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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김건희 “캠프로 와…내가 시키는 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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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통화’ 녹취 <한겨레> 입수

50여차례 통화한 기자에게

“캠프로 데려왔으면 좋겠다

국정원처럼 몰래 알아보고…”

국민의힘엔 “아마추어” 불만

인사 등에 적극 개입 모양새


한겨레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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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씨가 남편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쪽의 인사나 캠프 전략 등에 적극 개입하는 듯한 다수의 발언이 통화 내용으로 확인됐다. 집권을 가정한 상태의 비판 언론에 대한 응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씨는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이아무개 기자와 지난해 12월까지 반년 동안 52차례 통화했고, 지난 14일 법원은 해당 통화 내용을 토대로 한 보도가 부분 가능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한겨레>가 16일 입수한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취에 따르면, 김건희씨는 국민의힘을 “아마추어”라고 비판하면서 해당 기자에게 직접 “캠프로 데려왔으면 좋겠다” “(캠프에서) 내가 시키는 거 해야지” 등의 발언을 지난해 7~9월 거듭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이 기자에게 “캠프가 엉망이에요. 그래서 다시 재정비를 해야 해” “캠프 사람들이 아직은 아마추어고 예의도 없다”(2021년 7월21일)며 초기엔 “캠프의 정리”나 “캠프의 조직화”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캠프를) 움직이는 사람들 있을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우리 (친)오빠라든가 몇명 있어요. 여기서 지시하면 다 캠프를 조직하니까. (이들 상대로) 시스템화, 조직화 이런 강의를 좀 해달라”는 게 그의 구체적인 제안이기도 했다. 이윽고 “옛날에 국정원처럼 몰래 해서 알아오고 그런 것”으로 “정보업”을 맡아달라거나, 더 구체적으로 “선거전략본부장으로 와달라”는 제안(2021년 9월19일 통화)까지 하기에 이른다. 김씨가 20여차례 이런 일자리를 제안하면서 “잘하면 1억원도 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 기자는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에서 30분 특강한 뒤 105만원을 받기도 했다고 <문화방송> 시사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보도했다.

김건희씨 말의 무게를 정확히 가늠하긴 어렵다. 다만 지난해 9월은 실제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후보와 양강구도의 당내 경선을 치르는 중에 캠프 핵심이었던 장제원 의원이 아들 무면허 음주운전 및 경찰 폭행 사건으로 사퇴하고, 20일 권성동 의원을 종합지원본부장에 새로 임명하는 등 캠프 내 주요 인선의 변화들이 이뤄지던 때였다. 정책조정본부장, 전국시도정책위원장, 수도권 선거대책본부장 등도 인선됐다. 김건희씨가 캠프에서 공식적으로 맡은 역할은 당시는 물론이거니와 현재도 없다.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로, 다각적 측면에서 인사나 일정, 전략 등에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김건희씨의 통화 내용은 김씨의 오빠도 사실상의 비선으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내비친다.

이렇게 자신의 위치를 적극 드러내는 데엔 국민의힘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민의힘을) 부득이 선택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던 윤석열 후보의 인식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국민의힘이 좋은 당도 아니고, 너무 아마추어”라며 “바보같이. (검찰)총장이란 상품은 좋은데, 너무 안 따라준다”며 책망한다. “1등이고 나발이고 빨리 캠프 다시 리뉴얼하자. 지금 그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마추어 정도가 아니고 캠프가 다 망치고 있는 꼴”(모두 7월21일)이라고도 말한다.

대선 경선 후보 상대였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해 9월3일 김씨는 “(고발 사주를) 우리 남편(이) 한 적이 없는데 유승민 쪽하고 홍준표 쪽하고 정치공작 하는 거”라고 말했다.

김건희씨가 수권을 가정해 드러내는 인식엔 민주주의 체제를 거스르는 것들이 적지 않다. 윤 후보와 김씨를 비판해온 온라인 매체 등에 대한 언론관이 대표적으로, 사실상의 겁박으로까지 해석되는 대목들이 확인된다. 해당 통화 내용에 대해 법원은 ‘언론사 등에 불만을 표시한 발언’으로 구분해 보도하지 말라고 인용한 바 있다. 이밖에도 “만만하지 않아요. 저희를 보호하는 세력이 생겼잖아요. 어쨌든 현재 지지율이 1등이잖아요. 1등.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납니다”(7월21일)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씨는 윤 후보가 대선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 “끌려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13일 통화에서 김씨는 “우린 후회할 틈이 없이 끌려 나왔다”며 “총장 때부터 지지율이 30% 나오고 했으니까 안 나올 순 없었다”고 말한다. 다만 김씨는 “대선은 시대정신으로 가는 것”이라며 “언론 하나가 비리 캐낸다고, 예를 들어서 최○○(김씨 모친) 비리 캐내고 이런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대선이 지지율만 갖곤 될 수 없다는 인식도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한겨레>에 “윤 후보 정치 행보에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거 캠프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캠프 자리를 알아봐주겠다는 말은 이 기자가 월급이 너무 적어 형편이 어렵다고 하소연해 선거캠프에도 촬영스텝이 필요하니 자리가 있으면 알아봐 주겠다는 취지로 좋은 말을 건넨 것”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 보도와 관련해서 이양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반론권을 보장하겠다며 문자와 전화를 걸어 통화를 유도한 것, 또 방송 내용을 알려주지 않은 것 등으로 볼 때 실질적으로 반론권이 보장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는 김씨의 반론을 얻기 위해 전화 통화 등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완 장나래 장필수 기자 funnybone@hani.co.kr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내용’의 보도 가치에 대해 지난 14일 법원은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 내지 정치적 견해는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판단(김씨가 <문화방송>을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일부 인용)했습니다. 이에 <한겨레>는 해당 녹취를 입수했으나, 법원의 판단을 1차 보도 기준으로 삼아 제한적으로 전하되, 사적 대화 등도 배제하며 유권자의 알 권리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는 발언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김완 장나래 장필수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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