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TV 속에 걸 작품을 팝니다”… 빛글림 박진형 대표 [모빌리티 열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병욱 기자의 ‘모빌리티 열전’⑫

빛글림 박진형 대표 인터뷰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최대 정보통신·가전 박람회인 ‘CES 2022’에서 올해 주목받은 기술이 있다. TV나 기존 디스플레이 화면을 활용해 예술품을 관람하는 디지털 아트 분야다. 이 때문에 최근 대체불가토큰(NFT) 등 온라인 상에서 활용할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가 선정한 국내 스타트업에 뽑힌 디지털아트 스타트업 ‘빛글림’의 박진형(33) 대표와 친형제인 박진표(30) 이사를 지난달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났다.

◆“평생 노력한 작품 노출 기간 짧아... 기술로 예술 콘텐츠 알린다”

-아트 스트리밍이라는 게 생소한데,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

“사진, 회화, 디자인 삽화 등 예술 작품을 공간에 맞춰 디스플레이 화면에 재생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작품의 지식재산권(IP)이 확보돼 있어 IP 스트리밍 사업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우리가 트는 작품은 대부분 감성적인데, 인테리어 요소에 쓰일 수 있어서 이 분야를 ‘디지테리어’(디지털+인테리어)라고도 부른다.”

-디지털아트라는 생소한 분야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아버지(사진작가인 박순기)가 예술을 기호학과 철학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했다. 이 같은 활동을 하다보니 해외 작가의 행사를 많이 했다. 우리가 고등학생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 대학까지 나오면서 자연스레 아버지의 영어 계약서 번역일을 도왔다. 이 때 예술의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알게 됐다. 예술은 평생 노력한 작품이 많은데 생각보다 노출되는 기간이나 전시되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이렇다 보니 좋은 작품이 관심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가치는 대단한데 사람들이 모르는 작품이 많았다. 이 문제를 기술로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알리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2016년 유학 당시 콘래드 터커 교수의 수업에서 ‘앞으로는 콘텐츠가 미래’라고 말씀하셨다. 인공지능이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것이 핵심이 될테니 이 분야로 공부를 하라고 추천하셨다. 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과 예술을 연계하고자 했다.“

박 대표는 2007년 고등학생 때 홀로 미국으로 유학가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회사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동료이자 친동생인 박진표 이사는 2010년 형에 이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박 이사는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무실이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에 있다. 스타트업들이 주로 판교나 강남쪽에 몰려 있는 것과 다른데.

“예술의 중심이라고 한다면 서울 종로구 인사동이나 삼청동을 꼽을 수 있다. 우리가 북촌으로 간 이유는 한국적인 컨텐츠 발굴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힘이 커지고 있는데 사업화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아카이빙(특정 기간 동안 필요한 기록을 파일로 저장 매체에 보관해 두는 일)이 잘 안되고 있다. 우리는 스트리밍 사업을 하기 때문에 한국적 역사자료나 기록물 등을 새로운 형태의 컨텐츠로 승화시키고 국제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면 새로운 스트리밍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북촌에 있다보니 다양한 민화 작품 작가나 한국적인 멋을 찍는 사진 작가들과도 계약해 해외에도 출품하고 있다.“

-대표의 이력이 다양하다. 어떤 계기로 이 일을 하게 됐나.

“유학을 하다보니 한국에는 방학 때마다 왔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많은 경험을 하고, 빨리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가 있었다. 에어컨 기업에서 중동과 동남아에 공조기기를 파는 일을 했다. 무역 일을 하다보니 재미도 있고 수출하는 게 자부심도 생겼다. 그 이후로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하다가 쓰리디프린터 기업에서도 일했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기술과 접목해서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미래차는 공간 꾸미는 욕구 생겨날 것... 그 속에 콘텐츠 제공이 목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다임러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스타트업 아우토반 코리아’를 통해 100일간 국내 스타트업 11곳과 협업한 개발 성과를 공유하는 ‘엑스포 데이’를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했다. 빛글림은 벤츠 차량 내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문화예술 콘텐츠를 활용한 기술을 구현했다. 벤츠가 전기 세단 EQS 등에 탑재한 대시보드 전체를 아우르는 대형 화면 ‘하이퍼 스크린’에 문화예술 콘텐츠를 구현하는 것을 시도했다.

-벤츠의 스타트업 프로젝트(스타트업 아우토반)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우리가 지향하는 서비스는 한국 시장만을 겨냥하기가 어려웠다. 전 세계적으로 예술과 연결되고, 고급스러운 것을 찾아보고자 해서 글로벌 업체를 목표로 정한 것이 벤츠였다. 특히 벤츠 차에 LG 올레드 기술이 들어간다는 것을 보고 여기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차 내부는 생활공간으로 바뀌어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꾸미는 욕구가 생길 것으로 봤다. 그래서 링크드인(구인구직 사이트)을 통해 벤츠 관계자와 연락을 하게 됐다. 벤츠 본사 관계자가 우리의 아이디어를 보고 발표 기회를 줬고, 이를 통해 한국에서 열리는 벤츠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아우토반’에 지원해보라는 조언을 듣게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우리 서비스를 더 정교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다.”

세계일보

빛글림이 베트남 하오이에 있는 롯데센터 하노이 65층 전망대에 롯데자산개발과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미디어 아트 갤러리’를 오픈했다. 빛글림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벤츠에 어떤 부분을 접목하나.

“차의 문도 앞으로는 다 디지털 화면이 될 것이다. 거기에 어떤식으로 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을지, 차 내부가 디지털 화면으로 가득 찼을때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게 될지에 관한 제안을 했다. 그 부분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방향이다.”

◆“세계 15만개 IP 확보... 메타버스나 NFT와도 접목 가능해”

-빛글림의 서비스는 구독을 기본으로 하는데.

“넷플릭스가 전 세계 영화를 1만원에 구독하는 식이라면, 우리는 스크린 대수별로 월 구독료를 측정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기업부터 스마트 티비, 태블릿PC, 디지털 액자 등 화면만 있으면 그 화면이 하나의 액정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월 구독료는 2900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국내외 79개 공간에 200개가 넘는 모니터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전광판이 늘고 있는데 여기에 제공하는 콘텐츠가 부족한 현실이다. 우리가 이곳에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하고 있다.”

-메타버스나 NFT와도 접목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디지털 사업을 하다보니, 메타버스나 NFT 뜨기 전부터 제일 스트레스 받은 게 지적 재산권 문제다.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스트리밍을 하면 기술이 필요하다. 아직 여러 문제점 있지만, 장기적으로 디지털 자산 자체가 보호돼야하고, 많은 사람이 쓸 때 추적이 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아직 생소하기 때문에 서두르기 보다 트렌드와 법에 대해 현황을 맞춰가고 있다. 메타버스는 많은 업체와 교류중이다.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하면 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일보

디지털아트 스타트업 ‘빛글림’의 박진형(오른쪽) 대표와 박진표(30) 이사가 지난달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협업하는 작가들은 어떻게 섭외했나.

“개별 작가와 계약하는 경우도 있고, 단체 등을 통하는 경우도 있다. 월드아트그룹은 미국에 8만점의 콘텐츠를 확보한 기업이다. 우리도 이곳과 계약을 했다. 또 여행사도 있는데 여행을 다니다보면 경치가 좋은 곳이 있다. 이런 곳의 사진 IP를 확보해서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현재 15만점의 IP를 확보하고 있다.”

-작가와의 수익 배분은 어떻게 이뤄지나.

“작가에 따라 다른다. 수익의 30∼40%가 작가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작가 기준으로 지난해 많게는 1년에 700만원을 정산해준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유명 작가의 작품이 인기가 높을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한국 HW 세계화 속 SW 마지막 퍼즐 맞출 것”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이야기는.

“스타트업을 하면서 외국을 많이 다니게 됐는데, 최근 한국 제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퍼져 있었다. 베트남, 태국, 인도는 물론이고 미국에도 한국 제품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 LG나 삼성 같은 하드웨어 제품이었다.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는 빠져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나온다면, 여기에 한국적인 플랫폼이나 무형 콘텐츠가 있다면 빠져 있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완성작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가 그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데 새로운 것 지향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고 싶다. 힘들때도 많지만 세계로 나갈 수 있다는 믿음과 비전을 갖고 일하고 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