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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직 내려놓고...창사 이래 최대 위기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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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방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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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입장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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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외에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룹 회장직은 유지하기 때문에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지주회사 HDC를 통해 사실상 현산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 수습과 실종자와 입주자 보상 문제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어 회장직 사퇴가 오히려 '책임회피'로 비칠 수도 있다. 이미 실종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정 회장의 회장직 사태가 회피용이라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현산이 회장 사퇴와 철저한 쇄신을 약속했지만 지난해 6월 학동 사고 이후 7개월 만에 또다시 터진 대형사고로 신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회장직서 사퇴, HDC그룹 대주주로서 현산 지배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17일 현산 회장직 사퇴를 밝히기 전 잠시 머뭇거리는 등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 회장직 사퇴가 본인에게는 큰 결단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차 경영권이 사촌형인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현대자동차 회장에서 물러난 후 1999년부터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맡았다.

정 회장이 23년간 지켜온 회장직까지 내려놓은 이유는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구역 참사에 이어 7개월 만에 신축 중이던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가 무너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산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오너가 직접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회장직에서 물러났을 뿐 HDC그룹의 경영과 지배구조에 실질적 변화는 없다. 정 회장은 현산 상근 회장직을 맡고 있었지만 미등기 임원이었고 지주회사인 HDC의 등기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현산 회장직 사퇴와 별개로 HDC그룹 회장 자리는 유지한다. HDC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정 회장이 지주회사인 HDC의 지분 33.68%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을 포함한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17일 기준 39.12%다. 최근 광주 사고 이후 정몽규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HDC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은 종전보다 0.55%포인트 늘었다. HDC가 주력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지배하고 있어 정 회장이 현산에서 물러나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 아니다. HDC 역시 HDC현대산업개발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 지분율은 종전 40%에서 41.52%로 늘었다.

현산의 경영 공백 우려도 제한적이다. 현산은 유병규 대표이사 사장과 하원기 대표이사 전무가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유병규 사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 임원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애초 미등기 임원으로 이사회 의결권이 없었다.


"신뢰 회복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 약속했지만...

정 회장이 회장직 사퇴를 선언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문제는 앞으로다. 아직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해결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우선 실종자 수색·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고 원인 조사 결과에 따라 현산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더욱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사고 현장 아파트의 철거와 재시공 문제, 입주 예정자 보상 문제 등 풀어야 과제가 줄줄이 쌓여 있다.

게다가 광주 4개 사업지에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고 이미 시공 계약을 맺은 곳에서도 해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에 대한 행정 제재로 최대 영업 정지 1년을 통보받을 경우 당분간 신규 수주도 중단된다. 아이파크 브랜드 퇴출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할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다.

한 애널리스트는 "회장의 사과는 당연한 수순이고 입장 발표로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향후 예측되는 손실이 가늠이 안 되기 때문에 향후 주가의 향방 등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현산의 주가는 정 회장의 입장 발표 이후 잠깐 반등에 성공했으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전날 보다 150원(0.79%) 빠진 1만8750원에 장을 마쳤다.

정 회장은 HDC회장으로서 사고 수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책임 회피를 위한 회장직 사퇴가 아니냐는 일각에 지적에 대해 정 회장은 "사퇴로써 제가 책임에서 벗어난다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주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입장 발표를 통해서도 "그룹 차원에서 사고를 수습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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