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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퇴진 위기’ 존슨, BBC 수신료 폐지로 돌파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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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문화부 장관, “2027년 폐지”

현재는 한해 가구당 26만원

광고 없는 공영방송 체제의 근간

야당, “총리직 지키려는 최후 시도”


한겨레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16일 공영방송 <비비시>(BBC)에 출연해, 보리스 존슨 총리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위기에 몰린 존슨 총리는 비비시 수신료 폐지 방안을 꺼냈다. 런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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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수당 정부가 공영방송인 <비비시>(BBC)의 수신료 폐지 방안을 들고나왔다. 야권에서는 방역 지침 위반으로 퇴진 위기에 몰린 보리스 존슨 총리가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로 민심을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존슨 총리의 측근인 네이딘 도리스 문화부 장관이 16일, 앞으로 2년 동안 텔레비전 수신료를 연 159파운드(약 25만8천원)로 동결하고 2027년에는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을 밝혔다고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비비시의 수신료는 국왕 칙허에 따라 2027년까지는 보장되어 있다.

도리스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수신료 동결 사실을 전하는 일간 <데일리 메일> 기사를 공유하면서 “(바뀌는) 수신료 발표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노인들이 (수신료 미납 때문에) 징역형에 처해진다고 위협받거나 (수신료를 내라고) 집행관들이 문을 두드리는 시절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방송 콘텐츠를 지원하고 판매할 새로운 재원 마련 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덧붙였다. 도리스 장관의 측근도 이 신문에 “그동안 알던 비비시 방송은 끝났다. 정부가 운영하는 텔레비전 시대는 이제 끝”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방역 지침을 위반하고 파티에 참석한 뒤 사과한 것과 관련한 비비시의 그동안 보도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수신료 폐지 결정은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존슨 총리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방안의 하나라고 가디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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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텔레비전 수신료 대부분은 비비시의 방송 재원으로 사용된다. 비비시의 수신료 수입은 2021년 한해 37억5천만파운드(약 6조1170억원)에 달한다. 영국 정부는 2017년부터 5년 동안 물가상승률에 맞춰 수신료를 인상하기로 했으며, 조만간 비비시 방송과 협상을 통해 앞으로 5년의 수신료를 결정할 예정이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수신료를 올리면, 올해 이후에는 현재보다 5% 정도 오른 167파운드가 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존슨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공영방송으로 평가되는 비비시의 존립 기반을 흔든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비비시는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뉴스·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반면에, 막대한 수신료 수입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계속 확장해 ‘방송계의 공룡’이 됐다는 비판도 있다. 같은 공영방송으로 분류되는 <채널4> 방송은 상업 방송들처럼 광고에 의존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수신료 폐지 방안은 위기에 처한 존슨 총리를 구하려는 시도로 읽힌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가 될 전망이다. 야당인 노동당의 예비 문화부 장관인 루시 파월 의원은 “총리는 자신의 방역 규정 위반에 대한 보도에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수신료 폐지 방안의 동기를 의심했다. 같은 당의 이언 머리 의원도 “총리직을 지키기 위한 (존슨의) 최후의 시도”라고 평했다. 방송 수신료 폐지는 보수당 당원과 지지자들, 우파 언론 매체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존슨 총리는 2020년 5월20일 방역 규칙을 위반하고 관저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의회에 출석해 사과했지만, 여당 중진들로부터도 ‘퇴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불신임 투표는 의원 54명의 요구가 필요한데, 이날까지 35명이 불신임 투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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