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위기의 현산...사고 반복에 정몽규 퇴진 가능성도 거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몽규 회장, 침묵 깨고 17일 입장 발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거취 표명 전망
재계 "회장 결단 말고는 수습 방안 없어"
한국일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동구 학동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 대시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의 신뢰도가 추락한 가운데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7일 자신의 거취를 발표한다. 정 회장이 침묵을 깨고 공식 입장을 내놓는 것은 지난 11일 사고 발생 후 6일 만이다.

사고 발생 이튿날인 12일에 광주로 달려가 사고 수습에 주력한 정 회장은 사고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자, 대국민 사과문 발표 형식을 통해 거취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은 17일 오전 10시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 대회의실에서 정 회장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정 회장은 광주 현장에서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 등과 사고 수습 방안, 향후 대책을 논의하다가 15일 서울 자택으로 올라와 거취 문제를 두고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정 회장이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 사고 당시 정 회장이 “전사적으로 직접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과 7개월 만에 사고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16일 경기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 현대산업개발 반대 내용을 담은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그룹 경영에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산업개발에 시공계약 해지를 검토하겠다고 통보했고, 서울 강남구 개포1단지 주공아파트 재건축 일부 조합원들은 ‘아이파크’ 브랜드를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는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게 맡길 순 없다’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회장의 결단 없이는 사태 수습과 대국민 신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 회장도 사태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여 HDC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미 현대산업개발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그룹 회장으로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등 사실상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다만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직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물러나면 현대산업개발을 맡은 지 23년 만의 불명예 퇴진이다. 1962년생인 정 회장은 30대 나이 때인 199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차 경영권을 넘기면서 정 회장은 부친인 고 정세영 현대차 명예회장과 함께 1999년 3월 현대산업개발을 물려받았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회장 부임 이후 건설 외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2019년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하며 그룹 규모를 키우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결국 인수를 포기하게 됐다.

정 회장의 관심이 다른 곳에 쏠린 사이 현대산업개발은 건설 시장에서 힘을 잃었다. 2004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4위까지 올랐던 현대산업개발은 2014년 13위로 처진 이후 9~10위로 ‘톱10’에 힘겹게 턱걸이를 하고 있다. 더구나 있을 수 없는 대형 건설 사고를 두 번이나 내면서 창사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