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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르포]코드만 꽂으면 '그린수소' 펑펑…원전까지 손에 쥔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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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파리, 낭트)프랑스=민동훈 기자] [편집자주]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 탄소중립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해내기 위한 에너지대전환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청정 에너지가 구현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제 전쟁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와 탄소중립 이슈를 주도해온 머니투데이는 2022년 새해를 맞아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중동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현장을 돌아보는 '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신년기획]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 프랑스편]


[르포]"그린수소? 풍력발전기에 코드만 꽂으면 펑펑 쏟아져요"

① 그린수소 스타트업 라이프(Lhyfe)사 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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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부앵(Bouin)에 위치한 그린수소 스타트업 라이프(Lhyfe)사로 가는 길에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서 있다./사진=낭트(프랑스)=민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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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일, 겨울비가 흩날리는 프랑스 낭트. 시내에서 벗어나 남서쪽으로 1시간여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한적한 시골마을 부앵(Bouin)에 접어든다. 굴이 특산품이라는 부앵의 대서양 해안가에 줄지어 선 풍력발전기들을 따라 조금 더 달리면 길가에 자리한 3층짜리 작은 잿빛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겉으로 봐선 창고처럼 생긴 이 건물이 프랑스의 그린수소 스타트업 라이프(Lhyfe)사의 그린수소 생산공장이다. 수전해 설비와 그린수소 저장시설, 관리사무실 등으로 이뤄졌다.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 수소로서 주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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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부앵(Bouin)에 위치한 그린수소 스타트업 라이프(Lhyfe)사의 외부 전경./사진=낭트(프랑스)=민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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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의 그린수소 공장은 2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벤디 에너지(Vendee Energie)'의 3MW(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3대와 직접 연결해 하루 300kg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 세계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일 생산량을 갖춘 그린수소 시설은 찾기 어렵다. 제주도에도 풍력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하는 3MW급 그린수소 생산설비가 있지만, 아직 소량의 그린수소를 시험삼아 생산하는 수준에 그친다.

라이프는 빠르면 2022년 내 일평균 1톤의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이프 부앵 공장에서 만난 디디에 리샤드 라이프 개발책임자는 "오로지 그린수소의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라며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프는 2017년 종업원 10명 정도로 출발했다. 지금은 65명이 조금 넘는데, 올해 연말까지 인원을 2배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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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가 자랑할 건 단순히 그린수소 생산량만이 아니다. 미국 플러그 파워와 제휴해 개발한 고분자전해질(PEM) 방식의 수전해 설비를 출력이 일정치 않은 풍력발전기에 직접 연결해 그린수소를 뽑아내는 게 라이프의 핵심 기술이다. 설비크기도 제어시설을 포함해 학교 교실 4개 정도의 규모에 불과해 재생에너지 설비가 갖춰진 곳이라면 어디든 설치가 가능하다. 조달 비용이 꽤나 비싼 송전망을 거치는 것에 비해 전기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프랑스 북서부 해안 라 크루아식에 조성한 세계 최초 해상 그린수소 생산공장이 바로 라이프의 기술력이 응집된 프로젝트다. 해안에서 20km 떨어진 대서양 해상에 위치한 신재생에너지 실험장 'SEM-REV'는 수전해설비를 2MW 용량의 부유식 해상풍력에 바로 연결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에너지 섬이다. 2024년까지 그린수소 생산공장을 10MW 규모로 확대하고 이후 수백 MW 규모의 다양한 탄소중립 전력과 연결할 계획이다. 리샤드 개발책임자는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는 에너지로 활용하고 산소는 다시 바다로 용해시킨다는 개념을 적용했다"면서 "단순한 친환경을 넘어 망가진 환경을 회복시키는 생태학적 수소생산 비전"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가 해상풍력과 수소생산을 연계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수소는 전력 생산과정에서 순수한 물만 부산물로 생산하는 청정에너지다. 하지만 모든 수소 생산 방식이 청정한 것은 아니다. LNG(액화천연가스)에서 추출해 생산(개질)하는 '추출 수소'의 경우 현재 가장 저렴한 수소생산 방식이지만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 발생이 불가피하다. 추출수소를 '그레이수소'라고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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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부앵(Bouin)에 위치한 그린수소 스타트업 라이프(Lhyfe)사의 디디에 리샤드 개발책임자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낭트(프랑스)=민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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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소협회에 따르면 2030년까지 프랑스의 연간 수소 소비량은 68만~109만톤으로 전망된다. 이중 60%를 그린수소로 채우겠다는 것이 프랑스의 계획이다. 프랑스판 에너지전환 로드맵인 다개년에너지계획(PPE)에 따라 프랑스는 2023년까지 산업용 수소의 10%를 탈탄소화해야 한다. 친환경 그린수소를 최소 연간 9만톤을 생산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는 수소를 매년 100만톤 가까이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이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1000만톤에 달한다. 이는 프랑스 전체 배출량의 2~3%다. 그린수소가 프랑스 수소정책의 핵심과제가 된 배경이다.

이는 프랑스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수소경제를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세계 에너지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수소의 96%는 화석 연료에서 추출하는 그레이수소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그린수소' 생산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 현재 그린수소 생산단가는 그레이수소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기술의 진보와 함께 경제성도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다. 실제로 풍력·태양에너지는 유럽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싼 전력에너지원이다. 전통에너지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의 균등발전원가(LCOE)가 같아지는 시점을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라고 한다. 덴마크 재생에너지 기업 오스테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기준으로 3분의 2 지역에서 이미 그리드 패리티가 발생했다. 프랑스 정부도 그린수소 생산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 계획을 밝혔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와 그레이 수소의 비용 차이를 정부가 메울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EU에 제출한 상태다. 아울러 수소경제 분야에 향후 10년간 91억유로 규모의 투자도 진행할 계획이다.

리샤드 개발책임자는 "라이프의 수많은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생산비용 감축"이라며 "앞으로 5∼10년 내 전기 사용료와 그린수소 생산 비용이 비슷해 질 것으로 보는데, 우리는 1kg당 2유로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손엔 수소, 한손엔 원전 쥔 프랑스, '탄소중립 리더'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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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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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는 2030년까지 100억 유로(약 13조6000억원)가 넘는 자금을 수소경제에 투입할 것입니다."(필리페 부클리 프랑스 수소협회 회장)

#"원자력으로 전기분해 공장을 돌릴 수 있는 무탄소 전기를 얻고 자동차, 기차, 화물차 등을 위한 친환경 수소를 가질 수 있는 건 프랑스의 행운입니다."(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

프랑스가 유럽을 넘어 전 세계 탄소중립(Net Zero)의 리더로 급부상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탄소 배출 없이 생산하는 수소)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원자력 산업'이 프랑스가 양손에 든 무기다. EU(유럽연합) 내 최대 경쟁국인 독일이 강력한 탈원전 기조를 바탕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다면 프랑스는 수소경제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함께 수십년간 멈췄던 신규 원전 건설까지 재개하며 탄소중립 시대 에너지 분야 주도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프랑스 파리무역관 등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에너지 정책의 최대 화두는 '그린수소'와 '원전'이다. 지난해 10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개한 대규모 투자계획 '프랑스 2030'의 핵심은 수소경제와 원전을 에너지 분야의 중점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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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전기분해해 만드는 그린수소 생산용 '수소 기가팩토리'(Hydrogen Giga factory) 2곳을 새로 짓고,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원전 건설을 재개키로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프랑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수소와 원전이 미래 프랑스 에너지산업의 양날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한 2020년, 프랑스는 청정수소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프랑스 수소협회(France Hydrogene)에 따르면 당시 프랑스 정부는 수소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바꾸기 위해 72억유로(약 9조8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파리에서 만난 필리페 부클리 프랑스 수소협회 회장은 "프랑스 2030에서 추가로 발표한 19억유로(2조6000억원)를 합하면 91억유로(12조4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항공이나 교통수단 발전 기금까지 더하면 100억유로(13조6000억원)가 넘는 자금이 수소경제에 투입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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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부클리 프랑스 수소협회장이 지난해 12월1일 프랑스 파리 수소협회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파리(프랑스)=민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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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소기술통합 프로젝트 27개와 전국 4개 지역(옥시타니, 부르고뉴, 오베르뉴, 그랑-테스트)의 수소 철도(열차 차량)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에너지기업인 에어리퀴드는 프랑스 노르망디사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수소연료 생산을 위한 전기분해(수전해)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연간 2만8000톤의 수소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토탈에너지 역시 매일 15톤의 청정수소 생산이 가능한 전기분해 설비를 2024년까지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지역에 건설할 예정이다. 여기엔 100MW급 태양광 설비가 투입된다. 완성차 제조사인 르노는 수소트럭 개발에 자금을 쏟아 붓고 있으며 항공우주분야 아리안그룹 역시 로켓 추진체 연구개발(R&D) 단지 내에 청정 수소연료 생산설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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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시내를 운행 중인 수소차 넥쏘. /사진=파리(프랑스)=민동훈 기자




프랑스는 2030년까지 연간 수소 소비량이 68만~109만톤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은 주로 산업용 수요겠지만 2030년 이후엔 대규모로 늘어날 운송분야에서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수소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활용해 생산한다. 총 6.5~10GW(기가와트) 규모의 수소생산 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프랑스는 다년 에너지 계획(PPE)을 통해 2030년 수소 부문에 37~50TWh(테라와트시)를 제공키로 했다.

특히 프랑스는 수소 생산량의 60%를 그린수소로 충당키로 했다. 이를 위해 10년 내에 그린수소와 수소 연료전지, 관련 설비 등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수소 기가 팩토리' 2개를 지을 계획이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대규모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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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빌 로이터=뉴스1) 금준혁 기자 =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벨빌의 한 원자력 발전소 냉각 타워에서 증기가 나오고 있다. (C)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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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지난해 11월30일 파리에서 열린 '세계원자력전시회(WNE 2021)'에 참석해 "원자력은 재생가능에너지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며 "프랑스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사이의 균형을 구축하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무탄소 전력이 필요한데, 그것을 바로 원전이 해줄 것"이라며 "원자력은 탄소없는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데 있어 더욱 가치있고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유대종 주프랑스 대한민국대사는 "프랑스 에너지정책의 기본 방향은 여전히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인다는 것"이라며 "원전의 경우 프랑스가 처한 환경에 맞춰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전 다시 짓는 프랑스…"탄소중립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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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열린 '2021 WNE (세계원자력박람회)'에 참석한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파리(프랑스)=민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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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탈원전'을 추진했던 프랑스가 다시 원자력발전소를 짓기 시작한다. 무탄소 전원인 원전의 신규 건설없이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 등 차세대 원전 연구에 10억 유로(약 1조36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프랑스는 2035~2037년 신규 원전 6곳을 가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 들어 원전 비중 50% 감축 시점을 2035년으로 10년 미루며 탈원전 속도조절에 나선 데 이어 사실상 '복(復)원전'으로 선회한 셈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5년 전력 생산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25년 50%까지 줄이는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지 약 1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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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영 에너지기업 EDF은 지난해 신규 원자로 6기 신규 건설 계획에 대한 타당성 조사 결과를 정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11월엔 '프랑스 2030' 계획을 통해 SMR R&D(연구개발)에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프랑스는 원자로 56기를 가동 중이다. 여전히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원자로 개수가 가장 많은 국가다. 완공이 늦어지고 있지만 2007년부터 노르망디 플라망빌에 3세대 원전 1기도 짓고 있다. 프랑스에서 20만명이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3번째로 큰 산업이 원전이다.

지난해 11월30일(현지시간) 열린 '2021세계원자력전시회(World Nuclear Exhibition, 이하 WNE)'에서 기자와 만난 EDF 관계자는 "원전은 우리를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줄 유일한 길"이라며 "전체적으로 원자력 에너지가 꽤나 오랫동안 인간들이 무탄소 에너지를 얻게 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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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현지시간) 파리 근교에서 열린 '2021 WNE (세계원자력박람회)'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원자력 산업 관계자 등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파리(프랑스)=민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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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가 찾은 WNE 2021 현장에선 달라진 프랑스 원전 산업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WME에는 76개국에서 연인원 1만7000명의 참가자와 612개의 업체가 참가했다. WNE는 프랑스원자력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원자력전시회로, 2년에 한 번씩 파리에서 열린다. 당초 지난해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연기되면서 3년 만에 열렸다.

개막식에 참석한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충분한 교육이 없었기에 (원전에 대한) 전문지식이 충분치 못했고 청년들이 원자력 산업을 외면했기에 역량이 부족했으며 때로는 자금에 대한 어려움, 수많은 의구심 등이 있었다"면서 "우리는 원전 산업을 수복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자력은 2050년 프랑스가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향후 수십년 안에 막대한 전기 수요가 생길텐데 확실한 것은 원자력이 우리의 전기 수요를 감당할 하나의 방법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탄소없는 전기를 늘리고 싶다면, 원자로를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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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현지시간) 파리 근교에서 열린 '2021 WNE (세계원자력박람회)'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원자력 산업 관계자 등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파리(프랑스)=민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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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버만 WNE 의장은 "이번 박람회의 주제는 '원자력 에너지의 기여 혹은 책임이 있는 미래를 위한 무탄소 경제'"라며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가 지구 온난화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인 만큼 원자력이 하나의 키워드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 소비는 세계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결코 줄어들지는 않을 것"아라며 "독립적이고 영구적이며 조정가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관련 국제기구도 프랑스의 원전 재개 움직임에 고무된 모습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정치적 이변이 없는 한 원자력은 다시 돌아올 것"이며 "2050년까지 원전 비중을 현재보다 2배 이상 높이려면 신규원전 건설 속도는 최소 5배 빨라야 한다"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도 "국제사회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채택한 기후협약의 목표를 이루려면 원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래스고 협약의 골자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온실가스 목표 재점검, 선진국의 기후변화 기금 확대 등이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2050년까지 원자력 산업은 해마다 130만개의 일자리를 더 창출해낼 것"이라며 "지금도 투자를 유치 중이며 현재 50건 정도가 실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WNE엔 한국수력원자력도 대규모 팀을 꾸려 참가했다. 국내에선 추가 원전 건설이 쉽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재개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수주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한수원은 이번 전시회에 한국전력공사 발전 자회사 5개사와 한국원자력산업협회를 비롯해 동인엔지니어링, 솔지, 세아에스에이, 에너지엔, 에너시스, 에너토크, 정우산기, 케이엠엑스, 테스토닉, 하이브시스템 등 협력 중소기업 10개사 등과 함께 '팀코리아' 차원에서 부스를 차렸다. 전시회 기간 중 70여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탄소중립은 원자력 산업에 분명한 호재"라며 "WNE를 계기로 국내 협력 중소기업들이 해외판로를 개척함으로써 침체된 원전 생태계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리, 낭트)프랑스=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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