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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앵 경제학 살롱] 알아두면 쓸 데 있는 국가채무에 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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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어디에 쓰느냐다

"각 정당 대선후보의 경제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요 근래 이런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다른 경제학도들은 어떻게 대답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보통 '그거 알면 내가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겠어? 가르치고 있겠지'라며 얼렁뚱땅 넘어가곤 한다. 과거에 정치 이야기를 주고받다 감정이 상한 경우가 더러 있어, 되도록 정치 이야기를 피하고 싶어 마련한 궁여지책인 셈이다. 그래도 게 중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날카롭게 추가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국가채무가 1000조 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라 나라 살림이 어렵다는데, 각 정당 대선후보라는 사람들이 돈 쓴다는 이야기만 하고.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야?"

"음, 경제학에서는 말이야..." 아뿔싸. 대답을 시작하면서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자각했지만, 경제 덕후에게 이런 질문은 얼렁뚱땅 넘어가기 어려운 질문이다. 더군다나 보통 이런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후다. 어쩌겠나,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베어야지.

"국가채무를 이야기할 때, 국가채무의 명목금액보다는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 왜일까? 쉽게 예를 들어볼게. 네가 좋아하는 축구선수 메시와 네가 똑같이 1000만 원을 빌렸다고 생각해봐. 그러다가 메시가 크게 돈을 쓸데가 있다면서 그 다음 달에 추가로 9000만 원을 빌렸고, 너는 더 이상 돈을 빌리지 않았어. 누가 더 먼저 부채를 갚아야 할까? 메시는 빚이 1억 원이고 너는 1000만 원이니까, 메시가 더 먼저 갚아야 하는 걸까?

부채의 명목 금액만 봤을 때는 그렇게 답할 수 있겠지. 하지만 실제로 메시는 1년에 1000억 원을 벌고, 너는 1년에 5000만 원을 번다면 그렇게 답하기 어려울거야. 1억 원은 누군가에게는 엄청 큰돈이지만 1년에 1000억 원을 버는 메시에게는 하루 반나절 바짝 일하면 벌 수 있는 돈이거든. 그래서 채무를 이야기할 때는 그 사람의 상환능력(소득)이 중요해. 국가에게 있어서 상환능력(소득)은 국내총생산(GDP)라는 지표로 나타내기 때문에 국가채무를 이야기할 때 채무의 명목금액보다는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더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지.

우리나라 국가채무(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2020년 기준 43.8%로, 미국(128.6%)이나 이웃나라 일본(234.4%), 내가 공부하는 프랑스(115%)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야. 그러니까 나라빚이 1000조 원이 넘어 매우 위험하니,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에 크게 흔들릴 필요는 없어."

오마이뉴스

▲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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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듣고 싶었던 대답이 아니었나 보다. 대답을 듣고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곧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경험상 이런 경우에는 나중에 다시 반박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나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아. 며칠 후 문자가 왔다.

"근데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사상 최고 수치이고,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제는 재정 건전성을 생각해서 정부 지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데? 안 그러면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이 간대."

이거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다. 잠시 숨을 고른 후 긴 답장을 보냈다.

"맞아. 이미 알고 있겠지만, 현재 코로나19로 경제 외부 충격이 있는 상황이라, 국가 세수는 줄고 재정지출은 늘어 큰 정부 재정적자가 발생했어. 거기에 국내총생산까지 줄어서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가파르게 증가했지. 근데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건 글쎄. 물론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9년에서 2020년 1년 사이에 16.5% 증가했는데, 미국(23.7%), 일본(11.1%), 프랑스(18.6%)에 비교해보면 특별히 크게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거든.

코로나19 동안 쌓인 정부 재정적자가 미래세대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도 사실 동의하기 어려워. 나라 빚은 개인 빚과는 다르게 정확히 언제까지 누가 갚아야 하는 것이 아니거든. 빚을 내서 좋은 곳에 투자해 경제성장률(상환능력)이 올라가면 무슨 문제가 되겠어. 실제로 박정희 정부 때 높았던 재정적자를 우리가 지금 부담하고 있을까? 아니야. 당시 산업시설,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되어 경제성장률을 가파르게 상승시킨 덕분에 60~70년대 정부 재정적자는 현 세대에 전혀 부담이 되고 있지 않아. 결국 꼭 필요한 곳에 정부가 빚을 내서 재정을 투입한다면, 정부부채는 미래세대에 부담이라기 보다는 선물이 될 수 있지.

다시 말하지만, 국가부채에서 중요한 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야. 코로나19 위기가 끝나고 경제성장률이 정상화되면 이 비율은 자연스럽게 안정화 될 거야. 어떻게 아냐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정부 부채의 이자율(10년 국고채 기준)은 1.5%인데, 경제성장률은 보통 1.5%보다 높거든. 쉽게 말해, 네가 다음 해 이자로만 15만 원을 내야 한다고 하더라도, 연봉이 100만 원 증가한다면,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겠지?

물론 연봉이 올랐다고 터무니없이 더 돈을 빌리면 곤란하겠지만. 국가채무도 마찬가지야. 코로나19 경제위기 이후에 다시 국채이자율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국가 재정건정성을 크게 걱정해야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만약, 정부가 재정건정성을 걱정하느라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투자하지 못하면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침체되서 재정건정성이 악화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지.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관심있게 지켜봐야하는 것은 재정건정성이 아니라 정부재정이 반드시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는 지라고 생각해."

답장이 너무 길었던 탓이었을까. 한참이 지난 후에야 답장을 받았다.

"아 그렇구나. 고마워! 그러면 어느 정당 후보가 정부재정을 반드시 필요한 곳에 쓸 것 같아?"

하하하, 두 번은 당하지 않지. 다행히 이번에는 일찌감치 질문의 의도를 간파하고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었다.

"그걸 알면 내가 정당 대선캠프에서 일하고 있지,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겠어?"


홍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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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정책이나 사회문제를 경제학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합니다. 경제, 조세재정, 사회보장 정책 관련 기타 어떠한 문의든 sehyun.hong@ehess.fr 로 연락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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