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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현대重-대우조선 합병무산에 日과 노조는 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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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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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금속노조와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앞에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 저지' 투쟁에 나선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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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반대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끝내 무산됐다. 이번 합병을 주도한 KDB산업은행과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위해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게에선 상당 기간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난항인 가운데 일본 조선업계와 국내 노동계만 반색하는 모습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함심사를 맡은 6개국 중 EU 다음으로 난관이 예상되는 국가로 일본이 꼽혔다. 하지만 심사국 전원 승인이 합병의 전제였기 때문에 한국(공정거래위원회)과 일본의 심사는 무의미해졌다. EU의 불허 결정이 나온 직후 일본에선 이번 빅딜 무산이 자국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5일 자국 조선업체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EU의 불허 결정으로)정상적인 경쟁이 유지될 수 있게 됐다"며 "일본에는 플러스"라고 밝혔다. 앞서 일본은 결합심사가 본격화된 이후 한국 정부가 합병을 부당으로 지원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동시에 일본 내 1·2위 조선소의 파트너십을 유도해 경쟁력 제고를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이마바리조선과 저팬마린유나이티드(JMU) 등은 각각 자본금의 51%와 49%를 출자해 선박을 공동으로 설계·영업하는 합작법인 '니혼십야드(Nihon Shipyard·NST)'를 설립했다. 법인명 '니혼(일본)'에서 드러나듯 자국 조선업을 대표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과 주력 선종이 다르고 자국 발주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하는 형태"라며 "빅딜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조선업체와 개별 경쟁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격차가 크다"고 일본의 반응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처음 일본은 심사가 손쉬운 국가로 평가됐지만 노골적으로 반대 움직임을 보이며 난항이 예상했다"며 "반대할 명분이 약했던 탓에 EU보다 늦게 판단하기 위해 심사를 장시간 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권국이었다가 1990년대 한국에 추월당했던 전례와 양국의 특수성 등이 반영돼 한국에 더욱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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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도 "일본은 한국에 추월을 허용한 뒤 주요 대학의 관련 학과가 잇따라 폐강되고 신규 엔지니어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산·학 모두가 위축됐다"면서 "최근엔 한국 조선업계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손잡고 기술교류를 활발히 이어오는 등 생존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민영화가 진행될 때마다 거세게 반대해온 노조는 이번 빅딜 무산을 반기고 있다. 실제로 2008년 한화그룹이 인수에 나섰을 때 실사단 출입을 막았으며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의 합병 시도 때도 대화와 실사 거부하고 EU 집행위원회 앞에서 합병 반대 시위를 이어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9월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노조를 향해 "금융지원 없이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이 가능하냐"고 반문했을 정도다. EU의 불허직후 금속노조는 "3년간 한국 조선업계를 혼란으로 몰았다"며 이 회장을 힐난했고, 회사측엔 "비전문적인 산업은행 대신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라"고 주문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그간 현대중공업그룹 인수로 자사 경쟁력이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했다"면서 "이번 빅딜이 결렬된 후 시장에선 현대중공업그룹이 대규모 지출이 필요 없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재무부담 등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막대한 공적자금 소요가 불가피한 공기업화 외 다른 선택지를 20년째 거부하고 있다"며 "인수 후보군으로 새롭게 분류된 대기업들이 일제히 거부 의사를 표명하는 것도 대우조선해양 몸값이 비싼데다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어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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