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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배터리·반도체 업체에 휘둘릴라”… 車업계 ‘수직 계열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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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연 미국 헨리 포드의 사업체는 방대했다. 포드가 자체 소유한 광산에서 철광석을 캤고, 계열사인 철도회사가 이를 포드 제철소로 옮기면 제철소에서 자동차용 철강을 생산해 완성차를 만들었다. 자동차 산업 초기, 완성차 업체들은 포드처럼 생산에 필요한 공급망의 상당수를 소유하며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최근 수십년 동안 자동차 업체는 이런 수직적 통합에서 벗어나 부품 생산을 외부 공급 업체에 더 많이 의존했다. 포드는 광산과 제철소를 매각했고, 다른 완성차 업체도 내부에서 부품을 생산하는 대신 외부 공급망을 꾸렸다. 외부 공급업체 간 경쟁을 통해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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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픽업트럭을 생산하고 있는 GM 미국 공장 모습./G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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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이 또 바뀌었다. 완성차 업체의 주력 제품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업체들이 이윤을 부품사에 양보하지 않으려면 원자재나 부품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야 하는 환경이 된 것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와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망의 더 많은 부분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반도체의 경우 생산 능력을 갖춘 소수 업체가 주도권을 갖고 있어 완성차 업체의 가격 결정력은 크게 낮아지게 됐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원자재 생산자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배터리 생산 시설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수요가 많은 부품을 수직 계열화해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조달 비용을 낮추는 한편 부품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전환의 핵심 중 하나가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고품질 재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전기차의 경우 그동안 내연기관차 생산을 위해 구축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공급망이 필요하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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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그룹 연구원이 배터리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모습./폭스바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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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공급망을 직접 통제하며 수직 계열화를 강화하는 것은 테슬라의 방식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대중적인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일찌감치 배터리 제조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했다. 테슬라는 자체 배터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일본 배터리 제조사 파나소닉과 함께 최초의 기가 팩토리를 건설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도 테슬라의 접근 방식을 모방하고 자체 합작 배터리 공장에 투자하고 있다. 프로젝트 비용을 분담하고 현장에 있는 회사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합작사를 세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12월 포스코케미칼(003670)과도 협력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해 양극재 생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GM의 전기차 책임자 켄 모리스는 “더 많은 배터리 공급망을 내부로 들여오는 것이 수익 목표를 달성하는 핵심”이라며 “수직 계열화는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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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아이오닉 5'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차 스마트 공장./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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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역시 노스볼트 등 협력사와 함께 유럽에 6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고,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는 파트너사 오토모티브셀스컴퍼니와 8개의 기가 팩토리를 세우기로 했다. 토마스 슈몰 폭스바겐 부품 사업부 CEO는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공급 업체에만 의존하는 것은 내연 기관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가 스스로 엔진을 만들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현대차(005380)그룹도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생산을 위해 전문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반도체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해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등 변화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반도체는 현대모비스(012330)를 중심으로 통합·집적화를 위해 개발 역량을 내재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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