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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러시아 대응, 중국 문제로 발목… 한국도 유념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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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러시아·서방 연쇄 대화 평행선…돌파구 마련될까

제네바 담판 탐색전+여론전+선전전 결합 간보기

미, 대중봉쇄 전념하다 허찔려…러 초강수에 당황

아태·유럽 두개 전선서 미 신속·효율 대응 어려워

푸틴, 우크라침공 카드로 최대한 타협점 모색예상

美동맹 흔드는 러 ‘역균형화 전략’ 韓도 경계해야

세계일보

러시아군 T-72B3 전차가 12일(현지 시간) 러시아 남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로스토프 카다모프스키 사격장에서 열린 군사훈련에서 불을 뿜으며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간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실시돼 무력시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로스토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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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미국·터키 관계의 침식을 포착해 터키를 지원함으로써 터키의 친러화를 유도했듯이, 이번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시에도 유럽의 안보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미세한 균열을 활용하는 역(逆)균형화 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역균형화 전략이란 상대 진영의 분열에 정교하게 개입해 간극을 넓힘으로써 전체적으로 피아(彼我)간의 세력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라 볼 수 있습니다. 일본과의 갈등 관계가 심화하고 있는 한국도 러시아의 역균형화 전략의 중요 대상이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 및 한·러 관계 전문가인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독립국가연합)학과 주임교수는 17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서방과 러시아의 연쇄회담을 평가하면서 한국도 러시아의 역균형화 전략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미국·러시아 한 치 양보 없이 평행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최근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대화가 계속됐다.

“2022년 새해 벽두부터 지정학적 연속성의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이슈와 카자흐스탄 이슈가 코로나19 이슈를 덮어버렸다.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편입 움직임으로 촉발된 유럽의 안보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양자, 다자형태로 이해 당사국 사이에서 세 차례의 릴레이 회담이 숨 가쁘게 전개됐다.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러시아와 나토,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러시아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사이에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연쇄회담이 개최됐다.”

-양측 대화의 결과는 어떠했나.

“예상대로 미·러 양국은 팽팽한 기 싸움과 힘겨루기로 타협점을 찾지 못했고, 파국 방지를 위해 향후 추가 회담 가능성만 열어놓은 채 회담을 마무리 지었다. 우크라이나 위기는 본질적으로 미·러 패권투쟁의 산물이기 때문에 첫날 열린 미·러 제네바 담판이 전체 회담의 성패와 향방을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으로 야기된 우크라이나 사태의 긴장 완화와 나토의 동진 금지를 포함한 러시아의 안전보장안 확약 요구가 회담의 주된 의제였다. 8시간 동안 격렬하게 진행된 협상에서 양측의 수석대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부 차관은 각기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채 한 치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렸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논의했나.

“러시아 수석대표(랴브코프 차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나 의도가 없다고 강조하고 서방이 러시아의 안전보장안을 즉각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군사·기술적 성격의 강력한 대응을 강구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했다. 반면 미국 수석대표(셔먼 부장관)는 나토의 개방성을 강조하고 역대급 제재 카드를 흔들었다. 유럽의 모든 국가는 나토 가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불허 요구를 거부했다. 크렘린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행 시 러시아는 국가가 거덜 나는 ‘지옥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어 미·러 양국이 상호 안보 이익에 맞고 전략적 안정성을 증진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선에 집결된 병력 철수 등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앞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겠나.

“제네바 담판은 상대의 감춰진 속내를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간 보기다. 즉 탐색전 의미가 있지만 협상 타결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한다는 이미지 연출용 여론전의 성격도 있다. 또 협상의 파행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기 위한 명분축적용 선전전, 상대를 제압하려는 신경전의 성격도 띠었다. 장장 8시간에 걸친 마라톤회담으로 진행된 이유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경선의 안정과 유럽 안보위기 해소라는 동일한 아젠다의 회담이 각기 다른 행위자를 대상으로 다른 장소에서 세 차례나 열렸다는 것은 그만큼 타협점 찾기의 어려움을 시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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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10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 회담에 앞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제네바=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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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우크라이나 침공 여부 국제사회 주목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부가 초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협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러시아가 과연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인가에 모인다. 이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위해서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몇 가지 먼저 검토해야 하는 요소가 있다. 모든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는 조건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여러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좀 더 과학적으로 전망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어떤 검토요소가 있나.

“첫째는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의 근본적 원인(遠因)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말에 분출된 우크라이나 안보위기의 발단은 사실 1997년부터 발진을 시작한 나토의 동진정책에서 비롯된다. 나토의 동진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친서방 정책을 펼치고 미·러 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시작되었다. 당시 옐친 정부가 추진한 시장경제체제의 착근(着根)과 파탄 일보 직전의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세계정치경제자본을 통제하고 있던 서방, 특히 미국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옐친 대통령은 1997년 3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나토 확대에 대한 긍정적인 결론을 끌어냈다. 클린턴·옐친 합의를 바탕으로 같은 해 5월 미·러는 ‘나토와 러시아 간 협력 및 안보에 관한 기본협정’에 서명하고 냉전 이후 신국제질서의 큰 틀을 마련했다. 이 기본협정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나토 내 러시아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제도적 창구의 마련이고, 다른 하나는 나토의 신규회원국 가입을 인정하되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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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권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 소속 러시아군 병사가 13일(현지 시간) 소요가 발생했던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철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알마티=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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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러의 나토 가입 의사 묵살하고 압박

-나토·러 안보기본협정대로 하면 큰 문제가 없지 않나.

“문제는 미국이 나토·러시아 기본협정에서 약속한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워싱턴은 규칙은 강자가 정하고 새로운 이해관계를 반영한다는 국제정치의 본성을 충실히 따랐다. 이런 강대국 정치의 속성에 따라 국제적 합의를 어기기는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이른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는 소련 시절 배치된 1560여개의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영국·러시아 등 강대국이 우크라이나의 독립·주권·영토보존과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는 국제적 약속이다. 이후 프랑스와 중국도 별도로 유사 조치를 취해 국제적 보장자로서 힘을 보탰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과 돈바스 반군 지원은 부다페스트 각서를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

-미국이 나토·러시아 기본협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미국은 나토·러시아 기본협정에도 불구하고 몰락한 러시아의 목소리를 무시했고 안보적 우려도 묵살했다. 오히려 러시아에 굴욕을 안겨주며 대국적 자존심에 지대한 손상을 가했다. 워싱턴은 유럽에서 크렘린의 이익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사사건건 대드는 러시아를 주적화해 코너로 내몰았다. 나토는 1999년 옐친의 경고에도 러시아의 역사적, 민족적, 종교적 연대국 세르비아에 대해 무차별 폭격을 단행했다. 2001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는 나토 가입 의사를 밝혔지만 거부되었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굴욕이었겠다.

“미국은 2004년 중·동부유럽 10개국을 한꺼번에 나토에 편입시켰다. 2016년에는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러시아를 겨냥한 미사일방어체계(MD)까지 구축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서둘러 추진했고, 7월에는 러시아의 내해로 간주하는 흑해에서 2주간 나토의 다국적(32개국) 해상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크렘린의 안보적 위기의식을 고조시켜 꼭지를 돌게 했다. 갈수록 옥죄어 오는 대(對)러시아 봉쇄망은 모스크바가 배타적 안보이익 확보와 탈소 공간의 ‘고유한’ 영향권역 수호를 위해 보다 강경한 대응책을 강구하도록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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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러시아 측 고위급 대표들이 12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열린 나토·러시아위원회(NRC)에 참가하고 있다. 왼쪽부터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외무부 차관,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부 차관. 브뤼셀=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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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견원지간(犬猿之間) 된 미·러

-과거를 회고하면 러시아가 내민 손을 미국이 때린 격이네.

“정리하자면 소련의 해체 후 러시아를 먼저 건드린 쪽은 나토를 앞세운 미국이었다. 특히 미·영의 군산(軍産)복합체가 전위 역할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구를 향해 나토가 5차례나 확장하며 러시아에 거짓말했다고 언성 높여 강조했다. 미국에 대한 깊은 불신과 반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23일 5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한 대면 기자회견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작심하고 나토의 약속 위반과 공격성을 비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상황은 서구가 조성한 것이고, 나토의 계속되는 동진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으며, 서방은 당장 러시아에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안보보장을 문서 형태로 보증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크렘린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러시아는 불가피하게 전략적 균형 확보와 국가 안보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 제거를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천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엄청 화가 난 것 같다.

“푸틴의 언술에서 서방이 러시아의 안보적 이해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그동안 미국과 나토에 당한 것만큼 비례적으로 되돌려주겠다는 보복 의지가 충만함을 알 수 있다. 비유적으로 표현해 러시아는 현재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까치복어 마냥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다. 소련의 몰락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러시아는 재래식 및 핵전력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군사 초강대국이다. 그런 맹독성을 지니고 있어 쏘이면 치사율이 높다. 미국과 나토가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고, 러시아를 어르고 달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른 한편으론 우크라이나 접경지에서 군사적 긴장 조성의 주기적 고저를 반복하는 양태에서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채근담의 격언이 떠오른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하나의 군사적 옵션으로 쥐고 있지만 서구를 향해 다양한 요구사항을 발신하는 것으로 보아 최대한 타협점을 찾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또 어떤 검토요소가 있나.

“두 번째 검토 사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군사적 도발을 자행한 시기와 이에 대한 해석이다. 결코 우발적이지 않은 우크라이나 위기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도발 시점이다. 크렘린의 의중과 전략을 간파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작년 초겨을, 좀 더 정확히는 11월 이후 단숨에 긴박하게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 대군의 병력을 집결시키면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크렘린이 2021년 11월에 갑자기 고강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한 이유는 무엇인가. 몇 가지 절제된 추론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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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T-72B3 전차들이 12일(현지 시간) 눈 내린 러시아 남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로스토프 카다모프스키 사격장에서 열린 군사훈련 중 대기하고 있다. 나폴레옹의 프랑스군과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군은 러시아를 침공했다가 혹독한 러시아 동장군과 직면해 처절한 패배를 경험했다. 로스토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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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폴레옹·히틀러도 실패한 겨울전쟁

-러시아의 겨울 공세에 어떤 의미가 있나.

“우선 겨울이라는 혹한의 계절적 요인이 제공해주는 군사작전 운용의 효용성을 지적할 수 있다. 러시아는 겨울전쟁에 특화된 나라다. 나폴레옹의 프랑스도 나치의 독일도 동장군을 만나 겨울전쟁에서 모두 대패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평원지역은 늪과 수로, 진흙 길이 많아 봄·여름에는 군사적 기동에 제약을 받는다. 그런 측면에서 동토 왕국 러시아에 겨울은 우크라이나, 또는 그 너머로 효율적인 군사기동작전을 수행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다. 아울러 난방 가스 수요가 많은 겨울은 유사시 러시아의 에너지 볼모인 유럽의 저항력을 이완시킬 수도 있다. 지금처럼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을 기록 중인 시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면, 봄이 도래하기 전 겨울에 속전속결로 결행할 가능성이 크다. 서방언론이 일제히 보도하는 1~2월 침공설이 설득력을 갖는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다.”

-시기적으로 또 어떤 의미가 있나.

“유럽연합(EU)의 두 기관차, 독일과 프랑스의 권력교체 시기라는 점에도 착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8일 독일에서 무려 16년간 최장수 총리를 지낸 기민당 앙겔라 메르켈 시대가 끝나고 사민당 올라프 숄츠 내각이 출범했다. 오는 4월에는 프랑스에서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현재 엘리제궁 권좌를 놓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대권 후보 사이에 치열한 각축전이 한창이다. EU 두 맹주 국가에서의 정권교체 또는 권력 변동과정은 러시아의 군사조치에 대한 기민한 대응을 약화할 수 있다.”

◆ 미국의 대러 대응을 제약하는 중국

-그런데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과 대립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나.

“그런 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겁주기 시점이 미국의 시선이 중국에 쏠려 있을 때라는 점도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 기치 아래 오커스(AUKUS·호주 영국 미국)를 새롭게 창설하고 안보대화체인 쿼드(Quad·미국 인도 호주 일본)를 앞세워 소위 중국 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 전방위적 대중국 봉쇄에 전념하는 사이 러시아는 미국의 허를 찔렀다. 크렘린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결탁한 나토의 선제행동을 명분으로 기습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침공위협을 가하며 위기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렸다. 그래서 워싱턴은 크렘린의 예기하지 않은 초강수 반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고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미국으로서는 대응이 쉽지 않겠다.

“백악관의 대외전략이 동아시아의 중국 죽이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유럽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은 미국의 민첩하고 효율적 대응을 어렵게 한다. 과거와 달리 쇠락한 미국이 이제 두 개의 전선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경우 그 틈을 이용해 중국이 대만을 전격 점령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미국의 한쪽 발목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은 한결 용이하게 결행될 수 있다. 미국이 러시아의 겁박에 군사적으로 강하게 대응할 수 없고 협상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지난 초겨울 이후의 러시아의 강경 태세에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공세 시점을 2021년 초겨울로 선택한 것은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크렘린의 압박전략이 가장 잘 먹힐 수 있을 것이라는 고도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석을 우연의 일치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루스키(러시아인)는 왼손으로 모기 다리에 (말)편자를 박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제정러시아와 소련 책략가의 후예들은 항상 목표달성을 위해 정교한 계산과 치밀한 전술을 구사한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기에 좋은 위기 고조 타이밍 선정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의도가 없지 않음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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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11일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연구회 개강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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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러 노림수

-또 어떤 검토 사안이 있나.

“세 번째 검토 사안은 일종의 언더커런트(Undercurrent), 즉 암류(暗流)로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군사적 긴장 관계 유지를 통해 ‘진짜’ 얻고자 하는 노림수다. 결론부터 말하면 러시아의 의도적인 위기 조장은 사실 우크라이나 침공보다는 서구와의 협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말하자면 우크라이나를 인질로 미국과 나토를 안보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작전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의 무력시위가 서울에 대한 겁박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을 협상장으로 유도하려는 의도와 동일한 이치다. 속된 말로 ‘일타이피’ 전략이다.”

-이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 침공 자제를 요청하자, 크렘린은 즉시 안보 견적서를 보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포섭하거나 전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되고 러시아의 배타적 세력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일종의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암시하는 군사적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면, 이 사태는 국제적 이슈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고, 폭주하는 기관차 반러 군사동맹의 추동력도 약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기 연출은 국제정치의 거인이자 세계적 권력보유자로서의 존재감을 다시금 과시하고 각인시키려는 목적도 없지 않다고 본다.”

◆ 러시아·터키 접근은 역균형화 성공사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기 고조는 실제 침공 가능성이 있다기보다는 협상용이라는 의미인가.

“러시아의 숨겨진 노림수는 또 있다. 러시아의 반격이 서구연합 가운데 EU보다는 미국과 나토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안보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EU 사이의 미세한 균열을 파고드는 소위 역균형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냉전 종식 후 러시아가 안고 있는 안보상의 취약점은 광활한 영토를 효율적으로 방어하는 ‘완충지대의 고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나토의 동진 팽창으로 버퍼존(Buffer Zone·완충지대)이 사라져 감에 따라 반러시아 성향의 국가들과 국경선을 마주한 상황에 있는데, 이런 불리한 안보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러시아는 주변국 간, 특히 서방국가 사이의 갈등에 정교하게 개입하면서 군사적 위협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궁극적으로 안보적 우위를 확보하는 역균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는 나토 일원인 터키와는 관계 강화를 추진했다.

“나토 회원국 터키가 동맹국 미국에 등을 돌리고 러시아와 군사적 연대를 선택한 것은 러시아의 역 균형화 전략의 성공사례다. 2015년 시리아 내 쿠르드 문제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군부 쿠데타 사주 문제로 미국과 터키 사이에 대립과 갈등이 격화하자 러시아는 터키를 지지하고 배려함으로써 터키의 친러화 정책을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터키는 미국의 압박과 경고에도 러시아산 방공 미사일 체계인 S-400을 연이어 도입했고, 러시아에서 터키를 거쳐 남유럽으로 이어지는 터키스트림도 개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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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독립국가연합)학과 주임교수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강연하고 있다. 홍완석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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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미와 EU 주도국 분리 나서

-결국 터키에서 성공한 역균형화 전략으로 EU 공략에 나선다는 의미인가.

“미국과 EU 사이에 이해충돌 현상이 노정되고 갈수록 심화하여감에 따라 러시아가 적용할 수 있는 역균형화 전략 공간이 열리고 있다. 워싱턴은 경제·외교·안보적으로 유럽의 대미 종속을 강화하려 한다. 그런데 유럽의 지정학적 독자성과 자율성 확대를 모색하는 EU의 두 축 프랑스와 독일은 그럴 의사가 없다. 워싱턴은 모스크바와 에너지 동맹을 구축한 베를린이 못마땅하지만 베를린은 어떻게든 노드스트림2 개통을 방해하려는 워싱턴이 밉다. 지난해 프랑스는 2016년 호주와 체결한 약 77조 규모의 잠수함 개발 사업을 가로챈 미국에 분통을 터트렸고, 심지어 적의까지 드러냈다. 미국과 EU 주도국 사이에 이런 형태의 갈등이 심심찮게 표출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결국 러시아가 미국과 독일·프랑스 사이의 간극을 파고들어 갈 조건이 형성된 듯하다.

“러시아가 서구 동맹들 사이의 이런 간극과 모순을 놓칠 리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안보 위기 조장은 EU의 안보주권 훼손을 자극하면서 서방의 분열에 또 한몫을 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다음 일갈은 러시아의 역균형화 전략이 먹혀들어가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제는 더는 ‘얄타의 시대’가 아니다. 2022년에 두 강대국에 의한 세력권 분할은 불가하고 이번 협상에 미국과 러시아만 있는 게 아니다. 유럽의 안보 구조를 결정하는 협상에 EU가 중립적인 구경꾼이 될 수는 없다. 유럽의 안보는 단순히 미국·러시아, 나토·러시아의 문제가 아니라 EU가 관련된 문제다.’

얄타의 시대란 1945년 2월 흑해변 크림반도의 휴양지 얄타에 모인 미국, 영국, 소련의 수뇌부, 사실상 미·소의 수뇌가 정한 유럽의 질서가 적용돼온 시대를 말한다. 더 이상 얄타의 시대가 아니라는 말은 유럽의 운명은 유럽이 정하겠다는 의미다.”

◆ 러시아의 역균형화 전략, 한국도 대상

-우크라이나 위기가 한반도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관심을 동북아로 돌리면 일본과의 갈등 관계가 날로 심화하여가고 있는 한국도 러시아의 역균형화 전략의 중요한 대상이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렛대로 기습 군사도발을 감행한 이유는 단선적이지 않고 중층적이며 복합적이다. 워싱턴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들이고 미국과 EU 사이의 틈새를 더욱 벌리며 우크라이나의 경거망동을 순치시키는 일석삼조(一石三鳥)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기 고조 전략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남아있는 절반은 무엇인가.

“나머지 절반이 사실 핵심인데 그것은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공식 회담 및 물밑 담판에서 러시아가 요구하는 안전보장안을 관철하는 일일 것이다. 협상이 성공 또는 최종 결렬될 때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다른 형태의 더 자극적인 추가 군사도발과 함께 크렘린이 최종 목적 달성을 위해 만지작거리는 유효한 카드로 남아있을 것이다. 지난 14일 랴브코프 차관은 러시아 방송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비례적 대응으로 미국의 턱밑인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러시아군 병력을 배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학과 주임교수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어과▲동 대학원 동구지역연구과 석사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학교(MGIMO) 정치학박사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장 및 러시아연구소 소장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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