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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트럼프 새해 첫 집회 “올해는 상원, 2024년엔 백악관 되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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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석 특파원 르포

‘대선 사기’ 음모론 본진 애리조나 찾아

방역, 외교, 경제 분야에서 바이든 난타

“중러 등 미국 무시, 나 때는 감히 생각 못 해”

조선일보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플로렌스에서 정치 집회를 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문구가 적힌 모자를 지지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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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의회)을 되찾을 것이다. 2024년에는 백악관을 되찾을 것이다.”

15일(현지 시각) 저녁 미국 애리조나주(州) 소도시 플로렌스의 야외 집회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 들어 처음 주최한 정치 집회에서 “올해는 우리가 집(권력)을 되찾을 시간”이라고 말하자 지지자 수천 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대선에 두 번 나갔고, 두 번 다 이겼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 대선을 빼앗아갔다”고 하자 더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는 이날도 노 타이에 검은색 코트와 함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라는 구호가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쓰고 등장했다. 그는 “조 바이든이 이 나라에 이렇게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며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에 최악이다. 물건 가격이 50%나 올랐고, 백화점, 식료품점의 진열대에서 상품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있다. (내가 현직이었을 때) 우리는 푸틴과 우크라이나 사안을 두고 문제를 빚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대만 문제를 두고 충돌할 일도 없었다”며 “북한 김정은은 다시 미사일을 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이는 (미국에 대한) 존경심 부족”이라며 “과거 같았으면 감히 하지 못할 행동들을 1년 만에 (미국을 상대로) 벌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작년 1월 6일 ‘미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 바이든 정부가 자신을 압박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하는 미 하원 조사위는 트럼프가 ‘1·6사태’를 유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트럼프 통화 내역 등이 담긴 백악관 자료 열람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조사위는) 대선 사기는 조사하지 않는가”라며 “이 조사 없이는 다시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경험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1·6사태는) 부정, 가짜 선거에 대한 항의였다”고 했다.

미 전역이 오미크론 변이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이날 집회에서 마스크를 쓴 지지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상당수 공화당원이 바이든의 ‘백신 의무화’ 주장을 비판하며 마스크 쓰기 캠페인에 저항하고 있다. 일부 지지자는 마스크를 쓴 기자를 가리키며 ‘왜 마스크 쓰고 있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날 집회 시작 전 트럼프의 ‘친위대’들이 무대에 나와 쏟아낸 발언들은 노골적이었다. 트럼프가 작년 11월 애리조나주 주지사 후보로 공개 지지한 애리조나주 지역 방송 앵커 출신인 캐리 레이크는 “내가 주지사가 되면 우리 국경으로 쏟아지듯 달려오는 사람들은 체포되고 다시 국경 밖으로 쫓겨날 것”이라고 했다. 선거 분석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트럼프는) 자신의 공개 지지 권한을 이용해 공화당을 계속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편하고, 2024년 대선 선거판도 이끌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를 새해 첫 집회 장소로 선택한 것은 자신의 ‘대선 사기’ 음모론의 상당 부분이 이 지역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세가 강한 곳이다. 하지만 그는 2020년 11월 대선 당시 애리조나주에서 1만500표 차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했다. 특히 애리조나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매리코파 카운티에서 바이든이 약 4만5000표 차로 승리했다. 애리조나에서 공화당 후보가 패배한 것은 24년 만이었다.

애리조나 입법부를 장악한 공화당 상원은 작년 4월 매리코파 카운티 투표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감사 실시안을 의결했다. 당시 감사를 진행한 신생 보안업체 ‘사이버 닌자스’는 “(유권자) 2만3000명이 이사한 이후 (전 주소로) 우편투표를 하는 등 비정상적 형태가 발견됐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를 근거로 ‘대선 불복’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이버 닌자스의 감사를 조사한 매리코파 카운티 선관위는 3개월 뒤에 발표한 93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사이버 닌자스가 표를 잘못 계산했거나, 관련 선거법을 오해했다며 대선 개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대선 패배 후에도 지속적으로 ‘대선 부정’을 주장해왔다.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집회에 대해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중간선거 준비에 나섰다. 공화당 출마자들에게 ‘트럼프’라는 각인을 깊게 새기려고 한다”며 그가 이날 집회를 계기로 미 전역을 다니며 정치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폴리티코도 “트럼프가 중간 선거 준비를 ‘킥오프’했다”고 전했다.

[/플로렌스(미 애리조나주)=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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