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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라"…현산 거부하는 재건축단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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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파트에 붙은 현대산업개발 반대 현수막아파트에 붙은 현대산업개발 반대 현수막 [사진 = 연합뉴스]


수도권 재건축 추진 단지 곳곳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참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이후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는 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었다. 이 현수막에는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게 맡길 순 없다'고 적혀 있다.

다만, 해당 현수막은 일부 조합원 모임이 붙인 것으로, 재건축 조합측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관양 현대아파트를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지하 3층∼지상 32층, 1305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다. 입찰 보증금을 납부하고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 두곳으로, 조합은 내달 5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을 위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사업 수주를 위해 오랜기간 공을 들였으나, 이번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인해 수주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기존 수주 단지에서도 현대산업개발 배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선 '아이파크' 브랜드를 떼려는 반응까지 나온다.

사고 직후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산업개발에 시공계약 해지를 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1단지 주공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들어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일부 조합원들은 아이파크 브랜드명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6월 철거건물이 붕괴한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의 시공권 회수를 조합원 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이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이후 건축물 철거 도급과 금융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약 65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회장, 광주 사고 책임지고 사퇴할 듯


정몽규 HDC 회장이 이날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로 또다시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 이후 두 번째이면서 지난 11일 사고가 발생한 지 6일 만이다.

정 회장은 이날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화정아이파크 전면 재시공, 구조 보증기간 확대 등 추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회장이 내놓은 방안은 근본 대책이라기에는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다.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단기간 내에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앞으로 당사의 경영은 전적으로 대표이사 등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겠다는 것"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 회장이 이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사퇴하지만 "대주주의 책임은 다하겠다"며 지주사인 HDC 대표이사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결과적으로 앞으로도 현대산업개발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의 실종자 가족들은 정 회장의 사퇴 발표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사과보다는 책임을 지라", "물러날 게 아니라 사태 해결을 책임지고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입주자 대책으로 "구조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있다면 수(기)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시와 사고 현장 입주민들 사이에 불거지고 있는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해달라"는 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다만, 재시공 결정은 안전진단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에 한하는 '조건부' 대책인 데다 분양 계약자 가운데선 전면 재시공보다 빠른 입주를 원하는 경우도 있어 사고 수습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알수 없다.

막대한 피해보상도 빠른 사태 수습을 가로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아파트 분양을 위해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과 건설공제조합의 시공 보증은 받았지만, 이번처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하는 민간 보험사의 건설공사보험은 가입하지 않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공사가 끝난 건물을 재시공하려면 순수 건축비도 비싸지만 철거 비용 또한 막대하다"며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수천억원의 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전면 재시공 단지를 최소화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입주 예정자들과의 협의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 회장이 구조 부분의 하자보증기간을 현행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겠다고 한 것도 "근본 대책으로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다.

아울러 건설업계 전반에서는 총수가 사고 발생 후 내내 침묵하다 6일 만에 공식 석상에 나와 내놓은 대책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에서는 사고 책임자에 대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처벌이 가해짐은 물론 회사에도 일정 기간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마인드가 변하지 않는 한 조직 내 체질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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