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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붕괴 첫 사망자 딸 “지난주가 아빠 생신, 아직 선물 못 드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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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광주광역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엿새째에 접어든 16일 오후 119구급대원들이 구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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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화정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진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다치고 공사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그러다 지난 14일 지하 1층에서 실종자 중 한 명인 김모(66)씨가 사망한 상태로 수습됐다. 김씨의 빈소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씨의 아들 김모(36)씨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사고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숨진 그의 아버지가 지난 30년 간 공사 현장 등을 다니며 창문 틀에 유리를 고정하는 일을 해온 베테랑이라고 했다. 김씨는 “아버지 직업이 건물 외벽에서 밧줄을 타고 작업을 해야 하는 등 위험한 부분이 있지만 평생 이 일을 해오셨다”며 “이렇게 쉽게 돌아가실 분이 아닌데 알고 보니 안전에 주의를 못하신 게 아니라 부실 공사로 인한 사고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아버지가 사망한 날짜를 서류를 통해 처음 접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버지의 사망 일이 1월 14일로 돼 있었는데 이마저도 추정 날짜라는 게 너무나 허무하다”고 했다. 말하는 도중 눈가에 눈물이 맺힌 그는 울먹이며 “내 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셨는지, 그 건물 아래 얼마나 묻혀 계셨는지 알 길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숨진 김씨의 딸인 김모(30)씨는 지난 11일 오후 7시쯤 오빠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통해 아버지의 실종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김씨는 “TV에 나오는 사고의 실종자 가족이 내가 될 줄 몰랐다. 아버지 장례식장에 와 있는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아버지를 ‘친구 같은 아버지’로 기억하고 있었다. 숨진 김씨는 직업 특성상 지방에 있는 공사 현장으로 출장을 가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일이 많은 달에는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 볼 정도로 바빴지만 같이 있을 때면 수시로 장난을 치고, 대화가 끊기지 않을 만큼 친근한 아버지였다고 한다.

딸 김씨는 “어릴 때 아버지는 자기가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같이 놀아줬다”며 “운전을 하며 나들이를 갈 때나 TV 볼 때 보이는 건물들을 가리키며 ‘저 건물에 있는 유리, 내가 달았다’고 종종 자랑하곤 했다”고 말했다. 딸 김씨와 아버지의 마지막 통화는 2주 전쯤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주가 아버지 생신이었다. 아버지 생신에는 늘 같이 쇼핑을 하면서 아버지께 신발, 옷 등 선물을 사줬다”며 “올해도 같이 쇼핑하기로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못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 사고 현장에는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 5명을 찾기 위한 수색이 엿새째 진행 중이다. 당국에 따르면 붕괴가 멈춘 23층에 건물 상부에서 쏟아진 콘크리트가 쌓여 있고, 추가 붕괴 우려가 있어 구조대 투입이 쉽지 않는 등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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