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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뉴스AS] 윤석열 “마스크 쓰는 실내, 방역패스 폐지”는 과학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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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물 환기설비 미비하고

오미크론 강한 전파력 고려 없어

미접종자 보호 대책도 안 보여

현재 방역에 도움될 지도 의문


한겨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시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기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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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마스크를 쓰는 실내에서는 방역패스를 폐지하고,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실내에는 환기 기준 충족에 따라 거리두기를 완화하자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방역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의 공약이 과학적이지 않고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실내 마스크 착용시, 방역패스 폐지 안전?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방역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지 않을 경우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마스크를 계속 쓰는 실내에서는 방역패스를 전면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폐지 대상 시설로는 독서실, 박물관, 영화관, 공연장, PC방, 학원, 종교시설 등을 꼽았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교실)는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마스크를 쓰는 실내 시설에 대해선 방역패스를 100% 풀어준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현재는 백신을 맞은 사람도 감염되고 전파할 수 있지만, 미접종자들은 (위중증으로 발전해) 의료체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좀 낮춰보자는 목표로 방역패스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특히 전파력이 강하고 바이러스 배출량도 많기 때문에 방역패스 전면 폐지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도 “원칙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 있고, 공간이 좀 넓은 곳들에서는 방역패스 이득이 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 상황에서 방역패스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지켜본 뒤 폐지 결정이 내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청정기로 바이러스 90% 줄이면 마스크 없어도 안전?


윤 후보는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기 어려운 실내의 경우 환기 기준을 충족하는 업소를 대상으로 거리두기 완화를 제안한다”며 “식당, 카페, 유흥시설 등이 환기시설 구축 요건을 갖춘 경우 현행 4㎡당 1인의 시설 입장 기준을 2인으로 완화하고, 영업시간 2시간 연장을 허용하자”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는 현재 진행중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배상환 연구원 ‘집단사례별 위험도평가 및 공기역학적 특성 분석’)의 연구가 인용됐다. 윤 후보는 “질병청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분 내외의 자연 환기나 지속적인 환기설비 가동으로 공기 전파 감염 위험은 3분의 1 감소하며, 헤파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가동할 경우, 20분 정도 경과 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90% 저감된다”며 구체적인 우수 환기업소 요건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백 교수는 이와 관련 “건물을 지을 때 살균 관련한 공조 설비(공기 중 온도, 습도, 유해 기체 농도 등을 조절하는 설비)가 중요하다는 점은 맞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지만 지금은 그런 공조 설비가 되어 있는 건물이라는 게 없다. 거의 제로(0)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내 환경에서 아무리 환기를 잘 해도 (바이러스를) 줄일 수 있는 있는 정도이지, 오미크론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윤 후보가 근거로 제시한 질병청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설사 이상적 환기 조건으로 90%를 막는다고 해도, 10%는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며 “비행기는 공기 순환 구조상 바이러스가 멸균이 돼야 하지만, 비행기 내부에서도 접촉 감염 등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공조 시설을 이용한 환기만으로 감염을 원천 차단할 수 없고, (사회적)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방역패스 등 다양한 방역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오미크론은 훨씬 더 전파력이 강력한 바이러스 변이인데, 유럽이나 미국이 우리보다 (건물) 환기 기술이 떨어져서 대유행 양상을 보인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윤 후보의) 말은 달콤하게 들리지만, 실제 근거가 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윤 후보가 근거로 제시한 질병청 연구 결과에 대해 “이건 실험실에서의 결과이고 하나의 리포트일뿐”이라며 “리얼 월드(실제 현실) 데이터로 충분히 더 검증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시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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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접종자 피해 등 대안 없어”


윤 후보의 공약이 현실적인 대안이 없고 비과학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엄 교수는 “방역패스를 없앨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미접종자들의 피해는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과학적 근거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없다”고 짚었다. 엄 교수는 “계속 변이가 생기면서 백신이 점점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이 상황에서 전파 가능한 시간이나 공간을 줄이지 않으면 대량 환자 발생은 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들과 방역 당국 간의 소통”이라며 “국민들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으면 정책으로 갈 수 있는건데, 납득이 잘 안되는 비과학적인 내용을 정책으로 만들게 되면 국민이 반발하게 되고 통제에 대한 수용성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방역 당국의 정책을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으나, 그가 제시한 대안 또한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공약 내용이) 어느 정도는 검토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그리고 현재의 방역 상황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한 판단은 또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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