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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뭐가 문제인지 지적해야"... '김건희 통화' 방송 여론향배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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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언급 안 하는 게 좋아" 침묵
홍준표 "틀튜버 공격 짐작할 만해"
한국일보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내용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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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16일 공개된 윤석열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와 관련,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MBC 보도가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권언유착"이라고 총공세를 폈지만, 막상 보도를 본 뒤에는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명확하게 지적하라"고 했다. 윤 후보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대응을 피했다.

'초비상' 국민의힘, "권언유착"으로 수비


당과 선거대책본부는 14일 법원이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에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린 뒤부터 내내 비상이었다. MBC가 ‘서울의소리’에서 받은 통화 내용 중 어떤 내용을 보도하는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지만 녹록지 않았던 탓이다. 당과 선대본은 15일 MBC에 '방송 개요'에 대해 요청했으나 방송사 측은 김씨가 반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수 선대본 수석대변인은 "갖은 핑계로 반론을 방송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언론의 기본 사명'과 '취재윤리'까지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허사였다.

MBC 보도에 대해선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의 '권언유착' 프레임으로 공세를 폈다. 선대본은 MBC 측 A기자가 지난달 김씨의 통화 음성파일을 미리 입수한 후 윤 후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보도시점을 친여 성향의 유튜버들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순수한 의도라면 MBC는 왜 즉시 보도하지 않고, 대선이 임박한 설 명절 직전 2주로 편성 시기를 골랐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A기자가 2020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을 최초 보도한 점과 당시 사건의 제보자인 지모씨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씨의 통화내용 공개가 임박했다는 글을 올린 점 등을 근거로 "MBC 보도는 제2의 권언유착"이라고 주장했다.

악영향 걱정하다 낮은 발언 수위에 '안도'


국민의힘 안팎에선 김씨의 통화 내용이 윤 후보 지지율에 미칠 영향을 크게 걱정했었다. 게다가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세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에 터진 일이라 당의 우려는 더욱 컸다. 이날 열린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도 "부인으로 문제가 많다. 관리를 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방송 이후에는 안도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문제가 될 만한 부분도 있었지만, 김씨의 발언 수위가 '예상보다' 세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준석 대표는 방송 직후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 되는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지적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방송만 봐선 뭐가 문젠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김씨가 기자와 통화하며 "우리 캠프로 오라"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캠프를 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라고 엄호했다.

선대본은 MBC의 정치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 수석대변인은 방송 후 입장문에서 "(방송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했다. 실질적으로 반론권이 보장됐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도의 공정성 측면에서 이재명 후보의 형수욕설 발언도 같은 수준으로 방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에서 언급된 홍준표 의원은 불쾌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김씨가 기자에게 "홍준표 까는 게 더 슈퍼챗(후원)은 지금 더 많이 나올 거야"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어서다. 홍 의원은 방송 직후 "틀튜브(극우 성향 유튜버를 조롱하는 표현)들이 경선 때 왜 그렇게 집요하게 나를 폄훼하고 물어뜯고 했는지 짐작할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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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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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세 확산 땐 여권 역풍" 기대


당 일각에선 김씨의 통화 보도가 되레 여권에 역풍을 미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김씨가 해당 통화를 '사적 통화'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유권자들에게 피해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소리 측이 MBC에 통화파일을 넘긴 것도 정파성이 뚜렷하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이 먹혀들 경우 윤 후보를 구하기 위한 '보수 결집'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후보들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보도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도 강원 속초를 방문한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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