가상계좌가 필요한 거래소가 시중은행과의 협상에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소위 '갑을 관계'가 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은행의 과도한 요구가 자칫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어 이용자 후생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화이트리스트 요구하는 NH농협銀·신한銀, 조용한 케이뱅크

코인원이 오는 24일 가장 먼저 시작하는 화이트리스트는 고객확인제도(KYC) 시행에 따른 외부지갑 등록 절차를 의미한다. 가상자산 지갑의 이름 휴대폰번호 이메일 정보를 통해 본인 소유가 입증된 외부 지갑으로만 출금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화이트리스트 등록을 위해선 스크린샷이나 동영상을 통해 본인 식별정보와 지갑주소를 코인원에 인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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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화이트리스트가 시행되면 코인원 이용자는 글로벌 가상자산 지갑 '메타마스크'는 물론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가상자산 지갑 '카이카스'로도 가상자산을 송금할 수 없게 된다. 두 가상자산 지갑 모두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지갑 개설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글로벌 가상자산 지갑이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아울러 NH농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 받은 빗썸 역시 이번주 화이트리스트 시행 예정을 공지하고 이달내 시작할 예정이다. 코빗에 실명계좌를 공급하는 신한은행 역시 이달내 화이트리스트 시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업비트는 가상자산 지갑 화이트리스트를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원과 달리 업비트는 케이뱅크와의 실명계좌 연장 계약에서 이같은 요구를 받지 않았다는 것.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관계자는 "가상자산 지갑 화이트리스트와 관련해 정해진 것이 아직 없다"며 "오는 3월 트래블룰 시행 전에 구체적인 방향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따라 복불복에 쏠림 현상 우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한국블록체인협회 등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 가상자산 지갑 화이트리스트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원칙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지갑 화이트리스트는 정부가 규정한 의무가 아니라 은행의 요구에 따라 시행되는 것이란 걸 명확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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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화이트리스트를 시행해야 하는 거래소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과도한 요구가 시장 경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이미 거래량이 업비트로 쏠려 있는 상황에서 화이트리스트까지 비대칭적으로 시행된다면 업비트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17일 기준 4대 가상자산 거래소 기준 업비트의 거래대금 점유율은 76%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거래소의 목줄인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거래소들이 시중은행에 합리적인 수준의 규제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4대 거래소 외에 다른 중소 거래소들은 시중은행의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원화마켓 운영을 포기한채로 힘겹게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 기준 역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

업계 한 관계자는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 기준도 모호한 상황에서 자칫 이번 요구를 거절한다면, 계좌 발급이 거절되도 거래소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결국 정부가 계좌 발급 기준을 은행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면서 책임을 회피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다. 앞으로도 이같은 문제가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가상자산 업계 "갑을관계 해소해야"

전문가들도 은행과 거래소 간의 '갑을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두리 펌핑, 국내 거래소 고립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거래소와 은행 간의 갑을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발적으로 화이트리스트를 시행해도 안타까운 일인데 은행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면 더욱 슬픈 일"이라며 "거래소가 실명계좌에 명운이 달렸기 때문에 은행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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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미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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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교수는 "물론 은행들이 화이트리스트를 시행하는 것은 자기들도 살려고 하는 것이니 이해가 된다"면서도 "실명확인 계좌를 발행하는 은행이 더 많아져서 거래소가 자유롭게 은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구조는 거래소가 선택의 여지가 없어 갑과 을이 명확하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전세계적으로 균형을 맞춰야하는 것이지, 화이트리스트를 선제적으로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화이트리스트를 통해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정말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위한 태도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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