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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스모킹건' 양진호 하드 반출해 쫓겨난 직원…법원 "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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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반출해 양 전 회장에 대한 수사·기소에 기여한 직원을 해고한 건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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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 따른 반출은 '무단반출' 아냐…회사자산으로 볼 수도 없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엽기갑질'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반출해 검찰 수사·기소에 기여한 직원을 '회사 자산 절도' 사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양 전 회장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A기업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청구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 직원 B 씨는 2019년 12월 '회사 허가 없이 회사 자산을 무단으로 외부에 반출해 회사 경영 관련 대외비 자료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 양 전 회장의 자택 PC·사무실 PC의 각 하드디스크를 무단 반출하고, 반환 명령에 따르지 않아 회사 자산을 절도했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B 씨는 2018년 8월 양 전 회장 지시로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 양 전 회장이 직원을 폭행하거나, 머리를 강제로 염색하게 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시기였다.

B 씨는 교체한 하드디스크를 A사 대표이사 C 씨에게 전달했고, C 씨는 이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하드디스크 내용물 등을 바탕으로 양 전 회장을 상습폭행·동물보호법 위반 등 9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양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해고 통지를 받은 B 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도 B씨의 손을 들자 A사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B 씨가 반출한 하드디스크에 사내 중요 자료가 담겼다고 볼 증거가 없고, 집무실 PC는 반출한 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중노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양 전 회장의 비서 업무를 하던 C 씨가 이 법정에서 '양 전 회장이 자신의 지시로 B씨가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고 직접 확인했다'라고 증언했다"며 "직원에 불과한 B 씨가 실질 경영자인 양 전 회장의 지시도 없이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교체·반출할 특별한 동기나 이유를 찾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전 회장이 형식적으로 A사 소속이었는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그의 PC가 회사 자산이라고 볼 만한 아무런 객관적 증거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A사는 '회사 자산 반출'을 B 씨에 대한 해고 사유로 들었는데 실소유자인 양 전 회장이 A사에 정식적으로 소속돼 있다고 볼 수 없고, 그의 PC도 A사 자산으로 볼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재판부는 "A사는 무단 반출됐다는 자택·사무실 하드디스크 저장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한 채 단순히 양 전 회장이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대외비 자료가 있다며 징계 사유로 삼았는데, 이에 관한(하드디스크에 대외비 자료가 있다는 것에 관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사무실 PC 반출에 대해서는 "B 씨가 반출했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없다. 설령 B 씨가 사무실 하드디스크를 반출했더라도 이는 자택 하드디스크와 마찬가지로 양 전 회장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무단 반출이라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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