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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서울 세입자 주머니 사정 갈수록 팍팍"…작년 아파트 월세거래 역대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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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후 서울 강북 아파트들이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이고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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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의 월세 거래량이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 상승과 전세대출 규제 강화, 보유세 부담 증가, 공급 부족, 다주택자들의 세입자 조세 부담 전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작년 서울에서 월세가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이날(16일 기준)까지 신고된 건수를 기준으로 6만8736으로 2011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임대차 계약은 전세·월세·준(準)월세·준전세로 나뉜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를 말한다.

작년 전세를 제외한 월세 거래량(월세·준월세·준전세)은 전년(2020년) 월세 거래량(6만707건)을 넘어섰다. 월세 거래량은 2011∼2012년 2만7000∼2만8000건대에서 2015년 5만4000건대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다 2016년부터 감소세로 돌어서 2018년에는 4만8000건대로 줄었다. 하지만, 2019년 다시 5만건대를 기록한 후 지난해 최다치를 경신했다.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세입자의 확정일자 신고를 토대로 집계된다. 정해진 법정 기한 없기 때문이다. 최근 월세 거래 증가 추이를 고려할 때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치솟고 있다.

지난해 월세가 낀 거래의 임대차 계약 비율은 37.2%로 2019년 28.1%, 2020년 31.1%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상승했다. 특히 작년 12월 서울에서 체결된 임대차 계약 중 월세가 낀 거래 비율은 42.0%로 월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월세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한 원인에 대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셋값 급등세가 지속하면서 이에 전세보증금 마련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전세자금 대출 규제도 월세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진단한다.

월세 강남 6% 오르는 동안 강북 18%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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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잠실동 한 중개업소 벽면에 전,월세 매물 안내가 붙어 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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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수요 증가로 가격이 치솟으면서 무주택 세입자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월세는 지난해 12월 기준 평균 124만5000원을 기록해 2020년 12월(112만7000원)보다 10.5%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 월세(130만4000원)가 5.8% 오를 때 강북권(한강 이북 14개구) 아파트 월세(118만3000원)는 18.1% 급등, 강북권 아파트 월세 상승률이 강남권 상승률의 3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천구 독산동 독산중앙하이츠빌 전용 84㎡는 지난달 보증금 2억5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해 4월 같은 주택형이 동일 보증금에 월세 50만원에 거래된과 비교해 월세가 2배로 오른 셈이다. 금천구는 서울에서 평균 아파트값이 가장 낮아 중산층과 서민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현재 이 단지는 월세 물건도 부족해 4층 물건의 시세는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12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랑구 중화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셋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소득이 적은 서민들에게는 현재 전세자금 대출도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월세가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랑구는 작년 12월 기준 서울에서 월세 계약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임대차 계약 10건 중 6건 이상(63.1%)이 월세 낀 거래였다.

서울 25개 구에서 1년 사이 아파트 월세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도봉구로 재작년 12월 41만원에서 지난해 12월 86만7000원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강남권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평균 월세는 지난달 180만원을 넘어섰다. 특히 강남구의 월세(247만7000원)는 전년 대비 34.6% 올라 강남권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작년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보유 중인 아파트의 전세를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면서 "임대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월세 거주자들의 부담은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8월부터 계약갱신 청구 기간이 끝나는 전세물건들 상당수가 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오름세인 기준금리에 따라 전세대출 금리까지 상승하면 월세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월세 세액공제 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상향하고, 세입자의 임대료 인상률을 2년 동안 5% 이내로 제한하는 1주택자 '상생 임대인'에 대해서는 양도세 실거주 요건을 인정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상생 임대인 제도의 실효성를 높이기 위해서는 1주택자뿐만 아니라 다주택자를 포함한 종부세 합산배제와 같은 강력한 임대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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