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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CEO] 전철 생산 넘어 수소버스·열차까지 도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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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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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상공부(商工部·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동차 국산화를 위한 부품 국산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는 경제 발전에 따른 물류·인구 이동 확대, 철도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으로 철도 수요가 크게 늘어나던 시기였다. 하지만 열차 제작에 필요한 부품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해왔다.

김영창 우진산전 회장은 상공부가 계획한 1단계 국산화 부품인 '속도조절용 저항기' 국산화에 나서면서 철도산업에 뛰어들었다. 이는 모터의 회전수를 조절해주는 부품으로 열차가 움직이고 멈추는 데 있어서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당시 속도조절용 저항기 개발에는 김 회장을 포함해 직원 6명이 뛰어들었다. 우진산전의 시작이었다.

정부의 철도 부품 국산화와 함께 설립된 우진산전이 설립 50주년을 3년 앞둔 지난해 말 '명문장수기업'에 선정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장기간 건실한 기업 운영으로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고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수여하는 명문장수기업은 경쟁률만 10대1이 넘는다. 그만큼 중소·중견기업에 명문장수기업 선정은 큰 명예로 꼽힌다.

우진산전 직원은 설립 당시 6명에서 현재 7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수십만 원에 불과했던 매출도 지난해 3700억원으로 확대됐다. 김 회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서울사무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당시만 해도 관료들이 계획하고 추진하면 모두가 합심해 무엇이든 해내는 시대였다"며 "철도 부품이라는 한 우물을 파고 우진산전을 성장시켜 왔다"고 말했다.

반세기 가까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에 대해 김 회장은 "1970년대는 헝그리 정신이 충만했던 시기였다"며 "오로지 철도 분야에서 우리만의 영역을 개척하자는 일념으로 성심껏 임했기에 성장도 하고 큰 상도 받게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우진산전은 그사이 철도 부품 기업에서 철도 차량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그는 "핵심 부품을 납품하면서 전동차를 직접 생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열차 생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회장은 전동차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모두 국산화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진산전이 만드는 전동차의 전장 계통은 100% 우리 기술"이라며 "우리를 뒤좇는 기업에 신경 쓰기보다는 우리가 좇아야 할 곳을 바라보며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우진산전은 전동차 생산을 시작한 지 2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경전철과 중전철 등을 모두 생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용하는 지하철이 대부분 중전철에 속한다. 경량전철의 줄임말인 경전철은 중전철보다 작은 크기의 열차를 뜻한다.

우진산전이 2019년 이후 수주를 따낸 전동차 수는 1200칸이 넘는다. 수주 물량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지난해 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전동차 생산량을 월 16칸에서 31칸으로 확대했다.

우진산전이 빠르게 국내 수주를 늘려 나가자 일각에서는 '저가 수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낮은 가격으로 수주를 하면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여력이 사라지면서 경쟁력이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 회장은 "지금까지 상당히 보수적으로 경영하면서 성장해왔다"며 "이윤을 남기지 못할 정도의 저가 수주는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무리한 저가 수주를 했다면 중견기업으로서 경쟁이 치열한 철도 업계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2019~2021년이 국내 전동차 발주량이 크게 늘어났던 시기인 만큼 여기에 맞춰서 수주물량이 확대됐다고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 철도는 한 번 만들면 25~30년 정도 사용한다. 1980년대에 도입된 전동차 교체 시기가 이 시기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지방자치단체의 발주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철도 기업으로서 이처럼 늘어난 수주물량을 놓칠 수는 없었다.

늘어난 발주물량에 우진산전은 2019년 서울지하철 5·7호선 336칸, 2020년 코레일 1호선 신조전동차 410칸과 일산선 80칸, 부산 1호선 200칸 등을 잇달아 수주했다. 그는 "그동안 축적된 기술이 있었기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며 "향후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위례신도시 트램 수주를 계기로 향후 국내외 트램 시장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중견기업으로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강점으로 '기동력'을 꼽았다. 해외 시장 수주 역시 대규모 물량보다는 경쟁 대기업들이 노리지 않는 소규모 열차 수주로 물꼬를 트고 있다. 그는 "미국과 아시아에서 공항 셔틀 차량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많은데 단위 물량이 적다 보니 대기업들이 나서기를 주저한다"며 "이러한 틈새 시장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설립 50주년을 앞둔 우진산전은 전동차와 함께 전기버스와 스마트에너지를 3대 축으로 정하고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17년 시작한 전기버스는 2년 만인 2019년 서울, 대구, 전남, 부산 등에서 잇달아 수주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버스와 수소전동차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수소연료전지가 탑재된 수소전동차는 개발을 마치고 오송에서 시운전을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은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파왔던 경험이 모빌리티 전반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탄소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수단을 적극 개발하고 상용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김 회장은…

△1941년 평안북도 의주 출생 △1960년 용산고 졸업 △1964년 연세대 전기공학과 졸업 △1974년 우진오무사 설립 △1994년 우진산전(상호 변경) 대표 △2009년 은탑산업훈장 △2014년 무역의날 대통령 표창

[원호섭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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