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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년 초라한 성적표…“김진욱 포함 인적쇄신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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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 견제 증명할 ‘고발사주 의혹’

기초조사 없이 윤석열 입건 논란 자초

인력 60% 투입했지만 수사 빈손

수사경험 없는 지휘부 미숙함이 원인

“전문성 아쉽지만 검찰 견제 역할 확인

제자리 잡으려면 시간 더 필요”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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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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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로 출범 1년을 맞는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국민 기대 속에 첫발을 뗐지만, 성적은 점수를 매기기 어려운 수준이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서 드러난 수사력 부족, 입건·압수수색·영장청구·기소 여부 판단 등 전 과정에서 노출된 기본기 논란, 저인망식 통신자료 조회 같은 인권침해 수사 관행 답습 등 신생 기구의 한계로만 덮어둘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공수처 도입을 찬성했던 이들 사이에서도 ‘존재 이유를 묻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선 검찰권 견제라는 공수처 설립 취지는 여전히 유효한 만큼 처장 교체를 포함한 과감한 조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호 사건부터 삐걱…인지 수사 0건




공수처는 손대는 사건마다 잡음에 휩싸였다. 시작은 수사팀 외형을 갖추기도 전에 불거진 ‘황제 조사’ 논란이다. 지난해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공수처 조사실이 있는 정부과천청사로 불러 조사하면서 처장 관용차를 제공한 것이다. 정식 출입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면담 조사여서 조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최근 경찰은 황제 조사 논란으로 고발된 김진욱 공수처장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그렇더라도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할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공정성 시비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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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호 사건을 두고도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공수처는 지난해 4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택했다. 검찰권 견제라는 공수처 설립 목적을 고려하면, 공수처법상 수사만 가능하고 기소는 할 수 없는 조 교육감 사건을 상징적인 1호 사건으로 택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일었다. 더욱이 이 사건은 감사원이 앞서 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안전한 사건’이었다. 이마저도 공수처 수사 내용은 온전히 남아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공수처 요구대로 조 교육감을 기소하면서도 공수처가 적용한 세 가지 혐의 가운데 두 가지는 무혐의 처분한 뒤 사실상 새로운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는 이제까지 24건(지난해 12월2일 기준)을 입건했다. 이 가운데 인지 사건은 한 건도 없다.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토대로 진영으로 갈라진 시민단체 등이 고발한 사건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이첩한 사건들이다. 검사가 직접 범죄 단서를 확보해 수사하고 기소하는 ‘정상 단계’로 진입하지 못한 것이다. 공수처는 아직 범죄 정보를 자체적으로 수집하는 내부 조직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력 논란, 우려에서 현실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고발 사주 의혹은 검찰권 견제라는 측면에서 공수처 존재 이유를 확실히 증명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제보자가 들고 온 ‘손준성 보냄’ 텔레그램 메시지와 “고발장을 만들어 보내주겠다”는 녹취파일 등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실제 국민의힘(사건 당시 미래통합당)은 김웅 의원을 통해 당 쪽에 전달된 의혹이 이는 고발장과 내용·형식이 판박이인 고발장을 검찰에 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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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지난해 9월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하면서 제1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기초 조사도 없이 덜컥 피의자로 입건부터 했다. 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정교한 수사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에 피의자 입건 사실부터 공표한 것이다. 그런 공수처가 수사 넉달이 지나도록 고발장 작성자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과 두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 수사 개시를 알렸던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은 현장에 나간 검사의 미숙함으로 법원에서 영장 자체를 취소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공수처는 수사 인력 60%가량을 고발 사주 수사에 몰아넣었지만 사실상 성과 없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양홍석 변호사는 “혐의를 다져야 할 단계에서 무리하게 영장 청구에 집중해 스스로 수사 동력을 떨어뜨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인적 쇄신 시급…검찰 견제 긍정적 의견도




지난 1년간 공수처 수사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인적 쇄신을 포함한 공수처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김진욱 처장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단순히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기구에서 나오는 실수 수준을 넘어 근본이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대체로 지휘부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태에선 인적 쇄신밖에 답이 없다. 현재 처장과 차장 모두 수사 경험이 없는 판사 출신이다. (수사 경험이 없으니) 공수처 검사 지휘도 못 하는 상황이다. 여야에서 합의하는 검찰 출신 인사를 앉혀 틀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수사권 조정 논의에 관여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공수처의 성과 부족과 각종 논란은 공수처장과 차장의 조직 관리 능력, 수사 리더십이 충분하지 않아 발생하는 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져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역량 부족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처장, 차장 교체가 필요하다”며 인적 쇄신을 주문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별검사의 경우 이미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 파견검사의 수사를 근거로 주요 판단만 하면 된다. 따라서 판사 출신이 앉아도 큰 문제는 없다. 반면 공수처 지휘부는 문제가 되는지부터 판단해야 하고 수사검사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 기소 단계까지 끌고 가야 한다. 검찰 출신을 무조건 거부하기보다는 제대로 검증된 인사의 경우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애초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 해결을 위해 제안했다 스스로 무력화한 ‘공수처장 야당 거부권’을 되살린 뒤 여야 협의로 처장을 새로 추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임기(3년)가 있어 현 김진욱 처장이 스스로 물러나기 전까지는 교체가 불가능하다. 여권에선 공수처장 교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처장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여야 협의를 통한 새 처장 추천에는 미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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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021년 1월21일 오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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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논란에도 공수처가 설립 취지대로 나름의 검찰 견제 역할을 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을 지낸 조영관 변호사는 “공수처가 기존 검찰 수사 관행을 답습하는 것은 문제지만,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고발 사주 의혹같이 검사 비위 행위 수사를 검찰이 맡아 수사했다면 공수처 수사보다 미진하게 이뤄졌을 수 있다. 독립적 기구로서 공수처의 필요성 자체는 있다”고 짚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전문성 부족이 아쉽긴 하지만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공수처의 지난 1년은 성과가 있다”고 했다. 검찰 고위 간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도 자리 잡으려면 몇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도 제자리를 잡고 수사 노하우가 쌓이려면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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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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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력이 관건…검증된 전문수사 인력 영입 늘려야


출범 1년도 안 돼 각종 논란에 휩싸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성 못지않게 전문 수사 인력 확보를 통해 수사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공수처 최대 약점은 검사들의 수사 실무 경험 부족이다. 공수처 인력 구성을 보면, 검사 23명 가운데 검찰 출신은 5명(21.7%)에 불과하다. 공수처가 주로 다뤄야 할 사건은 권력형 비리나 부패 범죄다. 수사와 법리에 밝은 검사·판사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상당한 수사 능력이 필요한 일들이지만, 수사를 주도하는 검사 가운데 실무 경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간부는 “현재 공수처 상황은 수사 경험이 없는 초임 검사에게 검찰 특수부 수사를 맡겨둔 것과 같다. 양질의 수사 인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수사엔 고도의 판단이 필요한데 지금 공수처에는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많지 않아 보인다. 황제 조사, 1호 사건 논란 등도 그런 판단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짚었다. 그는 “공수처 검사 신분도 사실상 계약직이어서 검찰의 우수한 자원들이 안정된 위치를 버리고 공수처로 가려고 하지 않는다. 특별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를 불러들일 유인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검사들은 연임이 가능하다지만 임기 3년의 기간제다. 자신의 성취를 이뤄낼 수 있는 정도의 기간이 돼야 유능한 사람이 모일 수 있다.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직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공수처 정원은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으로 광주지검 순천지청 규모다. 현재 국회에는 수사관 정원을 50명으로 증원하거나 검찰 파견 수사관은 정원에 포함하지 않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수사 공정성과 내부 통제를 위해 마련된 위원회부터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수처에는 자문위원회, 수사심의위원회 등이 있지만 제대로 작동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 위원회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권한을 강화해야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공수처 발전 방안과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꾸려진 자문위는 공수처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별다른 구실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말 이진성 전 헌법재판소장이 초대 자문위원장에서 사퇴한 뒤 후임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수사 적절성을 평가하는 수사심의위원회는 공수처 출범 이후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인권수사 천명했던 공수처…기존 수사관행 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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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해 12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수처의 야당 대선 후보 및 국회의원 등의 통신기록 조회 논란에 대한 현안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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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권친화적 수사기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누리집 첫 화면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란 뜻이다. 공수처는 출범 때부터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수사’를 강조해왔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처음으로 꺼낸 말이 인권친화적 수사였다. 그는 당시 문 대통령 앞에서 “선진 수사기구, 인권친화적 수사기구가 되는 데 초석을 놓아 공수처가 국민 신뢰를 받는다면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도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년을 돌아봤을 때, 공수처 수사가 인권친화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공수처 수사를 둘러싼 논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광범위한 통신자료(가입자정보) 수집이다. 공수처가 언론인을 비롯해 야권 정치인, 시민단체 인사, 일반인 등의 통신자료를 이동통신사를 통해 무분별하게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찰 논란을 자초했다. 공수처가 “과거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했다”며 사과했지만, 공수처 설립을 주도한 청와대에서도 “저희가 봐도 이러려고 (공수처를 만들려) 했던가”(박수현 국민소통수석)라며 수사 방식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공수처의 무리한 인신구속 시도도 비판 받는다. 공수처는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잇따라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모두 기각당했다. 한 중견 변호사는 “체포영장이 기각된 뒤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었는데도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청구한 것은 문제다.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한 사람에 대해 40일 동안 세 차례나 영장을 청구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공수처는 수사도 부실했고 인권친화적이지 못했다”고 짚었다.

피의자 쪽에 의견 진술 기회를 주지 않는 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 운영 방식 또한 인권친화적 수사를 위해 보완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전광준 강재구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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