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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밀레니얼 톡] 조직이라는 퍼즐을 만드는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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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한 번씩 열리는 우리 팀 타운홀에는 인기 고정 코너가 하나 있다. 이 시간이 되면 구글 미트(Google Meet)로 참여하는 팀원들의 채팅창 반응이 가장 뜨겁다. 팀에 새로 합류한 멤버가 입사 후 100일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회고를 공유하는, 일명 ‘해보니’ 발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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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5분, 길게는 15분 동안 전체 팀 앞에서 나의 생각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시간인 만큼 발표를 준비하는 사람은 공을 많이 들인다. 듣는 사람들도, 자신 역시 과거에 이 발표를 했기에 어떤 마음인지 공감하며 큰 박수를 보낸다. 아직 입사한 지 100일이 안 된 사람에게는 동기 부여와 영감을 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 발표가 조직 차원의 리추얼(ritual)로서 의미 있는 이유는, 우리 팀에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이 사람들이 하나의 미션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팀으로 함께 모여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되새김질해 주기 때문이다.

새해 타운홀에도 ‘해보니’ 시간이 있었다. 우리 팀 탤런트 매니저(talent manager)가 발표를 맡았다. 우리 팀에 오기 전 자신의 커리어를 소개하고, 왜 우리 회사에 합류하기로 했는지, 100일 동안 일하면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앞으로 무엇을 더 성취하고 싶은지에 대해 술술 이어지는 스토리텔링 발표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매번 커리어를 선택할 때마다 자신만의 가설 기반으로 움직였다는 이야기였다. 어떤 조직에 입사할 때마다 검증하고 싶은 가설들이 있었고, 그 가설이 맞거나 틀리는지를 확인한 후에 다시 새로운 기회를 선택했다는 것이었는데 마치 복잡한 실험을 정교하게 풀어 나가는 과학자다운 태도 같아서 들으며 감탄했다.

꼭 ‘가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욕망과 목표에 따라 커리어에서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가 조직 문화일 것이다. 조직 문화를 좀 더 풀어보자면, 이 조직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는가? 이들이 모여서 어떤 태도로 일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직 문화는 옳고 그름의 구도보다는, 흥미진진한 퍼즐에 가깝다. 이 조직이 만들고 있는 전체 퍼즐판을 이해해야 하고, 나는 이 안에서 한 조각으로 잘 스며들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긍정적인 판단이 설 때 팀 합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테니.

그렇다면 반대로 기업이 해야 하는 일도 분명해진다. 모두가 일하고 싶은 회사가 되면 너무 좋겠지만, 그것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조차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시작된 ‘대사직(Great Resignation) 시대’ 흐름이 한국에도 곧 닥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점점 더 많은 MZ세대는 조직에 의존하기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자신의 일을 하고 싶어 한다. 1인 창업을 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환경은 점점 더 장벽이 낮아진다. 더욱이 기업의 구인 수요 곡선과 개인의 노동력 공급 곡선 중에서, 적어도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기업의 수요가 개인의 공급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매일 매일이 인재 전쟁이다.

이런 목적 하에 채용 브랜딩 페이지를 만드는 일을 마친 탤런트 매니저가 쓴 글은 이렇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색깔을 명확히 보여주고 그 색깔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확실하게 사랑받는 것. 기업 브랜딩도, 퍼스널 브랜딩도, 채용 브랜딩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자석의 S극이 N극을 강렬하게 끌어들이듯, 더 뾰족한 S극이 되는 새해를 만들 수 있길.

[박소령 퍼블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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