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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투명한 피 흐르는 남극빙어…‘서울 40% 넓이’ 둥지 6천만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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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남극 웨들해 500m 심해, 요나빙어가 대접 모양 둥지 지켜…세계 최대 어류 번식지



남극 웨들해 남쪽 심해에 드리운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영상을 지켜보던 과학자들이 한순간 탄성을 질렀다. 영하의 남극해에만 사는 길이 50㎝가량의 남극빙어가 대접 모양의 둥지에 알을 낳아 지키고 있었다. 게다가 둥지는 끝없이 이어져 연구자들의 입에서 “믿을 수 없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연구원들은 연구용 쇄빙선 폴라스테른 호를 타고 1980년대 초부터 웨들해 필히너 빙붕 주변 해역을 탐사해 왔지만 남극빙어 한 마리 또는 둥지 몇 개를 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한 남극빙어 둥지는 서울 면적의 40%에 해당하는 240㎢에 6000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소 심해 생물학자 오툰 퍼서 박사 등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곳은 지금까지 지구 어느 곳에서 발견된 어류 번식지보다 크고 생물량도 많다”며 “남극 조약에 따른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얼음으로 덮인 바다를 느린 속도로 항행하면서 해저 가까이 카메라를 내려 해양생물 등을 조사하는 ’해저 관측 및 측심 시스템(OFOBS)’을 이용해 수심 535∼420m의 해저를 조사했다.


남극빙어(호수에 사는 빙어와는 전혀 다르다)는 주둥이가 악어처럼 삐죽 튀어나와 있고 혈액이 투명해 하얀 피 물고기로 불리는 남극 고유 어류이다. 연구자들이 발견한 종은 이 가운데 하나인 요나빙어로 56㎝까지 자란다. 1947년 처음 학계에 보고될 때 표본이 고래 뱃속에서 발견돼 이런 이름을 얻었다.


퍼서 박사는 “남극의 다른 해역에서 요나빙어 둥지가 수십 개 발견된 적은 있지만 이번 것은 그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둥지는 지름 75㎝ 둘레 높이 15㎝의 둥근 형태였고 안에는 잔돌이 깔렸다.

연구자들은 둥지의 79%가 실제 번식에 쓰이고 있었으며 1500∼2500개의 알을 요나빙어 성체 한 마리가 지키고 있었다고 밝혔다. 둥지 가운데는 알만 들어있거나 버려진 것도 있었으며 죽은 물고기가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연구자들이 이 해역에 관심을 가진 까닭은 심층에서 따뜻한 물이 흘러들어와 주변 바다보다 수온이 2도가량 높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이 든 둥지 주변의 수온은 영하 1도∼0도로 주변 바다의 영하 1.5∼영하 2도보다 높았다.

퍼서 박사는 “뜻밖에 이곳에 물고기 둥지 생태계가 펼쳐져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이 해역에 서식하는 웨들해물범에 무선발신장치를 부착해 조사한 결과 물범이 잠수하는 곳의 90%가 물고기 둥지 근처였다.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물에서 요나빙어가 산란을 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이를 먹이로 삼은 물범도 찾아오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물범이 요나빙어를 포식하고 빙어의 사체는 다른 해저 청소동물의 먹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번식지 요나빙어의 생물량은 6만t에 이르러 이 생태계에서 중요한 기능을 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