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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팬데믹에 불평등 가속... 99% 소득 줄었는데 10대 부자 재산은 갑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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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기구 옥스팜 '죽음을 부르는 불평등' 보고서
"경제적 불평등, 4초마다 한 명씩 죽음으로 내몰아"
세계 10대 부자, 가난한 31억명 자산의 6배 소유
한국일보

옥스팜이 17일 공개한 '죽음을 부르는 불평등' 보고서의 내용. 옥스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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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장기화하는 사이 세계 인구 99%의 소득이 감소한 반면, 세계 10대 부자들의 자산은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심각했던 경제적 불평등이 코로나19로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Oxfam)은 17일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어젠다 주간에 맞춰 이런 내용을 담은 ‘죽음을 부르는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이름 그대로,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결과로 전 세계에서 4초마다 한 명씩, 매일 최소 2만1,000명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심지어 이 수치조차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옥스팜은 설명했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에 기인한 것이라는 게 옥스팜의 주장이다.

옥스팜은 “경제적 불평등의 이면에는 부유층들의 재산 증식이 있다”고 강조했다. 옥스팜은 전 세계 억만장자 2,755명의 자산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그 이전 14년(2007~2020년) 동안보다 더 많은 5조 달러(약 5,963조 원)가 증가했다며 26시간마다 새 억만장자가 탄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세계 인구 99%의 소득이 감소하면서 1억6,000만 명 이상이 빈곤 계층으로 전락하는 동안, 세계 10대 부자의 자산 총합은 7,000억 달러에서 1조5,000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가브리엘라 부커 옥스팜 총재는 “이 10명의 부자가 당장 내일 자산의 99.999%를 잃는다 해도 여전히 이 지구상의 인구 99%보다 더 부유하다”며 “그들은 이제 가장 가난한 31억 인구보다 6배나 더 많은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종과 국가 간 불평등도 심각한 지경이다. 방글라데시 국민은 코로나19 2차 유행 기간(2020년 9월~2021년 3월)에 영국 백인보다 코로나19로 숨질 확률이 5배나 높았다. 브라질의 경우 흑인은 백인보다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이 1.5배 높았고, 개발도상국 국민은 부국 국민에 비해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이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국가에서는 가장 가난한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보다 코로나19로 사망할 위험이 4배 가까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옥스팜은 "세계 모든 정부가 과도한 부를 회수하고 이를 전 세계를 지원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팬데믹 기간에 최상위 부자들이 새롭게 거둬들인 막대한 이익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옥스팜은 세계 10대 부자들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벌어들인 수익의 99%에 대해 일회성 세금을 부여하면 전 세계 인구를 위한 충분한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80개가 넘는 국가에 보편적인 의료 및 사회적 보호 서비스, 기후 적응 및 젠더 기반 폭력 예방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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