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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진은 말한다] 동생을 업은 소년, 1971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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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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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만 들어가면 언제 또 이 섬에 다시 올까 하는 조바심이 인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 방문이겠거니 생각하고 일단 섬 전체를 한 바퀴 돈 뒤, 이런 곳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경남 통영시 서편에 자리한 사량하도에 도착해서 해안을 돌다가 아기를 등에 업은 소년을 만났다. 고기 잡으러 나간 부모님을 기다린다고 했다. 소년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나는 육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동생들을 지겹도록 업고 다녔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침에 하는 일이 동생들이 밤새 볼일을 본 요강을 치우는 것이었다. 동생들은 밖에 있는 화장실에 가는 것을 무서워했다. 이틀에 한 번은 지게를 지고 우물가에 가서 물을 길어 오기도 했다. 학교에 다녀와서도 동생들을 업고 다니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어디서든지 소년이 동생을 업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 본능적으로 사진을 찍는 버릇이 생겼다.

[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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