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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새 주인 찾기 실패’ 대우조선해양…장기 표류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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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을 지난 13일 불허했다. 사진은 14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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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가 또 험로에 빠졌다. 지난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이후부터 따지면 20년 넘게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16일 정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대우조선의 ‘민간 주인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3일 유럽연합(EU)의 현대중공업·대우조선 기업결합 불허 직후 유감을 표명한 뒤 “대우조선의 근본적인 정상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대우조선 인수에 선뜻 나설 기업이 별로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과거 대우조선 매각 입찰에 나섰거나 사업 연관성이 크다는 이유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이 포스코·한화·효성·SM상선 등이다. 그러나 네 기업은 이날 대우조선 인수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우조선 매각 장기 표류 가능성



포스코와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 매각 입찰에 나선 경험이 있다 보니 가장 먼저 새 주인 후보로 거론됐다. 특히 한화는 당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M&A를 철회한 바 있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회사가 친환경 에너지, 우주항공 분야에 미래성장 동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대우조선) 인수 추진은 예전 일이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수소와 리튬 등 2차전지 소재를 중장기 신사업 투자 전략으로 정한 상황이다. 경영진도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조선업에 더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SM상선도 금시초문이란 반응이다. 효성 관계자는 “작년에 대우조선과 친환경 선박 핵심장비 개발 업무협약을 맺은 것 때문에 (인수 후보로) 거론된 모양”이라며 “인수는 내부적으로 전혀 언급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 매각이 장기 표류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온다. 정부가 현대중공업·대우조선 M&A를 밀어붙인 데는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 체제를 빅2로 재편하려는 목적이 컸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2010년대 초중반 조선업 불황일 때 헐값 수주 경쟁에 나서면서 국내 빅3가 수조원대의 적자를 낼 만큼 부침이 심했다”며 “빅3 체제로는 힘들 걸 알면서 뛰어들 기업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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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매각 일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우조선의 재무구조가 나빠진 것도 M&A에 악재 요인이다. 코로나19 와중에 물동량이 늘면서 지난해부터 선박 발주가 늘며 조선업이 호황을 맞고 있지만, 작년과 올해 실적이 반영되는 건 내년 이후부터다. 대우조선은 작년 1~3분기 영업적자가 1조2393억원, 부채비율은 297%에 달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은) 향후 재무구조 악화로 적극적인 투자 활동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굴곡의 20년…이동걸 ‘플랜B’에 관심



대우조선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가며 굴곡진 과거도 새삼 조명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1999년 대우그룹 12개 계열사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대우조선의 전신인 대우중공업도 그 중 하나였다. 이어 2000년 산은의 출자 전환을 통해 산은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금도 산은이 대우조선 지분 55.7%를 보유하고 있다.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며 기업가치도 올라갔다. 2008년 한화에 매각될 뻔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무산됐다.

이후로는 중국 조선업 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2010년대 들어선 조선업 불황, 내부 분식회계 등이 불거지며 경쟁력을 잃어갔다. 2016년 2분기엔 부채가 자산을 넘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한때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 과정에서 산은 등으로부터 7조1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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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3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본계약 체결식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권오갑 당시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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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2019년 2월 현대중공업에 매각을 결정한 후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대우조선 매각을) 마지막 미션(임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말엔 “인수가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플랜B·C·D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3년을 끌었지만 결국 인수가 좌절된 상황에서 이 회장이 어떤 묘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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