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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갈림길 선 조선3사 '각자도생'이냐 '협력'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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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현대重-대우조선 기업결합 불허

먹고 살 걱정 던 국내 조선사 영향 제한적

관건은 미래 친환경·스마트 선박 시대 대응

"조선사 간 협력 필요"…정부 역할도 주목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을 반대하면서 국내 조선업계 재편이 중단됐다. 친환경·스마트 선박으로 조선업계 패러다임이 바뀌는 지금, 경쟁보다 협력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지난 14일 한국·일본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우조선해양(042660)과의 기업결합에 대한 신고 철회를 통보했다.

이는 지난 13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양사 간 기업결합 심사를 최종 불허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이 물 건너가면서 조선업계 ‘대형(빅) 3’에서 ‘빅 2’로의 개편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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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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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국내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말 한국 조선업계 수주잔고는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난 293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대형 조선 3사 모두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통상 2년치 수주잔고를 확보했을 때 조선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조선시장 내 참여자의 다운사이징(규모 축소)이 거의 완성됐고 선사의 발주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조선사 간 출혈경쟁이 문제되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관건으론 미래 친환경·스마트 선박 대응 방식이 꼽힌다. 그간 국내 3사 간 경쟁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에서의 기술 우위로 이어졌지만 중복 투자와 과당 경쟁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이 연구개발(R&D) 통합, 중복 투자 제거 등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현재 각사는 제각각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연초 미국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2’에서 선보인 선박 자율운항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액화수소 운반·추진 시스템 기술 등도 개발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설계·구매·생산 등 전 영역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디지털 조선소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암모니아 추진선을 포함한 차세대 연료 추진 기술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를 마련해 스마트십 기술을 시험하고 있으며 암모니아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 부연구원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미래 선박을 연구개발하려면 효율적 투자가 핵심”이라며 “국내 조선사가 LNG선 분야에서 1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엔 3사 간 경쟁 영향이 컸지만 3사가 힘을 합쳤다면 LNG선 핵심인 화물창 기술도 더 빠르게 적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가 자체적으로 협력을 추진하긴 쉽지 않을 수 있다 보니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선 3사가 2000년대 후반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냈을 당시 공동 설계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비슷한 기술을 비슷한 시점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데 조선사가 협력해 투자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서도 “한국가스공사 주도로 3사가 합쳐 국내 LNG 화물창 기술을 개발했듯 정부가 주도한다면 조선업계의 협력 투자도 가시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데일리

현대중공업그룹이 ‘CES 2022’에 꾸린 전시관 조감도. 현대중공업그룹은 아비커스(Avikus)의 자율운항을 비롯한 해양 모빌리티 미래상을 선보였다.(사진=현대중공업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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