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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LG생활건강, 4분기 전망 증권사에 미리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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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13%대 급락 전 증권사 대거 리포트 쏟아져

실적 공시·IR 없이 같은 전망 배포해 의혹 커져

실제 전화 통해서 1대1로 애널리스트들에게 IR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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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가가 급락 중인 LG생활건강이 공정공시 의무를 위반했다는 정황이 나온다. 취재 결과 LG생활건강이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내용을 미리 전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정보를 입수한 증권사의 부정적인 보고서가 쏟아졌고 주가도 급락했다.

주가 하락 전 LG생활건강 리포트 쏟아진 이유는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생활건강 주가는 지난 10일 13%대 급락세를 기록했다. 상장 이후 최대 낙폭이다. 110만4000원이던 주가는 95만6000원으로 떨어졌다. 시총도 17조2424억원에서 14조9309억원으로 줄었다. LG생활건강 시가총액이 15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17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후 주가는 소폭 회복하며 97만원대로 올랐으나 아직 10일 급락세를 회복하는 수준은 아니다.

이날 주가 하락은 개장 전 쏟아진 LG생활건강에 대한 목표가 하향 보고서 때문이다. 이날 아침에만 7개 증권사에서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월 실적이 증권가 전망치(컨센서스)에 못 미치리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당시 LG생활건강은 실적에 대해 공시를 하거나 공식적으로 기업 상황을 알리는 IR(투자자 대상 정보 공개)행사를 한 적이 없다.

공시 전 실적 관련 내용 유출··· "공정공시 위반 가능성 높아"

확인 결과 동시다발적으로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가 쏟아진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다. 취재 결과 지난 7일 금요일 LG생활건강은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회사 실적에 대한 1대1 전화 브리핑을 진행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당시 자료 없이 관련 내용을 전화를 통해 1대1로 애널리스트들에게 알리는 IR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일부 증권사도 "LG생활건강 측에서 관련 내용을 전달받아 리포트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활동은 회사가 공시로 사전에 알린 행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LG생활건강의 공식적인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이달 말에나 나올 예정이다. 실적을 알리기 전에 '결산실적공시예고'라는 안내공시를 한 뒤 금융감독원 공시와 콘퍼런스콜, IR설명회, IR자료 게시 등을 통해 해당 날짜에 실적과 그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는 공시규정상 공정공시에 해당하는 의무 사항이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매출액, 영업손익,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익 또는 당기순손익 등에 대한 전망 또는 예측'은 그 사실과 내용을 거래소에 신고해야 한다.

또 공정공시정보 제공자는 공정공시 대상 정보를 각종 비율 및 증감 규모 등을 통하여 우회적으로 제공하면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나 매매거래 정지, 불성실공시 사실의 공표 등 현행 수시공시의무 위반과 동일한 제재를 받게 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LG생활건강과 증권사 간에 어떤 정보가 오갔는지 직접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만약 실적과 관련한 내용을 공정공시를 거치지 않고 특정 증권사에만 제공한 것이라면 규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시 발행된 증권사 보고서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정확한 4분기 실적에 대한 숫자는 다르지만 실적 자체가 기존 증권가의 전망치(컨센서스)에 못 미치리라는 내용과 그 이유(면세 매출 저하)가 유사하다.

실적 부진 미리 알린 이유는?··· "연구원-매니저 관계 유지 위해?"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의문은 남는다. 굳이 좋지 않은 실적을 미리 알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IR 업계 관계자들은 "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한 상장사의 IR업계 관계자는 "이번 LG생활건강과 같은 IR담당자와 애널리스트의 유착은 오랜 관행이지만 명백한 공시규정 위반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굳이 좋지 않은 실적을 미리 알리는 것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간 관계 유지를 돕기 위해 정보를 미리 제공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 증권사의 펀드매니저들이 자사의 애널리스트가 예상하지 못한 악재로 운용 중인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악재 정보를 미리 입수해 영업과 운용에 반영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13년 CJ E&M이 3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자 특정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이 정보를 전달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 정보를 입수한 애널리스트들이 자사의 펀드매니저들에게 이를 전달하고 매니저들은 투매에 가까운 매도 주문을 내면서 CJ E&M 주가가 크게 떨어진 일이 있었다. 당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번 상황과 다른 점이라면 당시에는 정보가 오간 뒤 곧바로 기관의 매도 주문이 쏟아졌지만 이번에는 목표가를 하향하는 보고서가 나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CJ E&M 사태를 기억하는 입장에서 일종의 안전판을 둔 것"이라며 "만약 보고서 없이 주문만 쏟아졌다면 곧바로 당국의 공정공시 위반 여부 조사가 시작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anghc@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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