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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방로]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상 갈등 해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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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인슈포럼 대표, 경제학박사, 前 국회입법조사관

이투데이

39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은 이미 제2의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보험사는 적자를 이유로 매년 보험료를 인상하려 하고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의 인상률은 평균 14.2% 수준으로 정해졌고, 보험료 인상 안내장이 가입자에게 발송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상 갈등의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최초 실손의료보험 상품이 출시되었을 당시 필자는 두 눈을 의심하였는데, 모든 질병에 대하여 수천만 원의 범위 안에서 조건 없는 보장을 해주는 획기적인 보험상품이라서 과연 보험사가 이 상품의 내용을 보험 만기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그 후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표준화가 이루어지고 현재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과 퇴행을 거듭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급여 부분의 본인부담금 및 비급여의료비를 보장한다는 장점을 내세운 실손의료보험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에 따라 보험 가입자의 병·의원 방문은 의료쇼핑으로 변질되었고, 보험사들은 실손의료보험 시장을 선점하려고 경쟁적으로 판매를 독려하였으며, 병·의원 및 의사들은 환자의 실손의료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내용의 의료행위를 추가하기 시작하였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의 고의나 과실에 따라서 발생하는 자동차 사고와 다르게 개인에게 발생하는 질병은 인간의 통제범위 밖의 신의 영역이다. 즉, 일부 가족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암이 생길지 뇌혈관질환이나 심혈관질환 등이 발생할지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제는 실손의료보험에 대하여 자동차보험 사고의 고의나 과실 여부에서나 물을 수 있는 할인할증률 등의 페널티를 주면서까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의 의료행위를 제한하고 자기부담금(율)을 높이는 개선방안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실손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 급여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부분을 담당하고자 출시되었던 최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현재의 실손의료보험 상품과 내용은 많이 퇴색되었고, 매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는 보험사의 적자 주장과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묵인 아래 인상을 거듭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매년 또는 3~5년의 주기 및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 인상이 거듭되는 상품이 되었으며, 향후 보험 가입자가 100세가 되는 시점까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애물단지 상품이 되었다. 보험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보험 전문가인 보험사가 이렇게 정확한 수요나 통계적 예측이 불가능하거나 예측이 벗어날 수 있는 보험상품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판매한 후, 주기적으로 악화된 손해율에 따른 보험료 인상을 가입자에게 전가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실손의료보험 상품에 가입한 가입자의 잘못인가? 아니면 그러한 통계적 예측을 하지 못하고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보험사의 잘못인가? 혹은 이를 면밀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상품 판매를 허가한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인가? 일반적인 의료행위의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의료행위를 추가하는 일부 병·의원의 책임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손의료보험 판매 후 우리나라 의료시장의 총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나 지속 가능하고 건전한 발전을 이룬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건강보험의 보장 한계가 여전하고 별도로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면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더 납입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을 확대하거나, 10%의 보험료만 국민이 부담하고 국가가 국민의 진료비를 전액 부담하자는 심상정케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매년 인상될 것이 분명하고 지속적으로 인상된 보험료는 향후 개인이 감당하기 버거운 부담으로 작용하므로, 차제에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상분 일부를 국민건강보험으로 추가 납입하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만이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현재 많은 보험사는 손해만 크고 이익이 나지 않는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원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소비자와 보험사, 금융당국과 보건복지부 등 보건당국이 머리를 모아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김창호 인슈포럼 대표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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