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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亞투어 맞춤 퍼터로…김주형 결국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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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6일 끝난 아시안투어 싱가포르 인터내셔널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김주형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김주형은 아시안투어 통산 2승에 이어 올 시즌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사진 제공 = 아시안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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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없이는 우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윙부터 퍼터까지 다 바꿨다. 철저하게 계산된 승부수였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10대 돌풍을 일으켰던 김주형(20·CJ대한통운)은 자신의 '스무 살 첫 대회' 우승을 위해 스윙과 가장 민감한 퍼터까지 바꾸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아시안투어 통산 2승 고지를 밟았고 상금랭킹 1위로도 올라섰다.

16일 싱가포르의 타나 메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싱가포르 인터내셔널 최종일 4라운드. 김주형은 버디 5개를 잡고 보기는 3개를 범해 2언더파 70타를 적어냈다. 합계 4언더파 284타가 된 김주형은 라따논 완나스리짠(태국)과 공동 선두로 72홀 경기를 마친 뒤 18번홀(파5)에서 치른 연장 1차전에서 6m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에 성공했다.

아시안투어 통산 2승째. 2019년 파나소닉 오픈 인디아에서 17세149일의 나이로 아시안투어 역대 두 번째 어린 나이로 챔피언에 올라 주목을 받았던 김주형은 2년2개월 만에 아시안투어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을 맛봤다.

2018년 6월 아시안 디벨롭먼트 투어(ADT)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김주형은 KPGA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아시안투어 2승뿐만 아니라 2020년 코로나19로 아시안투어가 잠시 멈춘 사이 한국으로 무대를 옮긴 김주형은 그해 7월 군산CC오픈에서 코리안투어 프로 최연소 우승 기록(18세21일)을 작성했고 지난해 코리안투어에서 대상과 상금왕, 덕춘상(최저타수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코리안투어에서 10대 선수가 대상과 상금왕, 덕춘상을 받은 건 김주형이 최초다.

'한국 골프왕'에 오른 김주형은 '아시아 골프왕' 자리를 노린다. 우승상금 18만달러를 받은 김주형은 시즌 상금을 39만9428.35달러로 늘리며 아시안투어 상금랭킹 1위로 뛰어올랐다. 2위 웨이드 옴스비(호주·27만153.65달러)와는 12만9274.7달러 차이. 아시안투어는 다음주 열리는 시즌 최종전 SMBC싱가포르오픈만을 남겨뒀다. 최종전에서도 물오른 샷 감각을 이어간다면 김주형은 지난해 KPGA투어 정복에 이어 '아시아 골프왕'에 오를 수 있다. 김주형이 상금왕을 차지한다면 2010년 노승열(31)에 이어 12년 만에 한국 선수가 상금왕에 오르게 된다.

이번 우승은 한마디로 '전략'의 승리였다. "변화 없이는 우승을 할 수 없다"고 각오를 다졌던 김주형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철저하게 자신의 스윙과 단점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다운스윙 과정에서 클럽 헤드가 뒤쪽으로 처지며 미스샷이 나오는 것을 발견해 교정했고, 임팩트 이후 볼의 출발 방향을 정교하게 하기 위해 어드레스와 시각적인 목표 설정을 하는 방법까지 다시 정비했다. 정교한 샷을 위한 준비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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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거리 퍼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이번 대회부터 바꾼 일자형 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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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승을 위해서는 결정적 한 방이 필요했다. 바로 4~6m 중거리 퍼팅 성공률이다. 김주형은 지난해 한국에서 상금왕·대상을 차지할 당시 맬릿형 퍼터를 사용했다. 하지만 자신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승부를 가르는 '중거리 퍼팅'에서는 예전에 썼던 일자형 퍼터의 성공률이 높은 것을 찾아냈고 지난해 11월 일자형 퍼터를 새롭게 맞췄다. 샤프트도 밸런스가 좋다고 느꼈던 '카본 샤프트'로 교체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브라이슨 디섐보, 케빈 나(이상 미국) 등도 사용하는 제품이다.

승부수는 적중했다.

이날 막판 실수에도 김주형이 공동선두로 마칠 수 있던 것이나, 긴장된 연장전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중거리 퍼트'였다. 2타 차 선두를 달리던 17번홀(파4). 김주형의 두 번째 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며 물에 빠졌다. 이후 남은 보기 퍼트는 약 4m. 김주형은 침착하게 볼을 홀에 집어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1타를 잃었지만 더 큰 참사를 막아냈기 때문이다. 우승을 확정한 연장 1차전에서도 중거리 퍼트가 김주형을 살렸다. 김주형은 약 6m, 완나스리짠은 약 3m 버디 퍼트를 남겨놓은 상태. 김주형은 무조건 성공시켜야 하는 긴장된 상황이었다. 신중하게 그린 경사를 살핀 김주형은 자신 있게 퍼트를 했고 홀보다 오른쪽으로 출발한 공은 경사를 타고 홀로 빨려 들어갔다. 다시 한 번 오른손을 불끈 쥔 김주형은 포효했고 기세에 눌린 완나스리짠은 짧은 버디를 놓친 뒤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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