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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대학 정원도 못 늘린 반쪽 반도체특별법 다시 통과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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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11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반쪽짜리 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인재 양성과 세제 지원, 주52시간제 탄력 적용 등 핵심 조항이 빠지거나 축소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부족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려달라고 호소했지만 지방이 소외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시설 투자 비용의 세액을 최대 50% 공제하려는 것도 "대기업에 혜택을 주면 뒷말이 나온다"는 주장에 막혀 지원이 대폭 줄었다. 첨단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연구개발 부서의 유연근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정부의 노동 정책과 배치된다며 무시됐다. 그러다 보니 반도체특별법은 '특별하지 않은 특별법'이 되고 말았다.

반도체특별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하며 추진된 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강국을 위해 기업과 일심동체가 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협의 과정에서 대기업 특혜와 지역균형발전, 통상 마찰 등 정치 논리와 부처 간 이견으로 법안은 누더기가 됐다. 이마저도 해를 넘기고서야 겨우 통과됐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다. 미·중 패권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이라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각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에 520억달러를 투입하는 혁신법안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도 반도체 투자금액의 최대 40%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3년간 진행했던 반도체 프로젝트가 실패했지만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중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2024년 17%로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쪽짜리 특별법으로는 안된다. 반도체학과 정원 확충과 파격적 세제 지원 등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반도체특별법을 다시 만들어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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