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극우단체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방해 행위에 대해 경찰에 긴급구제를 권고했다. 일본 정부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세계 최장기 집회를 공권력이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이다.
인권위는 극우단체의 ‘수요시위 맞불집회’에 대한 공권력의 미온적 대응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 14일 서울 종로경찰서장에게 긴급구제를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는 맞불집회 주최 측에 집회 시간과 장소를 달리 하도록 적극 권유할 것을 경찰에 권고했다. 또 지나친 소음으로 수요시위를 방해하는 행위나 위안부 피해자 등 참가자들에 대한 모욕·명예훼손 행위를 하지 않도록 현장에서 경고하라고 했다. 피해자 측이 처벌을 요구할 경우 적극 제지하고 수사할 것도 권고했다.
인권위는 수요시위가 1992년 1월 이후 30년간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 세계 최장기 집회라는 점을 사유로 들었다. 인권위는 “이 사건은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두 개의 집회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이뤄질 때 조정하는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고 불의에 대해 책임을 구하는 세계 최장기 집회에 대한 보호방안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기억연대는 코로나19로 집회가 제한된 이후 1년4개월간 1인 시위로 수요시위를 이어오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지난해 11월부터 대면 집회를 하고 있다. 그러나 먼저 집회를 신고한 극우단체들에게 30년간 수요시위를 해온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앞자리를 선점당해 소녀상에서 오른쪽으로 5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극우단체는 수요시위 무대를 앞뒤로 둘러싸고 정의연 해체와 시위 중단을 요구하는 맞불집회를 열고 있다.
정의연은 극우단체들이 집회를 방해해도 경찰이 개입하지 않는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경찰은 “단체 간 구역을 나누고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일부 행위나 발언을 이유로 집회를 제지한다면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30년간 진행됐던 수요시위가 계속되지 못한다면 그 목적과 역사성을 상실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향후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긴급구제 조치로 권고한 사항이 이행됐는지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52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5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고 있다. 1992년 1월8일 시작한 수요시위는 30주년을 맞았다. 강윤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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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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