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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아파트처럼 '와르르' 무너진 HDC현산 '정몽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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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붕괴사고에 회장 퇴임…그룹 회장직은 유지 국내사업 비중 98%인데…건설사 재기 가능? '모빌리티 기업'도 '아파트 명가'도 물거품 [비즈니스워치] 채신화 기자 csh@bizwatch.co.kr

'모빌리티 기업'도 '아파트 명가'도 '부동산종합금융그룹'도 모두 물건너 갔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2년여 전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선언하며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포부를 발표했던 그 자리에서 이번엔 본인의 사퇴를 선언했다.

두 번의 '참사급' 붕괴 사고에 따른 결단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엿새 만에 회장 퇴진을 비롯해 사고 아파트 전면철거 후 재건축, 건축물 안전보증 기한 확대 등을 추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이 HDC그룹 회장직은 놓지 않아 '책임 회피성' 사퇴 지적이 나오는 데다 기업 신뢰도가 추락할대로 추락한 상황이라 여전히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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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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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붕괴사고, 그 끝은 "사퇴"

정몽규 HDC그룹 회장 겸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저는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정몽규 HDC현산 회장 "책임 통감, 회장직 사퇴"(1월17일)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달(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일어난 데 따른 결단이다.

학동 참사 당시 정 회장은 현장에서 직접 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고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스마트 안전보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7개월여만인 지난 11일 또다시 광주에서 붕괴사고가 재발하며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는 건설 중이던 아파트 외벽이 붕괴됐다는 점에서 예비 입주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 사고로 현재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상태다.

화정 아이파크 예비 입주자들은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요구했고 광주 운암 등 기존 수주 현장에서는 계약 해지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미 준공된 아파트의 경우 단지명에서 '아이파크' 브랜드를 떼려는 움직임이 나오는 등 주택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아이파크 보이콧'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련기사: "아이파크 불안해요" HDC현대산업개발 사실상 퇴출 위기(1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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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몽규 회장은 화정 아이파크 사고 발생 엿새 만에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정 회장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내다가, 현대차의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부친인 고 정세영 현대차 명예회장과 함께 1999년 3월 HDC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8년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으나 회장직은 유지해왔다. 이번 사퇴 결정으로 23년 만에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자리를 떠나게 되는 셈이다.

정 회장이 그렸던 구상들도 사실상 물건너가게 됐다. 정 회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며 2019년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모빌리티(mobility) 그룹으로의 도약'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펜데믹으로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관련 기사: 정몽규 HDC회장, '항공' 새 성장 축 삼는다(11월12일)

'압구정 현대' 신화 또한 '과거의 영광'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976년 압구정 현대 개발로 '아파트 명가'로 우뚝 선 이후 2004년 시공능력평가 4위까지 오르며 '톱5' 대열에 들어선 바 있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중동 플랜트, 개발사업 등 해외로 눈을 돌릴 때 국내 주택사업에만 주력해왔다. 최근 몇년간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주택 시장에서 '아이파크'의 위상은 내리막세다. 2019년부터는 3년째 시평 9위 자리에 턱걸이하며 기세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정 회장이 꿈꿨던 종합부동산금융그룹도 더욱 험난할 전망이다. 본업인 주택건설이 탄탄하게 받쳐줘야 금융-부동산-개발 등의 사업 연계와 시너지가 가능한데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 신뢰도 뚝…재기 가능할까

업계에선 이번 조치로도 추락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신뢰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명목상 정 회장의 퇴진이라는 초강수를 두긴 했지만 사실상 정 회장이 물러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를 굳혀 유병규 사장과 하원기 전무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룹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최대주주인 HDC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을 지배하고 있어 오너로서의 영향력도 여전하다. 현대산업개발 회장직 사퇴는 일부 경영에 관여하던 것이 사라질 뿐이다. 이번 사퇴를 두고 '책임 회피성' 사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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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수습에 따른 비용도 회사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구조작업뿐만 아니라 전국 건설현장에서 외부기관의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화정아이파크의 경우 완전철거와 재시공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준공 아파트, 준공 예정 아파트 할 것 없이 구조적 안전결함에 대한 법적 보증기간도 10년에서 30년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치명적인 건 '아이파크' 이미지 타격이다. 두 번의 붕괴 사고로 기업 이미지가 악화하면서 수주 등 신규 수입을 올리기 힘들어 보인다.

광주시는 공공사업에서 일정 기간 현산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추후 사고 규모에 따라 1년간 영업정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수주 시장에 당분간을 발을 내딛기도 힘들어질 전망이다. 현산은 지난해 상계1구역 재개발, 미아4구역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1조원이 넘는 신규수주를 기록하고 올해 압구정 현대 등 굵직한 사업장에 공을 들일 기세였다. 그러나 수주전에 참여했거나 참여 의향을 밝힌 서울 성북구 돈암6구역, 동작구 노량진3구역 등에서도 여론이 뒤집히는 분위기다.

'국내사업+주택사업' 비중이 대부분인 현대산업개발로써는 치명타다. 이 회사가 공시한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을 보면 2조4360억원 중 해외 부문이 460억원(1.8%)에 불과하다.

3분기 누적 신규수주액은 5조5550억원으로 이중 △주택(자체)이 1조6670억원(30%) △주택(외주)가 2조9500억원(53.1%)로 주택 비중이 83.1%에 달한다. 여기에 △건축 부문 7740억원(13.9%)까지 더하면 97%가 주택·건축 부문이다. 이 외 토목·SOC는 1640억원으로 전체의 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기업의 신용평가와 자금조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ESG등급(현재 종합 B등급)도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지난해 학동 참사 이후 현대산업개발의 ESG 종합등급이 C등급까지 떨어진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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